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사회 변화의 동인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기술진화론이라 한다. 기술 발전이 새로운 정보사회와 경제를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가 변화의 동인을 제공해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사회와 경제가 출현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사회진화론이라 한다. 한 관점으로 설명하기에는 사회 발전이 너무 복잡하기에 대게 병진론, 즉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변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코로나19가 바꾸는 변화는 사회진화론에 가까워 보인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소득의 시대를 맞이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를 일컬어 ‘뉴노멀 사회(New Normal)’라 불렀다. 뉴노멀은 1990년대 닷컴버블과 같은 고성장 시절은 저물고, 저소득과 저성장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리는 표식이 됐다.
[그림1]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양상을 보여준다. 저성장과 고위험이 공존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는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저성장 탈피를 위한 양적 완화가 적극적으로 단행됐다. 또한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정보기술의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와 가상화 기술이다. 기존의 방대한 컴퓨팅은 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아키텍처로 통합됐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탄생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변화가 정보기술 발전의 새로운 동인이 된 셈이다.
이밖에 쇼루밍 등 다양한 상거래 형태가 나타나며 고객경험(CX)을 중시하는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가 부상했다. 이로 인해 새벽배송과 샛별배송 등 라스트 마일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됐다. 즉, 정보기술과 비즈니스의 결합이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를 등장시키며 기존 시장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이는 고객의 니즈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정보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일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형 금융 시스템의 대안을 모색하고, 투명성 기반의 분산관리 시스템과 암호화폐를 제시했다. 물론 주류에서 선택해 발전한 기술이 아니며, 아직 제도적 검증과 사회적 수용이 필요하므로 확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은 앞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블록체인의 미래’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뉴노멀 사회에서 정보기술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했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분산형 통제시스템이라는 대안적인 금융 체계를 선보였다.
코로나 그리고 뉴노멀 2.0 코로나19 위기가 또 다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양적 완화로 극복할 수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재정적 문제는 물론이고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헤쳐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정보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위기에 적응하고 극복해 낼 것이다.
아래 [그림 2]와 같이 뉴노멀 2.0 사회에서는 개인주의 성향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VR/AR 등 신기술이 새로운 정보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뉴노멀 2.0 사회에서는 비대면(Untact)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주로 사용됐던 드라이브 스루가 대표적인 사례로, 모든 업종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리모델링 패턴이며, 온오프믹스의 트렌디한 서비스 중 하나로 부상 중이다.
아울러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의 또는 타의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결국은 디지털 리터러시가 향상될 것이다. 그 결과 사회 전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사람이 스마트 뱅킹과 핀테크를 손쉽게 이용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스마트 안전기술(Safety Technology), 서비스 경험(UX) 등의 정보기술이 함께 발전한다.
[그림 3]은 뉴노멀 사회의 정보기술 활용에 대한 예시다. 클라우드와 블록체인이 새로운 인프라 기술이 됐던 것처럼 새로운 정보기술은 새로운 서비스와 경제를 형성한다. 이를테면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비즈니스 재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온오프믹스와 안전기술 서비스의 드라이브 스루 접목이다. 둘째는 초개인화 서비스에 중심을 두는 빅데이터 축적과 분석 서비스다. 셋째는 라스트 마일 배송을 위한 자동화 서비스다. 앞선 3가지 예시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고객의 니즈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기업이, 비즈니스 영속성에 유리한 포지셔닝을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G는 인프라 기술로 확장되며 AR/VR 상거래, 사이버 동영상 설명서 및 강의 등에 활용되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서 등장했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는 초개인화 기술이 적용돼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움직이듯 CGV, 메가박스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스크린 미디어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초개인화 중인 온라인 미디어나 유튜브 등에 사용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예견됐던 바이오 테크놀로지는 전면으로 부상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열화상 카메라 등의 안전기술 솔루션이 새 산업군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안전기술(Safety Technology) 기반 산업으로 영역을 구현하고 있다. 휴대용 진단키트, 비상용 진단키트와 예방솔루션, 의료 모니터링과 웨어러블 기기 등이 실질적인 서비스로 제공되며, 융합된 바이오 서비스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진화된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사회는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수용하며, 기술은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만들게 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뉴노멀 2.0 사회로 진입하는 새로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보기술은 다시금 새로운 돌파구와 아이디어로 혁신의 장을 만들고 있다. * 최형광 교수는 숭실대학교 대학원 IT유통물류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