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한유아가 가수 데뷔와 동시에 옥수수수염차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YG 케이플러스는 "자사 소속 버추얼 인플루언서 한유아가 광동제약의 러브콜을 받으며 ‘광동 옥수수수염차’의 공식 광고 모델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제품을 고를 때 신선한 경험과 재미를 고려하는 MZ세대에게 최적화된 인물로 판단해 한유아를 공식 모델로 선정했다”며 “업계 최초로 버추얼 휴먼을 모델로 선정한 만큼, 대중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옥수수수염차는 다이어트와 몸매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여성 소비자층에 인기 있는 제품으로, 그동안 또래 스타들이 모델로 발탁돼온 인기 광고 중 하나다. 그동안 배우 김태희, 전지현, 조보아, 선미 등이 모델로 활동했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제작한 버추얼 휴먼으로, 지난해 8월 대중에 공개됐다. 이후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 홍보대사와 각종 패션화보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가상인간 인기 속에 이름을 알렸다.
한유아. 제공|광동제약 |
지난 12일 오후 6시에는 공식 싱글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을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활동명은 ‘유아(YuA)'다. ‘아이 라이크 댓'은 리드미컬한 신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댄스곡으로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거운 A.I. 소녀의 감성을 노래했다. 정식 음원 발매에 앞서 3월 공개된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공개 5시간 만에 조회수 1만을 기록했다.
YG 케이플러스 관계자는 “한유아가 가수로 공식 데뷔함과 동시에 광고 계약까지 따내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아가 춤과 노래 실력을 뽐낸 광동 옥수수수염차 광고는 오는 20일 TV CF와 온라인 바이럴 영상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로지 루시 김래아 릴 미켈라 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외에서 가상인간 열풍이 불고 있다. 한 광고 관계자는 "MZ세대에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으며, 열애설이나 사건 사고 등에 휘말릴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올해도 어느 정도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쏟아지는 가상인간에 식상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가상인간이 진짜 인기가 있긴 한거냐", "얼굴 보면 합성 같다", "초상권 문제도 나오던데" 등의 반응도 보였다.
현실 세계 휘어잡는 가상 인간
광고업계에서 이른바 ‘가상 인플루언서’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가상 인간이 수백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하는 등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다. 이들을 앞세운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거두며 광고모델 발탁도 줄을 잇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 10조 원 시장 열린다
지난해 8월 신한라이프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로지’는 진짜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 모델인 것이 전해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기점으로 로지는 대형 광고주의 ‘러브콜’을 잇따라 받을 정도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로지를 모델로 기용한 제품이 줄줄이 ‘완판’되는가 하면, 출연하는 광고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을 돌파할 정도다. 로지는 2020년 12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국내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로 가상 인물이지만 실제 모델처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로지를 신호탄으로 가상 인플루언서가 국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김래아’는 서울에 거주하는 DJ이자 전자음악 작곡가로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소주를 사러 가는 일상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 등장해 유창한 영어로 LG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디오비 스튜디오의 ‘루이’도 있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으로 제작된 가상 인간으로 한국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롯데홈쇼핑도 자체 개발한 가상 인간인 ‘루시’를 선보여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시키는 등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상 인간은 해외에서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릴 미켈라’는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가상 인플루언서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20세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인 미켈라는 가상세계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모델이며 뮤지션이기도 하다. 패션잡지 ‘보그’ 등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렸고,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와 양말이 매진 행렬을 이뤘다. 음원 역시 인기리에 스트리밍되고 프라다나 구찌 등의 명품 모델로도 활동한다. 한해 수입만 무려 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타임지는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
이처럼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가상 인간이 등장하게 된 핵심 배경은 ‘기술’이다. 1998년 등장한 국내 1호 남성 사이버 가수 아담은 누가 봐도 ‘가짜 인간’이었다. 데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가상과 현실의 경험을 연결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현상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금은 고도화된 그래픽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까지 접목해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실제로 가상 인간의 얼굴을 개발할 때, MZ세대가 좋아하는 수백 개 얼굴을 조합하기 때문에 가상 인간의 비주얼을 선호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여기에 Z세대의 문화도 투영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좋아하는 특성을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가상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얼굴로 등장하는 배경이다. 광고 모델에게 부정적인 이슈나 스캔들이 발생하면 이내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상 인플루언서에게는 이와 같은 위험부담이 없다. 더욱이 활동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확산 등도 가상모델 확산의 이유”라고 전하며 “가상 인간이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