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세월을 이어오며 혼으로 정립해온 의학도 언론도 언론의 한마디면 무너져 내리는 세상이다. 속도전이 된 현대과학의 흐름 속에서 공장 같이 돌아가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언론으로 흘러 들어간 한마디. 실험실에서 과학으로 머물렀어야 하는 과학이 언론으로 성급히 등장해 쏟아내는 그 이야기에 세상이 멍들어 간다.
스스로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지금의 발견은 하나의 현상을 스냅샷으로 잡아낸 것일 뿐 완전한 이해는 더 많은 시간을 요한다고 과학은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하나의 작위적인 실험으로 환자들의 투병을 돕고 있는 의학을 침몰시키은 일이 서슴없이 감행되고 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도대체 인간의 명예욕과 세상의 탐욕은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타민C 면역의 비밀>에 비타민c와 세포독성을 야기하지 않는 표적항암제는 병용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본 독자가 물어왔다, 자신의 아내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로 글리벡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비타민c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비타민c를 권유해 복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비타민c와 글리벡은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된 것을 보고, 나는 왜 글리벡과 비타민c를 함께 사용해도 된다고 이야기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의 언론에 이렇게까지 보도된 줄은 알지 못했다.
한국 언론의 보도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나는 이 논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 또한 한국 언론의 과장이거나 변역의 오류이겠거니 하고 미국의 원문 보도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번역오류가 아니었다.
기사의 큰 제목을 글리벡에 집중하며 과대포장해 내세운 것을 제외하면 한국 언론의 보도내용은 미국의 언론보도 원문 그대로 충실하게 번역해낸 것이었다.
이 심각한 오류를 진리인 양 세상으로 퍼 나른 사람들은 바로 논문을 발표한 당사자들 이었다. 보도 내용을 보고 독자의 아내는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글리벡이 듣지 않게 되면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얼마나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 언론보도로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과 아내에게 이를 권한 남편은 또 얼마나 큰 아픔을 삭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지러워졌다.
비타민c를 권유한 사람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에 함께 투여해도 무방하다고 한 나를 또 얼마나 탓했을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서둘러 이 논문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논문 어디에도 비타민c가 글리벡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내용은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과학적으로는 이렇게 논문으로 세상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 논문은 의학저널에 게재되어서는 안 될, 아전인수의 작위적 내용이 너무 많은 논문이었다.
거기에 한술 아니 몇 술을 더 뜬 내용을 가지고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논문 저자는 학자라면 넘을 수 없는, 아니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선마저 훌쩍 뛰어넘어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나는 자신의 아내에게 비타민c를 권유한 죄로 가슴 아파한 이 독자에게 이들이 비타민c를 잘 알지 못해 이러한 논문이 발표했다면 이 논문은 바보같은 논문이고, 비타민c의 작용을 알 알고 있으면서 이러한 작위적인 패러다임으로 몰고 갔다면 쓰레기 같은 논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가슴 속에 지워진 짐을 털어내라고 전해주었다.
그러나 독자는 내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지만 비타민c는 더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타민c가 글리벡 내성을 줄여준다는 실험실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나는 그를 위로했다. 반세기를 이어오며 환자들을 도운 비타민c 의학론이 언론의 단 한마디에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비타민c. 항암제 "글리벡" 효과 감소시켜
화학요법 치료 받고 있는 환자, 비타민c 보급제 복용 말 것 권고
이것이 우리나라 언론에 실린 기사제목이다.
이 보도에서는 글리벡을 전면으로 부상시키며 단도직입적으로 비타민c가 항암제 글리벡의 효과를 감소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는 소 제목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비타민c 보충제를 복용하지 말 것 을 권고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을 통해 미국에 보도된 내용은 "비타민c 보충제가 노바티스의 글리벡을 비롯한 여러 항암제들의 효과를 감소시킬수 있다"는 정도의 소제목을 달고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타이틀은 그에 비해 너무 선정적이고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우리나라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타민c보급제가 노바티스의 항암제 글리벡을 포함해 화학요법제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1일 (Cancer Research)지에 실렸다.
실험실에서 비타민c로 처린된 인간 암세포에 화학요법제를 적용 시 종양세포가 평소보다 30~70% 더 적게 사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마크 헨리 박사팀은 인간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 화학요법제 투여 2시간 전에 비타민c를 투여했다.
그 결과 종양세포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글리벡을 포함한 독소루비신, 시스플라틴, 메토트렉세이드, 와 빈크리스틴 같은 가장 일반적이 5가지 화학 요법제에 대해 실험실 실시, 비타민c가 화학요법제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글리벡은 암세포 내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물질이지 세포독성을 야기하는 독소물질이 아니다.
비교을 하려면 암세포가 얼마나 죽어나갔고 여기에 자신들의 패러다에 따라 비타민c를 주었더니 얼마나 더 적은 암세포가 죽어나갔는가를 이야기 해야 한다.
글리벡은 세포독성을 전제로 하지 않아 단기간의 세포괴사를 야기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험에 사용한 두가지 암세포주 중 하나에서는 글리벡에 대한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 글리벡일까.
이들이 논문에서 감추려 애썼지만 결국 감추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아무것도 주지 않았을 때와 비타민c를 주었을 때를 비교하면, 쥐에서 자라난 암의 크기가 아무것도 주기 않았을 때보다 비타민c가 존재했을때 더 줄어있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여기서 그들은 다시한번 비타민c가 항암제라는 사실을 본의 아니게 노출시킨 셈이다.
그들은 논문 8034페이지 "Fig, 3" 에 나와 있는 쥐의 종양 크기를 비교한 사진에서 아무 것도 주지 않은 대조군 생쥐의 모습을 슬쩍 숨겨버렸다.
이들이 진정한 과학자라면, 그래서 데이터를 작위적으로 주무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학자들이었다면 이 사진은 비타민c의 항암효과를 보여준 좋은 자료 사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숨겨버렸다.
비타민c를 투여한 생쥐 옆에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생쥐가 비타민c 단독투여군보다 더 큰 암덩어리를 짊어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대조군 생쥐를 보여주지 않았다.
논문 리뷰어들은 왜 그들에게 대조군 쥐의 사진을 함께 보여주라고 하지 않았는지 그들의 심판이 왜 그리 허술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논문의 결과만으로 다시 한 편의 논문을 만들면 비타민c가 종양의 크기를 축소시켰다는 보고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진리를 탐구하고 자신이 발견한 생명현상에 성취감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던 과학이 언제부터인지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매스컴으로 부나비터럼 날아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과학의 일탈에 투기자본이 몰리고 그 헛된 명예욕에 재물욕이 더해지면서 의학은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잃어버렸다.
의학은 지금도 병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떠올리며 주린 배를 움켜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의 세속적인 것들에 배고프기 시작하면 의학은 거기서 끝이다.
앞으로 나아기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거나 심지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퇴행하게 된다.
비타민c가 글리벡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는 오늘의 모난 의학과 이들의 뒤에서 웃고 있을 항암산업의 투기자본이 오버랩되면서, 도대체 세상은 얼마나 더 많은 환자들의 희생을 치러내야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출처 : 비타민C 항암의 비밀 - 하병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