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작參酌의 한계와 적중適中의 어려움
다산은 박봉손을 석방한 정조의 판결을 ‘상형하복 하형상복 ’ 의 좋은
사례라고 추켜 세웠다. 그는 [서경書經·여형呂刑] 편의 “上刑適輕下服
下刑適重上服 輕重諸罰有權” 이야말로 조선의 법 전통을 잘 이해 할
수 있는 구절로 꼽은 바 있다. “무거운 죄[上]라도 참작[適]하여 가볍
게 처리해야 된다면 가볍게 처벌하고 가벼운 죄[下刑]라도 무겁게 벌해
야 한다면 엄형하니 죄를 가볍게 혹은 무겁게 처벌하는 데 참작[權[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박봉손을 도형 대신 석방한 정조의 판단이야말로 상형을 하복한 경우
로 ‘참작의 적중[權[’을 얻었다는 게 다산의 주장이다. ‘처벌의 경중을
권’ 하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다산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율律은 중重 하지만 정情이 경輕한 경우 처벌의 등급을 내리고 율律은 경
輕하지만 정情이 중重한 경우 처벌의 등급을 상향하는 것이 본 뜻이다 . 혼
동할 게 없다. 법을 적용하면 상형上刑에 처해야 하나, 정으로 논하자면 하
형下刑이 분명한 경우, 의심할 바 없다면 등급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만일
정情의 경중輕重을 헤아려 보았지만 전연 분명치 않은 경우, 즉 한 등급을
내리고자 할 때 도리어 피해자가 지극히 원통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
고 사면하려고 해도 도리어 범죄 사실이 있음이 걸린다면 이런 경우 어찌
할 것인가? 이때 벌금형을 부과한다면 어찌 천리天理와 인정人情에 부합하
지 않겠는가? 과오가 분명하여 조금의 의심도 없어야 바야흐로 큰 죄라도
사면할 수 있으며 고의가 분명하여 조금의 의심이 없어야 바야흐로 조그
만 죄라도 형벌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과오인지 도무지 확실하지 않
다면 어찌할 것인가? 벌금형이 최상의 방법이다”
다산은 경전에서 말하는 ‘상형하복 하형상복 ’은 오성五聲의 차이가 다
만 소리의 청탁淸濁 고하高下인 것처럼 ‘정도’에 민감해야 한다고 보았
다. 요컨대 사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벌을 가할 수도 없을 때 이를
참작하여 ‘벌금’형을 가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인 것과 같다.
다산은 도형 대신 석방을 판결한 정조의 상형하복이야말로 정리와
법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낸 최선의 판결로 보았다. 이는 법을
적용하되 정리를 고려하고 정리에 치우칠 때 법을 생각하여 ‘적중’의 결
과를 얻어낸 것으로 합리적인 재량과 참작의 한계權가 제대로 유지되
어야 가능한 일 이었다.
사실 법전 편찬의 취지입법 정신을 고려하여 법조문을 조율照律하고
해석할 때 참작이 불가피하다. 조선은 중국의 [대명률]을 준용하면서
도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수정하였다. 이는 조선의 법
학자, 정치가를 포함들이 [대명률]의 조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
서 [대명률]의 입법 정신을 조선의 맥락에 비추어 참작할 수 밖에 없었
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조선의 법률가들은 [대명률]의 율문을 수
정하여 국전에 첨가했을 뿐 아니라 국전과 [대명률]이 충돌할 때 가능
한 국전에 따를 것을 요구하였는 바 이는 조선의 입법정신과 법 감정이
우선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위해하는 자를 구타 살해한 사건들에 적용 될 법조문을 살
펴보자. 조선에서는 누군가 부모를 구타하자 이를 비호하던 자식이 상
대를 살해한 경우 중국의 [대명률]에 비해 ‘감형’ 하였다. [대명률]에는
“조부모나 부모가 구타당할 때 자손이 즉시 구호하려다 도리어 구타하
였는데 뼈가 부러지는 상처가 아니라면 물론하고 뼈가 부러지는 상처
이상일 경우 투살鬪殺에서 3등을 감하며 죽게 된 경우 상률常律사죄
에 처한다")라고 했다. 조부모나 부모를 구호 하려다 상대를 구타 하였
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석방 혹은 감형하였지만 상대가 죽게 되
면 사형에 처한 것이다.
조선의 국전은 이와 달랐다. 주지하는 대로 [속대전]은 “아버지가 타
인에게 구타 당하여 중상을 입었을 때, 아들로서 상대를 구타하여 치사
케 한 경우 사형을 감하여 정배한다”라고 했다. 조선의 법 정신은 ‘부자
간의 도리’를 참작하여 [대명률]에 비해 가볍게 처벌한 것이다. 남을 살해
한 중죄라 할지라도 인륜을 지키려는 아들의 선행을 고려한 것이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