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평생 트랙 위를 쉼 없이 달려왔지만
우리는 늘 게으르고, 부족하고, 이기적인 애들이었다.”
부모처럼 살기 싫지만 부모만큼 되기도 어려운 세대, 밀레니얼MILLENNIAL. 그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면서도 탈진 직전까지 일에 몰두하고, 필패하도록 설계된 체제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며 자조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번아웃BURNOUT’은 신드롬이 아니다. 무기력과 불안정은 그들 삶 전반에 깔린 배경음악이자, 그들이 평생을 지내며 살아온 온도다.
미국 유명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에서 7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 트위터상에서도 크게 회자한 칼럼 ‘밀레니얼은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번아웃에 휩싸인 밀레니얼에게 결연히 선언한다. “반드시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 더불어 그들이 겪은 실패와 좌절을 시대순으로 면밀히 살피며, 이 문제들이 사실은 예외주의와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마존, 〈하퍼스 바자〉, 〈뉴욕 타임스〉, 〈에스콰이어〉에서 2020년 화제의 논픽션으로 손꼽힌 책 《요즘 애들CAN’T EVEN》은 열정과 능력을 의심받으면서도 부단히 성실해야 하는 밀레니얼의 악전고투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책 속으로'
현대사회로부터 ‘경이’라고 불러 마땅한 것들을 선사받았음에도, 우리에겐 잠재력이 막혀버렸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투한다.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 밀레니얼에게 번아웃은 밑바탕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길러졌는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했고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가장 잘 묘사하는 말은 번아웃이다. 번아웃은 우리를 둘러싼 기온과도 같다.
---「머리말」중에서
실로 밀레니얼은 부머의 제일 끔찍한 악몽이다. 왜냐고? 대체로 한때 그들이 가장 좋은 마음으로 키워낸 꿈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부머와 밀레니얼에 대한 대화에서 이 내용은 자주 생략된다. 어렸을 때부터 베이비붐 세대는 말 그대로 우리의 부모, 교사, 코치였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은 우리를 빚은 이데올로기와 환경을 만든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의 현재 상황에 대해, 다방면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1장 베이비부머의 번아웃」중에서
일터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반복되는 경쟁에 놓인 일개 계약자로 인지할 때, 번아웃으로 직행하는 조건들이 형성된다. 직원 한 사람이 얼마나 일찍 출근해서 얼마나 늦게까지 사무실에 머물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을 정한다. 다른 직원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거나 뛰어넘고자 노력한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결과가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나는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취재한 뒤, 하루도 휴가를 내지 않은 덕분에 번아웃 상태로 취재를 계속하는 딱한 얼간이로 몇달을 살았다. 과로 문화가 더 나은 결과, 혹은 더 생산성 있는 결과를 내놓는 건 아니다. 헌신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일 뿐, 더 긴 근무시간을 의미할 뿐이다.
---「4장 좋아하는 모든 게 일이 되는 기적」중에서
아웃소싱은 직원에게 안정적인 임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근무 생활을 개선하지도 않는다. 아웃소싱이 하는 일은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증가시키고, 그럼으로써 주주들과 401k에 가입한 운 좋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아웃소싱된 사람들의 임금을 바닥에 깔고서 말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기꺼이, 절실하게 어떤 일자리든 찾으려 하기 때문에 아웃소싱된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회사 측에서는 그들에게 안정성, 규칙적인 근무 스케줄, 복지를 제공할 유인이 없다. 이런 근무 상황은 번아웃을 악화시키는 걸 넘어 번아웃을 만들도록 설계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 설계의 핵심에는,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이용해 큰돈을 버는, 선택받은 소수가 있다.
---「5장 일터는 어쩌다 시궁창이 되었나」중에서
프리랜서 일은 그 자체로도 피로하며, 불안을 일으킨다. 그뿐 아니라 당신이 하는 일을 일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교사나 어머니의 일이 가치 절하되듯(혹은 무가치하게 여겨지듯), 공유경제에서 뛰는 프리랜서의 업무는 아예 일로 대우받지 못한다. 그저 취미로 돈을 좀 벌려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려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려는 시도로 취급된다. 이런 일자리를 가볍고 즐겁다는 어감을 내재한 “긱gig”이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노동으로서의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는 긱 경제가 아니다. 항상 미친듯이 다음 임시 일자리를 찾는 경제다.
---「6장 일터는 왜 아직도 시궁창인가」중에서
우리는 TV를 보고, 우리 몸을 억지로 쉬게 하기 위해 마약을 더 많이 하고 술을 마시고, 늦어서 미안해요, 집에 있는 게 더 좋거든요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내향적 행동을 추앙한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끼려 애쓴다. 하지만 내가 떨칠 수 없는 생각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금 우리가 여가 시간에?안 그래도 부족한데 뭘 하겠다는 과욕으로 더욱 피로해지는 시간에?해온 것과는 다른 일을 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좋은 자아는, 가장 호기심 많고 창의적이고 온정적인 자아는, 우리가 아는 지금 삶의 표면 바로 아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에겐 그것들을 현실로 데려올 공간과 시간, 휴식이 필요할 따름이다.
---「8장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하고」중에서
유치원에 다닐 연령의 자녀를 둔 워킹 맘은, 밤중에 아이가 깼을 때 같이 깰 가능성이 아버지보다 2.5배 높다. 유아를 키우는 아버지는 주말에 ‘여가’로 보내는 시간이 어머니보다 두 배 길다.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가을에 주말마다 풋볼 경기를 보고 야외 파티까지 참석했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아내가 그런 일정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내내 보내지 못하게 한다고 화를 냈었다. 문제는 아버지가 여가 시간을 누릴 자격의 유무가 아니다. 문제는 어머니의 여가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많은 아버지가 본인의 여가 시간을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9장 엄마처럼 살기 싫은 엄마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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