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7개 조항으로 구성된 미국 헌법 중 처음 10조항을 권리 장전이라고 부른다. 그 중, 제 6조는 '모든 형사소송에 있어 피고인은 죄를 범한 주와 특별구의 공평한 배심원단에 의한 신속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이 경우 특별구는 법에 의하여 미리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의 성질과 이유를 통보받을 권리,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을 대면할 권리,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을 확보할 강제절차를 보장받을 권리, 방어를 위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향유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형사소송에 있어 변호사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미국 헌법에 적혀 있지만, 초창기에는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 관선변호사제도가 강하게 어필하게 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1년경으로 보여 진다. 그해, 플로리다에 있는 어느 당구장에서 작은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당구장에 침입해 돈과, 녹음기 등을 훔쳐 달아났다. 기드온이란 사람이 당시 당구장 근처에 있었는데, 증인으로 나선 사람이 기드온이 돈을 훔쳐 달아났다고 증언을 했다. 가난한 기드온은 변호사를 살수 없었고, 형사소송에서 자신을 스스로 변론하게 되었다. 무료 변론의 관선변호사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는 기드온에게 플로리다 주 법원은 중형의 경우에만 관선변호사를 대 줄 수 있다고 거절했다. 이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된 기드온은 미국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다. 대법원은 중형의 경우에만 관선변호사를 지원해주는 플로리다 주법이 미국헌법의 제 6조에 벗어난다고 판결을 했다.
미국의 관선변호사제도는 미국 헌법에 적혀진 신속하고 공개적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인에 의한 방어권을 보호받을 권리를 위한 제도이다.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이 공평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제대로 훈련받은 변호사가 필요하다. 단지 케이스가 궁해서 혹은 경험삼아 케이스를 맡는 새내기 변호사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공평한 재판은 이루어 질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지방행정 구역인 카운티에는 관선변호사팀과 검찰팀이 형사소송의 양 날개를 이룬다. 카운티의 관선변호사는 돈이 없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 변호를 해주는 무료 변호 전담이지만, 검사처럼 정부의 녹을 받는 공직자이다. 실제로 관선변호사는 검사보와 같은 호봉과 의료보험, 은퇴연금 등을 받고, 같은 노조에 의해 운영된다. 단지 차이점이라고는 검사처럼 스타가 되기가 어렵다.
2015년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9개의 관선변호사 자리에 500명이 이력서를 내는 일이 있었다. 어떤 변호사가 좋은 관선변호사가 될 수 있는지는 무엇보다 검사에 비해 얼마나 창의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가, 피고인에 대해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관선변호사는 개인의 명예나 정치적인 행보보다는 사회에서 시스템적으로 밀려난 불우한 자들에 대한 긍휼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검사가 되고 싶은데 자리가 없어 직장을 찾다가 돈은 똑같이 받으니 혹시나 하고 관선변호사에 지원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먼저 탈락된다. 관선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반짝거리는 스타가 아니더라도 음지에서 일할 각오가 필요하다.
현재 오렌지카운티에는 200여명의 관선변호사가 있고 200여명의 법정 비서 및 스태프가 있다. 그러므로 카운티의 관선변호사팀은 400여명의 직원을 가진 형사법 전담 로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짜이기 때문에 싸구려이고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관선변호사 대신 비싼 개인 변호사를 살 수 있다. 처음 음주운전에 걸리면 경범죄로 처리될 텐데 개인변호사를 사면 오천불에서 만불 정도의 돈이 든다. 재미있게도 한인들의 경우, 관선변호사를 공짜 변호사라고 무시하는 문화가 팽배해 집을 저당 잡혀서라도 비싼 개인변호사를 사길 선호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청소년 범죄에 있어 관선변호사팀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한인사회처럼 이민자 사회의 경우 청소년 범죄는 사회적으로 낮은 경제능력을 가진 가정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한인 관선변호사는 법적인 방어뿐 아니라 사건 처리 후 자신의 삶을 다시 돌이킬 삶의 멘토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 박영선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