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엮어서 이 책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 상황이 보통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었을테고, 그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책에 담겨있었다. 다른 세상이,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진짜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는 저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겠지.
전쟁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공식적인 자료들 중에는 주로 전술이나 수에 관련된 것이 많다. 어떤 자료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구술 자료 그 자체는 쉽게 접하기가 어렵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이 조금씩 흐릿해져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말과 기억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새삼 느꼈다. 포병, 저격수, 위생병 등 다양한 역할로 참전했던 여성들의 말을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어제 일처럼 기억을 하는걸까 싶어서 놀라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이 책은 내가 최근 몇년 사이에 읽었던 어떤 책보다 말줄임표가 많은 책이었다. 전쟁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함인지, 마음을 가다듬기 위함인지 한 문장에 적어도 두 세번은 말줄임표가 필요할 정도로 말을 멈췄다.
그네들은 많이 울었다. 소리도 질렀다. 내가 떠나고 나면 그네들은 심장약을 먹었다. ‘구급차’가 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와요. 꼭 다시 와야 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살았어. 40년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어….”
“난 당신에게 딱한 마음이 들어. 내 이야기가 어떤 건지 나는 아니까…. 정말 그걸 알아야겠어? 딸같이 생각돼서 물어보는 거야….”
“부상병이 자기를 놔두고 가라며 애원했어요. ‘나를 두고 가요, 누이… 그냥 두고 가요… 어차피 나는 죽을 거니까…’ 보니까, 배가 거의 다 파열돼서는… 내장이 다 쏟아져나왔는데… 부상병이 직접 그것들을 주워 모아 다시 자기 배 안으로 밀어넣었어요….”
“폭격은 밤에야 끝이 났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이 내렸지. 우리 병사들 주검 위로 하얗게… 많은 시신들이 팔을 위로 뻗고 있었어… 하늘을 향해… 행복이 뭐냐고 한번 물어봐주겠어? 행복… 그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처럼 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야….”
“한밤중에 잠에서 깨곤 해…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여전히 전쟁터에 있어…”
“이른 아침에 엄마가 나를 깨우더라고. ‘딸아, 네 짐은 내가 싸놨다. 집에서 나가주렴… 제발 떠나… 너한텐 아직 어린 여동생이 둘이나 있잖아. 네 동생들을 누가 며느리로 데려가겠니? 네가 4년이나 전쟁터에서 남자들이랑 있었던 걸 온 마을이 다 아는데…’ 내 영혼을 위로할 생각은 마.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받은 포상에 대해서만 써….”
“너무 어린 나이에 전쟁터로 갔어. 얼마나 어렸으면 전쟁 중에 키가 다 자랐을까.”
“트럭을 타고 가다보면 사람들이 죽어 누워 있는 게 보였어. 짧게 깎은 머리가 파르스름한 게 꼭 햇빛에 돋아난 감자싹 같았지. 그렇게 감자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었어… 도망치다 넘어진 모습 그대로 갈아엎은 들판에 죽어 누워 있었어… 꼭 감자처럼….”
“잘린 팔과 다리…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몰라. 어딘가에 몸이 성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 세상의 모든 남자는 부상을 입었거나 전사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만 같았어….”
“나는 전쟁을 회상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도 내 모든 삶이 전쟁 중이니까….”
“우리가 왜 그랬는지 굳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그냥 그런 사람들이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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