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수천 번이라도 재충전이 가능한 전지의 이름이 ‘리튬-이온 전지’(lithium-ion battery, Li-ion battery, LIB)이다. 전기에너지를 작은 공간에 저장해 두고 사용하도록 만든 최초의 전지(電池 electric battery)는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가 1800년에 처음 만들었다. 이후 수많은 종류의 전지가 개발되어 인류는 전지들을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전지들 중에 오늘날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종류는 바로 리튬-이온 전지(LIB)이다. 2019년의 노벨 화학상은 LIB를 개발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과학자 3사람에게 공동 수여되었다. 그들은 택사스 대학의 굿이너프(John Goodenough 1922 -), 뉴욕 빙엄턴 대학의 위팅엄(Stanly Whittingam), 일본 메이조 대학의 요시노(吉野彰, Akira Yohino)였다. LIB 개발에 공헌한 과학자들은 3인 외에도 다수가 있지만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을 선정했다.
최승돈 / LG화학 전무
필자는 우연히 2019년 노벨 화학상이 발표되기 몇일 전에 미국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전기 자동차용 전지 고객사인 미국 GM, Ford, Chrysler와 기술 미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 고객 미팅 쉬는 시간 중, 곧 노벨 화학상 발표가 날 것이고, 이번은 리튬 이온 전지에게 상이 돌아와야 하고, 이럴 경우 Univ. of Texas at Austin에 재직 중이신 Goodenough 교수가 매우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자동차 회사 전지 담당자에게 듣게 되었다. 이에 우리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필자가 Goodenough 교수와 인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를 주제로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자주 후보자로 거론 되셨던 교수님이라, 크게 비중을 두어 이야기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미국 시간) Goodenough 교수님이 올해 노벨 화학상을 다른 두 분과 함께 타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이후 고객사 미팅에서는 계속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되어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
필자가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 1997년, 리튬 이온 전지는 매우 생소한 제품이었으며, 다만, 과의 젊은 교수님으로부터 앞으로 매우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도였다. 유학을 가서 들어가게 된 lab은 Goodenough 교수님이 Oxford대학에 계실 때, Post Doc으로 근무하신 인연으로, 교수로 재직하시게 된 교수님이셨고, Goodenough교수님은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 심사 위원 중 한 명이셨고, 같은 층에서 늘 자주 뵙고, 수업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당시, 교수님이 얼마나 유명하신 분인지, 리튬 이온 전지에 어떤 기여를 하셨는지도 모르는 채로 유학길에 올랐던 걸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학생으로 있을 당시, Goodenough 교수님과 같은 층에서 일했으며, 교수님이 출근하셨는지는 늘 쉽게 알 수 있었다. 워낙 호탕하게 큰 소리로 자주 웃으시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워낙 정력적으로 연구활동과 학생들과의 대화를 하셔서, 그냥 60대 후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금 번 노벨상 수상에 나온 최고령 수상자 (올해 97세)라는 타이틀을 보고 나니, 이미 그 당시에 70대 후반이셨던 걸 알게 되었고, 더욱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당시에 이미 많은 업적을 내시고도, 열정적으로 연구와 수업을 진행하셨고, 아직도 연구에 임하고 계시며, 그 업적도 인정받으신 모습은 진정 존경스럽고, 나로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만 같은 이야기로 생각되며, 새삼 대학원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Goodenough 교수님은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Lithium Cobalt Oxide(LiCoO2)와 Lithium Manganese Oxide(LiMn2O4)에 리튬 이온이 가역적으로 높은 전위에서 드나들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높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리튬 이온 전지의 양극재로써 사용될 수 있다는 발견을 발표하셔서, 현재의 리튬이온 전지 상용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신 분이다.
같이 노벨상을 수상하신 일본의 Yoshino 교수는 음극재로 불안정한 리튬 금속 대신, 이온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graphite를 사용하여, 현재와 같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온 전지의 상용화를 최종 완료하신 분이다. 이 형태의 전지는 1991년 일본의 Sony 사와 A&T battery에서 최초 제품으로 출시되어, 현재도 그 기본적인 원리를 유지하며 발전되어 오고 있다.
리튬 이온 전지는 아래 그림과 같이 graphite를 음극재로, 리튬 전이 금속 산화물 (LiCoO2,LiMn2O4,Li(NiCoMn)O2,LiFePO4)을 양극재로 하여, 이 사이에 가역적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충방전을 할 수 있는 이차전지 중 하나이다.
Lithium은 원자 번호 3번으로 가장 가벼운 고체 물질이며, Goodenough 교수가 찾으신 리튬 전이 금속으로 드나들 때의 전위가 4V 이상이어서, 다른 이차 전지들의 평균 전압이 1~2V 사이인 것에 비해 2~3배의 에너지 밀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높은 전압으로 인해, 다른 이차 전지와는 다르게 수용액(물은 높은 전위에서 전기분해 되어 안정적이지 못 함)을 리튬 이온 이동의 매개체로 사용할 수 없으며, carbonate계의 solvent가 주로 사용 되어지고 있다. 수용액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다른 이차전지 대비하여 비교적 저온에서도 원래 성능의 상당 부분을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이로 인하여, 이차전지 중에서도 가장 가볍고, 높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계속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상용화 초기 대비 4~5배의 에너지 밀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수백 회에서 수천 회까지 충방전이 가능하며, 그 가격도 초기 대비 수십 분의 일로 떨어져, 최근까지 다양한 휴대용 기기에 널리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및 전력저장(ESS) 등으로 대형화가 필요한 곳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사용량 대비 앞으로 몇십 배의 성장이 예상되며,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선두에 서 있어, 제2의 반도체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전압과 에너지 밀도, 그리고, 리튬의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간혹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우려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안정적인 생산과 사용 조건들의 적용으로 큰 우려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밀도의 추가적인 향상을 위한 Post-lithium ion 전지 기술들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Sulfur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lithium-Sulfur 전지나, 현재 액체인 전해액을 고체로 바꾸는 고체 리튬 이온 전도체를 활용한 전고체 전지, lithium 금속 자체를 현재 graphite대신 음극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lithium metal 전지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lithium ion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방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어, 계속적인 발전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수소 경제로 대변되는 연료전지의 경우도 높은 출력을 낼 수는 없어, 리튬 이온 전지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리튬 이온 전지는 이제 그 폭발적인 성장의 초입에 놓여 있다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해결해 나아가야 하는 많은 과학적인 과제를 안고 있어, 전/후방 산업의 발달과 연구 개발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되어, 많은 연구자가 계속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시작은 영국에서 미국인 과학자가 (Goodenough), 상용화는 일본인 과학자가 (Yoshino) 하였으나, 현재 산업화에서는 한국의 기업들이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두 분께는 죄송한 일일 수도 있지만, 올해 노벨상 수상으로 어느 정도 보상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