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 교수 Stephen Walt는 The Hell of Good Intentions: America's Foreign Policy Elite and the Decline of U.S. Primacy란 제목의 2018년 10월 발간된 책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소련이 해체된 1991년 12월 이후 클린턴, 부시 및 오바마란 3명의 대통령이 표방한 Liberal Hegemony에 대한 미국인들의 혐오감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냉전 이후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 국가들을 미국과 동일한 모습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 같은 미국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별로 많은 노력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었음에도 그처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여타 국가들을 미국과 유사한 모습으로 만드는 경우 미국이 보다 안전해질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세계는 냉전이 종식된 1991년 12월 당시와 비교하여 보다 불안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클린턴, 부시 및 오바마가 주창한 Liberal Hegemony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여기에 반기를 제기한 결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위험하다고 왈트는 말하고 있다. 분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처럼 전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을 근본적으로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미국은 적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던 부분, 다시 말해,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가의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부분을 고수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중 경제전쟁은 이 같은 성격으로 보인다. ​

트럼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상기 사실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는 Liberal Hegemnoy가 아니고 패권경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인데,  Liberal Hegemony를 부인하면서 트럼프의 미국이 패권경쟁 측면에서의 한반도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3명의 전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을 부인하면서 한반도 또한 여타 지역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듯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대표적인 경우다. 여기에 더불어 중국의 화웨이 제품과 관련하여 한국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로 인해 한미동맹이 심각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주요 요인은 한국인들 내부에서 점차 반미감정이 제기될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이 사드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를 추구할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의 의미를 잘 몰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성격으로 알고 있었다. 시진핑의 중국이 이것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했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몰고올 파장을 대부분 한국인들은 절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미동맹 70년 역사에서 한반도가 패권경쟁의 중심지역임을 한국인들이 절감한 경우가 그 이전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미동맹의 관성으로 인해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 것이다. 그 후 중국의 제재가 뒤따랐으며, 결과적으로 한국은 수백억$ 이상의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계기로 대부분 한국인들이 패권경쟁과 한반도의 관계를 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는 화웨이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미중 패권경쟁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구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한국을 이처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화웨이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에 동참하는 경우, 미중 패권경쟁에 동참하는 경우 한국이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 경우 많은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태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보장될 수 있을까? ​

이 같은 한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 이재민은 중앙일보에 6월 29일 기고한 "[중앙시평] 트럼프 방한, 곱씹어 보는 우리 처지"란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재민은 오늘날 한국이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에 있는데 많은 부분 이것이 현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있는 한국의 선택이 향후 수십 년 동안 한반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민은 선뜻 화웨이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 동참하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 모두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관망하고 있다고 한다. 사드 미사일 한반도 배치와 관련하여 한국의 보수 새력들이 배치를 외쳤던 반면 화웨이와 관련하여 한국인 대부분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드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이후 한국인들이 터득한 교훈의 결과일 것이다. 여타 국가와 달리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에서 특정 국가를 직접 지지할 수 없는 입장임을 한국인들이 터득한 결과일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아도 한국을 패권경쟁에 동참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동참하는 경우 여타 국가와 달리 한국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중국 의존도, 경제적 의존도가 여타 국가와 달리 엄청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이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인식이 180도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경우 미일동맹도 자신할 수 없다고 미국의 전략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방어선이 하와이, 알류산 열도로 후퇴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 또한 일대 낭패일 것이다. 트럼프는 냉전 이후 전임 대통령들이 한반도를 중시했던 이유가 Liberal Hegemony 때문이 아니고 패권경쟁 측면에서의 한반도의 중요성 때문이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 교수 왈트는 트럼프의 미국이 불안하다고 말했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가장 불안한 부분은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선택에 따라서는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이 건국 이후 추구해온 패권주의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가의 출현을 방지해야 한다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를 추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

혹자는 북한 위협 대비 측면에서의 주한미군 중요성 운운하지만 실재 북한 위협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한국 독자적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키기 위해 미국인은 물론이고 많은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북한 위협론이 제기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동참 강요로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경우 이처럼 미국을 적극 지원해온 많은 한국인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은 더 이상 없어질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미중 패권경쟁 동참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면, 경제적 피해 또한 한국인들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동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일본이 미중 패권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센가꾸 열도 문제 등 몇몇 문제를 놓고 중국과 타협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 동참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는 반면 지구상 여타 국가와 달리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권영근   [출처] 트럼프, 미중 패권경쟁, 한미동맹|작성자 권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