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 19 위기에 매우 잘 대응한 것과 관련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보험체계와 의료진을 거론하는 반면 또 다른 혹자는 진단 키트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신문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거론하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필자는 그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공신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위기관리실장을 역임했으며,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차관으로 일했던 류희인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이미 2015년과 2016년에 본 블로그에 올린 다음과 같은 글에서 류희인 차관이 참여정부 청와대에 정립한 위기관리체계가 대단히 우수한 성격인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이 체계를 거부한 결과 세월호, 메리스 사태를 겪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 방식을 보면 류희인이 정립한 개념에 전적으로 입각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ygk555/220395699509
https://blog.naver.com/ygk555/220872943327
류희인의 위기대응체계 개념은 간단하다. 통상 우리는 위기를 군사적 위기로 국한해 생각했다. 그런데 냉전 종식 이후 비군사적 위기가 중요한 의미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류희인의 표현에 따르면 국가가 직면하는 모든 비군사적 위기는 질병과 재난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직면할 수 있는 질병 차원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설치한 반면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행안부 예하에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매우 우수한 발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야전군사령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야전군사령부가 재난안전관리본부인 것이다.
이들 조직의 작동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질병관리본부의 경우 코로나 19와 같은 질병 차원의 위기 발생에 대비하여 사전에 계획을 수립하여 수차례 예행연습을 하게 된다. 질병이 국가적 차원의 것이란 점에서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 가능하다고 가정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계획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질병을 통제하는 것이다. 코로나 19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 같은 계획을 수립 및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감염자의 동선 파악을 위한 정통부의 지원, 마스크 생산과 관련된 국방부의 지원, 거리두기 차원에서의 교육부의 지원, 필요한 예산 측면에서의 재정경제부의 지원, 법 이행 차원에서의 경찰의 지원, 의료와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지원 등 국가의 많은 부서의 지원이 요구된다. 이 같은 지원을 질병관리본부 독자적인 파워로 받을 수 있는가? 물론 많은 부분 기관 간의 사전 약정, 지원/피지원 개념에 입각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발적인 성격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지원이 가능해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통해 이 같은 지원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수립한 계획이 이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관련 기관에 지시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한국군 차원에서 보면 질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연합사령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다양한 전쟁 양상에 대비하여 계획을 수립하며,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모든 지상, 해상 및 공중 전력을 사용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질병과 싸우기 위한 계획을 수립 및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 가능한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재차 말하지만 이처럼 이들 자원을 사용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이 대통령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한미연합사령부 차원에서 수행하는 3군 합동작전을 일부 변형한 것이다. 미군의 경우 군 차원에서는 3군 전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개념이 이미 오래전에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 대응 모습을 보면 민간의 질병 및 재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모든 자원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개념을 가장 먼저 정립한 국가는 한국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류희인이 지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류희인은 본인이 군 작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하는데, 류희인이 말한 군 작전은 3군 합동작전 개념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위기조치센터와 여기서 정립한 위기조치체계에 관한 류희인의 글인 "새로운 도전, 국가위기관리"는 상기 개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번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 훌륭한 의료보험체계와 의료진 그리고 거의 대부분 한국인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구슬에 해당한다. 구슬이 없으면 보배를 만들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슬이 있더라도 꿰는 방법을 모르면 훌륭한 보배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이들 구슬을 올바른 방향으로 꿰는 것이 류희인이 정립한 위기대응체계인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매우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은경 본부장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위기대응체계가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정인이 훌륭하여 한국이 코로나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면 창군 이후 매우 우수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군을 거쳐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 전쟁의 문제에 해박한 사람이 드믄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많은 인재들이 한국군을 거쳐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 군사적으로 뛰어난 인물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던 것은 결국 한국군이란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코끼리빵 틀에 들어가면 밀가루 반죽에 무관하게 코끼리빵이 나오고 붕어빵틀에 들어가면 붕어빵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위기대응체계가 우수한 형태란 점에서 정은경 본부장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과 같은 유능한 전문가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9년의 강원도 산불 대응은 물론이고 2020년의 코로나 19에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위기대응체계에 기인하는 부분이 지대한 것이다. 필자는 참여정부 당시 류희인이 청와대에 정립해놓았다는 위기대응체계에 관해 설명을 들은 2015년 이후 류희인이 구상한 체계가 대단히 우수하다는 사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가 류희인이 정립한 체계와 같은 우수한 체계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권영근 [출처] 코로나 19 위기 대응의 일등공신은 누구일까?|작성자 권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