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파주,연천 주민은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25일 새벽 1시쯤 협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은 오전 1시8분쯤 춘추관을 찾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조금전 오전 12시 55분쯤 종료됐다”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1시간쯤 뒤에 접촉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과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둘러싼 '치킨게임'을 피하고 관계개선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북은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에 걸친 1차 협상에 이어,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25일 새벽 0시55분까지 33시간 가량 판문점 내 평화의집에서 두 번째 고위급 접촉을 갖고, 지난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로 촉발된 한반도 내 긴장상태를 해소키로 합의했다.
지난 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 측 대표인 김관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오른쪽에서 둘째)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황병서(왼쪽)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왼쪽에서 둘째) 통일전선부장이 접촉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남북 2+2 고위급 접촉' 합의문을 발표했다. '남북 2+2 고위급 접촉' 결과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해제키로 함에 따라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에서 벗어났다.
북한은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우리 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 또 남북이 이번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앞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중대한 전기가 마련됐다.
회담을 통해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키로 하고, 최근 군사분계선 DMZ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남측은 북한이 치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을 이날 12시부터 중단키로 하면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북한 도발의 재발방지 효과를 거뒀다.
남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도 이를 계속 추진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다음달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또 양측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남북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지뢰도발 등 일련 사태에 대해 북한을 주체로 한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 과정에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회담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북한이 요구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며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한 측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휴전선 일대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2+2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앞서 양측은 22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1차 접촉을 가졌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산회했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최근 서부전선에서의 DMZ 목함지뢰 설치와 포격 도발에 대한 '주체가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확약'을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북측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맞서면서 협상이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북측은 오히려 대북 확성기 방송 등 DMZ 일대에서의 심리전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매번 반복돼 왔던 (북한의)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단호한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에 (남북)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고위급 접촉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참모들과 협상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회담이 진행 중인 24일에도 이어졌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는 공기부양정 20여척을 전진배치했다. 북한은 공기부양정을 서해5도 등에 1시간 만에 상륙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북한은 잠수함 50여척을 기지에서 발진해 전개하고 휴전선 주변에 즉각 사격이 가능한 전방 포병전력을 2배 증강했다.
군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확성기 방송은 계속할 예정"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현재 한반도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자산은 군사기지·산업시설 등 전쟁 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공격하는 무기로,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이 해당한다.
이번 합의과정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우리 외교부의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압박, 특히 중국의 압박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북한이 지난 20일, 이틀 뒤인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한 점에 비춰보면 이번 외교의 성과는 호평을 받을 만하다.
◇외교부, 美·中 등 외교 채널 풀가동
정부는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측의 주한대사관과 현지 공관을 통해 외교 채널을 풀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들 국가에 북한의 도발 실태와 우리 정부의 대응을 다각도로 설명했다.
미국과는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도발 억제에 만전을 기하는 등 공조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 정부는 중국에 공을 많이 들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외교부 핵심인원들이 중국을 방문, 외교전을 펼쳤다.
이와 함께 우리 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1일 오전에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전화 외교를 했다. 이들은 북한 도발 이후 상황을 예시하면서 긴밀한 협의와 대응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본부장은 이어 같은 날 저녁 때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도 통화했다. 우 특별대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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