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온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지금이야말로 개인 행복과 사회 발전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목한 개념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 그는 이 책을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사회를 이끈 승자독식 경쟁 체제를 비판한다.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난 200년 동안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나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모두 쫓아 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누구인가. 저자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라고 못박는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이 인간 유형의 적절한 예로 저자는 로빈슨 크루소를 꼽는다.
황량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재배한 작물을 다 소비하지 않고 축적해두는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타산이 몸에 배어 있고 물질적 풍요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앞서 실천한 전범으로 널리 회자된다.
이런측면에서 기업은 로빈슨 크루소다. 그동안 기업은 상여금 제도를 앞세워 내부 경쟁을 강화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해마다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남은 직원에게 승리감을 맛보게 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경영자 잭 웰치는 매년 직원의 10퍼센트가량을 해고해 그들에게 성공에 대한 갈망을 불어넣어 집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영전략은‘스트레스를 이용한 경영’이다.‘승자’ 중심으로 서열화하는 방식은 경제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온라인까지 번져나갔다. 약자는 제거되고 강자의 멸시를 받는 상황이 만연하게 된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또 다른 제국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톈안먼 사태에서 보여준 중국인의 정치적 열정이 부의 획득에 대한 열정으로 대체되면서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정신이 중국 대륙을 지배하고 있다. 경제적 발전이 민주주의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하버드대의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민주주의가 물질적인 번영의 원동력이 된다는 관점(MIT의 대런 애스모글루)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떤 국가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과 독재의 수렁에 빠져드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실효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애쓰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실효성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35p)는 저자는 "이제는 경쟁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협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인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육체노동에서 창의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새로운 정신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과거의 엘리트 계층은 자신의 성공을 드러낼 때 어느 정도 절제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절제는 구식이 되었고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었다. 이제는 엘리트층이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인생을 그들 자신의 숙명으로 치부하며 신경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를 거리낌 없이 뽐내며 보여주려고 애쓴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은 균형의 시대가 야망의 시대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78p)
저자는 “물질적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주면서도 미래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사이에서 일어날 사회적인 경쟁 관계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라며 “사회가 개인을 돕는 제도를 마련하고 서로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주 자본주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벗어나기
책의 부제는 ‘주주 최우선주의는 왜 모두에게 해로운 가’이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이 책의 해제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은 “기업 지배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존재한다. 영미 기업들에서 주주들은 경영에 무관심하고 대리인들은 사익을 추구한다. 한국은 소수 주주들이 경영에 무관심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이 기업을 완전히 장악한다. 주주가 기업을 소유하기 때문에 기업은 주주만을 위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공적 기금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책임까지 더 해야 하는 것일까? 스타우트는 두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첫째, 유니버설 오너십 철학에 근거한 장기주의(Long-termism)다. 둘째,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주주 중심주의다.
기업 지배구조의 기울어진 운동장
스타우트는 서문에서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면 경영자들은 장기적인 성과를 낼 기회를 희생시키고 근시안적으로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게 된다”라며 “즉 투자와 혁신을 무산시키고 직원들과 고객, 사회 공동체에 피해를 주며 기업이 무모하고 반사회적이고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행동들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고 밝혔다. 회계 부정으로 한 순간에 무너진 엔론 파산(2001)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옮긴 우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 교수(경영학)는 “이 책의 내용이 주가에만 초점을 두는 오늘날의 주주 가치 극대화 기업 모델을 비판하는 것이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비즈니스와 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고 그 기업이 내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2014)’ 사건만 떠올려봐도 짜증이 확 올라온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스타우트는 수익률은 조금 떨어지지만 점점 더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사회적 책임 투자(SRI) 펀드를 소개했다. 그는 “SRI 펀드는 소비자 권익, 인권, 환경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고 담배, 아동 노동, 무기 생산을 지원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투자다. 여기서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이 친사회적이고 사회적 책임 투자 펀드가 있는데, 왜 더 많은 돈이 흘러들지 못하는 것일까? 주주 최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이념이 주주들의 친사회적 성향을 가로막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주가의 등락만 바라본다. 자신의 주식 가치가 극대화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과연 무엇을 했고, 잘못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내 돈만 불려주면 된다. 이에 대해 스타우트는 “기업에 대한 잘못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주주들은 서로 다른 목적과 시점, 투자의 정도 등 다양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익만을 좇는다는 그 아이디어를 제거하면, 주주 자본주의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면 이익과 친사회성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승자’ 중심으로 서열화하는 방식은 경제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온라인까지 번져나갔다. 약자는 제거되고 강자의 멸시를 받는 상황이 만연하게 된 것은 호모 이코노미쿠스 때문이다.
하얀민들레22-08-03 12:43
“과거의 엘리트 계층은 자신의 성공을 드러낼 때 어느 정도 절제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절제는 구식이 되었고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었다.
이제는 엘리트층이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인생을 그들 자신의 숙명으로 치부하며 신경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를 거리낌 없이 뽐내며 보여주려고 애쓴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은 균형의 시대가 야망의 시대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얀민들레22-08-03 12:44
"이제는 경쟁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협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인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육체노동에서 창의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새로운 정신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산백초22-08-05 10:15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온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지금이야말로 개인 행복과 사회 발전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산백초22-08-05 10:15
그렇다면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누구인가. 저자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라고 못박는다.
산백초22-08-05 10:17
경제적 발전이 민주주의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하버드대의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민주주의가 물질적인 번영의 원동력이 된다는 관점(MIT의 대런 애스모글루)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어떤 국가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과 독재의 수렁에 빠져드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산백초22-08-05 10:19
스타우트는 서문에서 “주주 가치를 우선시하면 경영자들은 장기적인 성과를 낼 기회를 희생시키고 근시안적으로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게 된다”라며 “즉 투자와 혁신을 무산시키고 직원들과 고객, 사회 공동체에 피해를 주며 기업이 무모하고 반사회적이고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행동들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고 밝혔다.
산백초22-08-05 10:21
이익만을 좇는다는 그 아이디어를 제거하면, 주주 자본주의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면 이익과 친사회성의 균형을 맞추면 된다.
겨울22-08-06 08:45
황량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재배한 작물을 다 소비하지 않고 축적해두는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타산이 몸에 배어 있고 물질적 풍요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앞서 실천한 전범으로 널리 회자된다.
겨울22-08-06 08:47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실효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애쓰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실효성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35p)는 저자는 "이제는 경쟁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협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인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육체노동에서 창의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새로운 정신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겨울22-08-06 08:48
저자는 “물질적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주면서도 미래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사이에서 일어날 사회적인 경쟁 관계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라며 “사회가 개인을 돕는 제도를 마련하고 서로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겨울22-08-06 08:49
한국은 소수 주주들이 경영에 무관심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이 기업을 완전히 장악한다.
겨울22-08-06 08:50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고 그 기업이 내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늘배움22-08-08 15:30
경쟁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지난 200년 동안 호모 에티쿠스(윤리적 인간)나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모두 쫓아 버렸다고 주장한다.
늘배움22-08-08 15:31
저자는 "이제는 경쟁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협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인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늘배움22-08-08 15:32
책의 부제는 ‘주주 최우선주의는 왜 모두에게 해로운 가’이다.
늘배움22-08-08 15:33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비즈니스와 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늘배움22-08-08 15:34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주가의 등락만 바라본다. 자신의 주식 가치가 극대화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