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해외 저명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모 연구소의 연구원과 대화했다. 모씨는 대학 졸업 이후 모 신문사에 몇 년 근무했다고 한다. 모씨는 대한민국은 언론매체 때문에 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매체들이 주변국 심리전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주변국의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s)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매체 개혁의 절실성을 말했다.
모 신문사에서 정치 부분을 담당할 당시 상사가 조선일보에서 장기간 동안 근무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신문사에 있을 당시 기사는 미국, 일본 및 중국의 저명 신문 내용을 번역하고 편집하는 형태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 국가 언론매체의 보도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이란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우리는 통상 언론의 자유를 말한다. 미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 자국 국민에 대해서는 진실을 말한다. 그러나 외국과 관련된 기사는 국익 측면에서 기술한다. 미국의 저명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지의 한국 관련 기사 또한 미국의 국익 측면에서 작성되는 것이다. 종종 미국의 언론매체가 상호 대립되는 관점을 보도하고 있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해, 한반도와 관련된 이들 미국 주요 언론매체의 보도는 미국의 국익에 철저히 입각한 짜고치는 고스톱인 것이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예를 들면, 1950년 1월 12일의 에치슨 연설이 있다. 즉흥적인 에치슨의 연설을 미 국무성은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지를 통해 상이한 내용, 자신들이 작성해준 내용을 보도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 보도는 마오쩌둥과 스탈린을 겨냥한 것이었다. 대만과 한반도를 겨냥한 것이었다. 마오쩌둥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경우 대만을 포기할 것인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스탈린으로 하여금 남침을 유도하도록 만들기 위한 성격이었던 것이다. 이들 주요 언론매체는 에치슨 국무장관의 지시에 입각하여 미국의 국익을 위해 당시의 연설 내용을 각본에 맞추어 보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같은 한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의 보도는 이들 국가의 보도 내용을 적절히 짜깁기 하는 수준이란 것이다. 결국 이들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대변하는 성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국익으로 똘똘 뭉쳐있는 국가란 사실은 미국에서 장기간 동안 생활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미국은 말단 경찰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미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돌똘 뭉쳐있는 국가다. 미국인들은 유치원생부터 1970년대 당시 한국인들이 외웠던 국민교육헌장과 유사한 것을 매일 반복해 암송한다. 미국인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오늘날의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시진핑과 아베가 강조하는 것도 국가 내부의 단결이며, 애국이다. 따라서 언론매체를 포함한 모든 이들 국가의 조직의 대외적인 행동은 자국의 국익을 겨냥하고 있다. 이 같은 국가에서 한반도에 관해 보도한 내용을 짜깁기하여 보도한다는 것이 조선일보와 같은 주요 언론매체들의 문제인 것이라고 모 연구원은 필자에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100% 공감하는 내용이다.
오늘날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전개하는 주요 심리전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진정 원하고 있는 듯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결코 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오늘날 북한 핵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이 되었던 것은 미국의 의도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북한이 비핵화되는 경우 당장 많은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칠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쳤을 것임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비핵화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외쳐된다. 북한에 무조건적인 비핵화를 요구한다. 반대 급부도 없는 선 비핵화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본인들의 요구에 북한이 결코 반응할 수 없을 것임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핵화를 외치는 것이다.
왜 미국은 이처럼 하는 것일까?
첫째, 북한 핵문제의 주요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한국인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남북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 평화를 저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남북한 평화상태가 진행되는 경우 주한미군이 의미를 상실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핵을 겨냥하여 사드미사일, 전략무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해야 할 것이란 논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사드미사일과 전략무기는 북한이 아니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을 재차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을 대신하여 희생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함인 것이다.
셋째,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장하도록 함으로써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여기서는 북한 핵에 관한 사례를 들었지만 지난 70년 동안 미국이 한반도에서 취한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철저히 압각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한국의 국익을 심각히 희생시키는 형태였던 것이다. 이처럼 하고자 하는 경우 한국인들을 세뇌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국인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그리고 미국의 국익에 충실하는 한국인들이 한국사회를 주도하도록 만들고자 했던 것은 한반도가 미국의 국익 측면에서 너무나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인 것이다.
미국만이 이처럼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인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모 연구원의 발언처럼 한반도는, 한국인은 이들 국가의 심리전 대상인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한국은 이들 국가의 심리전에 희생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한국 언론매체의 변화가 절실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