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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1-11 11:29
회복력시대
 글쓴이 : 하얀민들레
 

새로나온 책] 회복력시대 < 서평 < 라이프 < 기사본문 - 기계 ...


영원한 것은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깨달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팬데믹을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이제까지 인류가 성장 혹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배출해온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오염원들을 지구 생태계가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류의 능력은 무한하며 인류가 자연을 완전히 정복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것이 이번 팬데믹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 인류는 정복이 아닌 '적응'의 패러다임으로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적응은 인간에게 아주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유생생물, 고세균, 균류 등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다. 인간의 몸은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물 외에도 24시간, 태음, 계절, 265일 등의 주기 리듬으로부터 영향받는다.

[책속으로]

자연을 인간 종에 적응시키기보다 인간 종을 자연에 다시 적응시키는 대전환은 자연의 비밀을 왜곡하고 지구를 우리 종의 독점적 소비를 위한 자원이자 상품으로 보는 데 중점을 둔 전통적인 베이컨주의식 과학 탐구 방식의 폐기를 요구할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차세대 과학자들이 복합 적응형 사회·생태 시스템 사고라고 부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과학에 대한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은 자연을 ‘자원’이 아닌 ‘생명의 원천’으로 보며 궁극적으로 궤적을 미리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자기 조직, 자기 진화 체계로 지구를 인식한다. 그래서 강제적인 선취가 아니라 예측의 과학과 조심성 깊은 적응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에 전 세계 표토의 3분의 1이 황폐해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표토가 60년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표토 1인치를 다시 채우는 데 500년이 넘게 걸린다. 과학자들은 또한 기후변화가 대량 멸종을 촉발해 앞으로 80년 안에 기존 모든 종의 50퍼센트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지구의 산소는 지난 20억 년 중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지구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는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현재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양 온도의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른 경우 2100년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손실에 따라 전 지구적 규모로 해양 산소가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끔찍하게도, 온난화 배출물이 일으키는 지구 기온의 상승으로 홍수와 허리케인·가뭄·산불의 강도가 빠르게 증가하며 생태계가 불안정해지는 동시에 지구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2070년이면 지구의 19퍼센트 정도가 ‘거의 거주할 수 없는 뜨거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이 역사적 분기점에 도달한 경위와 시간 및 공간에 관한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비롯해 나중에 현대를 정의하게 되는 두 가지 발전과 더불어 천진스럽게 시작된다. 첫 번째는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고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이 일상적인 전례에서 엄격한 시간 계획을 세운 것이다. 두 번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미술에서 선형 원근법을 개발한 것이다. 

생체시계가 각 생명체의 내부 활동 패턴을 조직하고 지구의 하루·태음·계절·1년 주기와 맺은 관계를 동기화하는데, 여기에는 각 생물 종의 공간적 패턴뿐만 아니라 시간적 패턴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고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또 다른 힘인 전자기장도 있다.

회복력은 정확한 현상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의 경과와 사건은 그 발자취가 아무리 미미해도 사회에서처럼 자연에서도 항상 패턴과 과정과 관계를 변화시킨다. 회복력은 세상 속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적응성은 시간의 작용이다. 그것을 통해 개별 유기체와 특정 종 또는 그보다 큰 생물학적 공동체가 지구의 미생물군계와 생태계, 생물군계를 구성하는 모든 상호작용 과정과 패턴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서는 생태 지역을 “특정한 주요 서식지 유형의 생물 다양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주는 예”로 정의한다. 이것은 풍부한 생물 종과 풍토성, 고도의 분류학적 고유성, 특별한 생태적 또는 진화적 현상, 주요 서식지 유형의 세계적 희귀성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분류 체계를 통해 과학자와 정부와 지역사회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 생태계의 건전성과 생물 다양성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런 평가의 두 가지 목적은 사회적 영역을 그보다 큰 자연의 영역에 적응시키고, 생태 지역에서 개선이 필요한 약점을 쉽게 식별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생태 지역의 일부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인류학적으로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소속감과 애착, 정체성, 참여 의식 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 지역에 대한 애착은 대개 자의적인 정치적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거주하는 생태 지역 전반을 포괄한다. 이 초경계 생태 구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의 결과로 발생한 홍수와 가뭄, 산불, 허리케인 등이 인접한 국가나 지역에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미치고 생태 지역을 공유하는 국가나 지역이 협력적으로 대응하도록 강제하면서 한층 더 적절한 것이 되었다.

오대호와 캐스캐디아의 생태 지역 거버넌스를 비롯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아직 출범하지 않은 모든 생태 지역 거버넌스의 초기 노력이 직면하는 본질적 딜레마는 생태 지역 공동 관리를 결정하는 순간 상충하는 두 가지 세계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 시대 전반에 걸쳐 전해지며 환경 보존을 철저히 상업 용어로 해석하는 효율성 복음에 내재한 기존의 관습적 지혜를 따라야 하는가? 요컨대 미래에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대호 생태 지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주요 임무라고 생각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우위를 차지한다면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오대호의 생태계에 대해 근시안적 인간 중심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즉 사회가 생태계의 조건에 어떻게 맞출지가 아니라 사회의 실용주의적 요건에 어떻게 생태계를 적응시킬지에 더 관심을 둘 것이다. 적응의 방향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오대호에 대한 ‘관리’ 또는 ‘청지기 구실’ 중 하나가 표준이 될 터라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자 긴급히 논의할 문제다. 험난한 만큼 이제껏 이 길을 걸어 본 사람도 적다. 그러나 우리 인간 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지금부터 가야 할 길이다. 


[저자]


제레미 리프킨(영어Jeremy Rifkin1945년 1월 26일 ~ )은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작가, 사회 운동가(activist)이며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FOET))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서 미국 및 국제적 공공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쳤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났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전 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 왔다. 대한민국에서는 책 《엔트로피》, 《육식의종말》 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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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민들레 22-11-11 11:31
 
영원한 것은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을 깨달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얀민들레 22-11-11 11:31
 
이제 인류는 정복이 아닌 '적응'의 패러다임으로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적응은 인간에게 아주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유생생물, 고세균, 균류 등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다.
하얀민들레 22-11-11 11:33
 
지구의 산소는 지난 20억 년 중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지구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는 해양 식물성 플랑크톤이 현재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양 온도의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하얀민들레 22-11-11 11:34
 
이 초경계 생태 구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변화의 결과로 발생한 홍수와 가뭄, 산불, 허리케인 등이 인접한 국가나 지역에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미치고 생태 지역을 공유하는 국가나 지역이 협력적으로 대응하도록 강제하면서 한층 더 적절한 것이 되었다.
하얀민들레 22-11-11 11:35
 
사회가 생태계의 조건에 어떻게 맞출지가 아니라 사회의 실용주의적 요건에 어떻게 생태계를 적응시킬지에 더 관심을 둘 것이다. 적응의 방향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오대호에 대한 ‘관리’ 또는 ‘청지기 구실’ 중 하나가 표준이 될 터라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자 긴급히 논의할 문제다.
겨울 22-11-14 10:19
 
팬데믹을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이제까지 인류가 성장 혹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배출해온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오염원들을 지구 생태계가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다.
겨울 22-11-14 10:21
 
자연을 인간 종에 적응시키기보다 인간 종을 자연에 다시 적응시키는 대전환은 자연의 비밀을 왜곡하고 지구를 우리 종의 독점적 소비를 위한 자원이자 상품으로 보는 데 중점을 둔 전통적인 베이컨주의식 과학 탐구 방식의 폐기를 요구할 것이다.
겨울 22-11-14 10:22
 
우리가 이 역사적 분기점에 도달한 경위와 시간 및 공간에 관한 개념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비롯해 나중에 현대를 정의하게 되는 두 가지 발전과 더불어 천진스럽게 시작된다.
겨울 22-11-14 10:24
 
이와 달리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생태 지역의 일부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인류학적으로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소속감과 애착, 정체성, 참여 의식 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 22-11-14 10:25
 
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우위를 차지한다면 생태 지역 거버넌스는 오대호의 생태계에 대해 근시안적 인간 중심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산백초 22-11-16 13:32
 
인간의 몸은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유생생물, 고세균, 균류 등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다.
산백초 22-11-16 13:34
 
과학에 대한 이 새로운 접근 방식은 자연을 ‘자원’이 아닌 ‘생명의 원천’으로 보며 궁극적으로 궤적을 미리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자기 조직, 자기 진화 체계로 지구를 인식한다.
산백초 22-11-16 13:35
 
2070년이면 지구의 19퍼센트 정도가 ‘거의 거주할 수 없는 뜨거운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산백초 22-11-16 13:36
 
회복력은 세상 속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작용의 방식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적응성은 시간의 작용이다.
산백초 22-11-16 13:37
 
적응의 방향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오대호에 대한 ‘관리’ 또는 ‘청지기 구실’ 중 하나가 표준이 될 터라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자 긴급히 논의할 문제다.
늘배움 22-11-17 16:31
 
과학자들은 또한 기후변화가 대량 멸종을 촉발해 앞으로 80년 안에 기존 모든 종의 50퍼센트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늘배움 22-11-17 16:32
 
생체시계가 각 생명체의 내부 활동 패턴을 조직하고 지구의 하루·태음·계절·1년 주기와 맺은 관계를 동기화하는데, 여기에는 각 생물 종의 공간적 패턴뿐만 아니라 시간적 패턴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고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또 다른 힘인 전자기장도 있다.
늘배움 22-11-17 16:32
 
세계자연기금(WWF)에서는 생태 지역을 “특정한 주요 서식지 유형의 생물 다양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주는 예”로 정의한다.
늘배움 22-11-17 16:34
 
적응의 방향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오대호에 대한 ‘관리’ 또는 ‘청지기 구실’ 중 하나가 표준이 될 터라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자 긴급히 논의할 문제다.
늘배움 22-11-17 16:34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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