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공부론에 있어서 '덕성(德性)'의 문제
정순우
(丁淳佑,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1. 서론
다산 철학은 성리학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강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이기론적 해석체계에 대한 그의 매서운 비판은 당대의 모순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가 제기한 다양한 형태의 탈성리학적 담론은 이제 실학의 근대성을 알려 주는 주요한 징표로 인식되고 있다. 그의 성리학에 대한 주체적인 해석과 세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해석은 주자학의 중세적 질서감각을 상당 부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산의 경학과 경세학에서 조선적 형태의 근대성을 탐구하는 작업은 이제 한국학의 한 상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산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밝은 조명은 상대적으로 성리학의 세계를 온통 중세적 어둠의 세계로 기록하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다산의 성리학에 대한 비판이 매우 신랄하며, 자못 극적인 결별을 선언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산의 성리학에 대한 비판을 세밀하게 읽어 가노라면, 그의 성리학에 대한 비판이 매우 단선적인 이해 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조선조 성리학이 상당히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후술할 것이나, 그는 성리학을 거의 불교의 심학적인 요소와 동일시하여 이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조선조 성리학이 내장한 다양한 인문적 가치와 내용을 상당 부분 과소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그의 성리학적 공부론에 대한 비판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산이 제기하는 성리학의 존덕성(尊德性) 개념에 대한 비판을 읽어 가노라면, 마치 성리학자들이 불교 수행법을 비판하던 것과 거의 동일한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성리학의 공부론을 오직 주정적(主靜的)이고 사변적인 형태로 고착시킴으로 인해 퇴계와 율곡, 그리고 남명 등에 의해 제기된 공부론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을 그의 공부론 속에 발전적으로 수렴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다산의 덕(德)의 개념에 대한 문산(文山) 이재의(李載毅)의 항변을, 완고한 성리학자의 수구적인 논의로 가볍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재해석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성리학적 공부론의 질문체계를 통해 다산 공부론의 명암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리학에서의 공부론이 본체론과 결합하여 지나치게 심학화 되어 가는 것에 대한 급격한 반동으로, 다산의 공부론은 과도하게 경세론 혹은 치세론과 결합시킨 경향이 농후하다. <실천적인 행위(行事)와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덕>이라는 명제로 귀일되는 그의 공부론은, 성리철학과 비교하여, 명백하게 근대적 징후를 지니고 있다. 실천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그의 공부론은 강력한 운동성을 띄고 있음은 사실이다. 다산의 공부론에는 피폐한 조선후기 사회를 소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이 담겨 있다. 그러나 덕의 근원성과 시원성을 문제시하는 성리학의 경(敬) 공부론과 비교할 때, 그의 공부론은 우리의 근대성안에 잠복되어 있는 '문명적 가벼움' 혹은 '엷음'의 한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 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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