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어느 날, 제이교의 책이 고물상으로 간 까닭
집에 있는 제이교의 책을 솎아 냈다. 한 번도 안 본 책들이 대다수다. 세뇌된 꼴난 신앙심 때문에 보지도 않고 버리지도 못하던 책들을 이제 버리기로 작심을 했다. 거짓말 어록과 개벽지와 각 종 판형의 제이교 경전들.
갈수록 돈에 혈안이되어버린 도장에 더 이상 나가지 않기로 결심 하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대로 가족 신앙을 하다간 개벽이 오기도 전에 패가망신 할 것 같았다. 오백을 넘게 내고 조상 보은치성을 올린지가 불과 몇 달 전인데 또 보은치성을 올리라 한다. 굶어 죽으란 말인가! 매일 전화가 온다. 이건 분명 조상의 음덕으로 천하사를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제사문화를 빙자한 금품 갈취였다. 신앙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 허공으로 흩어졌다.
바리바리 싼 책을 차에 싣고, 고물상으로 갔다. 고물상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에 가져온 이 책들 중고 책방에 파는 거 아니죠?"
나는 걱정이 되었다. 언놈이 내가 팔아치운 이 책을 주워 읽고 또 패가망신의 길을 걸어갈지, 나는 나의 이 행위로부터 다시 살아날 패가망신의 싹을 자르고 싶었다.
주인은 서슴없이 대답 한다.
"예, 파쇄기에 넣어서 처리합니다."
안심이다. 공연히 발을 끊은 도장에 내 이름이 떠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깔끔히 저들의 레이더로부터 사라지면 그만이다.
주인은 계근한 무게대로 파지 값을 내놓는다. 또 오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가 지불한 책값에 비하면 몇 푼 안 되는 돈을 받아 드니 한심이 흘려버린 지난 세월이 가슴을 할퀸다.
개벽 때 구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난 오늘을 살아야 했다. 그래서 집에 모셨던 신단도 치웠다. 매일 모시던 청수도 올리지 않았다. 매일 읽던 주문도 잊었다. 한가해진 책장을 바라보며 앞으로 살아갈 일만 아득하다.
신앙을 회복하는 혁명의 시간을 맞이하였지만 나는 이제 도둑신앙인이다. 증산의 도의 신앙대혁명이 성공하여 다시 가족신앙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