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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2 14:22
옹골진 토박이의 꽹과리 신명, 김봉열 명인
 글쓴이 : 흰두루미
 




요새 사람들에게는 농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풍물은 예전에는 '굿'이나 '매구' 또는 '풍장' 등으로 불렸습니다. 

정초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액을 몰아내고 복을 빌어 주는 '마당밟이굿'을 쳤고, 김맬 때는 농부들끼리 계 비슷한 모임인 두레를 짜서 '두레 풍장'을 치기도 했습니다. 김매기가 끝난 칠월에는 '호미씻이굿'을 쳐서 고된 일을 하는 농부들을 위로하기도 했고, 시월 농사가 끝나면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산에서 '당굿'을 치며 감사의 놀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농사 일에만 굿을 친 게 아니라, 바닷가 마을에서는 뱃사람들이 무사히 고기를 많이 잡아 오도록 기원하는 '배치기 풍장'을 쳤고, 절에서는 '절굿'을, 집 지을 때에는 '집들이굿'을, 다리를 놓을 때는 '다리굿'을 쳤습니다.

이밖에도 나라의 행사나 군사 훈련이나 전쟁 때나 사냥할 때나 상여나갈 때와 같이 백성들의 의식과 일과 놀이에 안 쓰인 곳 없이 두루 쓰였으니, 농악은 어느 음악 유산보다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악 연주하는 것을 ‘굿친다, 매구친다, 풍장친다, 풍물친다.’ 라고 합니다. 이때에 쓰이는 악기인 '굿물' 또는 '사물'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와 같은 타악기와 태평소, 나팔과 같은 관악기가 있습니다. 그 중 꽹과리는 풍물 중의 으뜸이 되는 악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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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꽹과리를 ‘꽹쇠’ 또는 그냥 ‘쇠’ 라고만 부르기도 하는데, 풍물의 가락은 모두 꽹과리의 신호에 맞추어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꽹과리의 연주자인 '쇠잽이' 중에서도 수석 연주자 곧 '상쇠'의 가락이 변화하는 데 따라 모든 풍물 연주자 곧 '치배'들이 함께 변하므로, 풍물을 치는 판에서는 상쇠가 요즘의 악단지휘자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상쇠는 여러 가지 꽹과리 가락을 솜씨 있게 잘 쳐야 할 뿐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는 '앞치배'들과 창부나 중이나 양반이나 각시나 할멈이나 대포수나 무동과 같은 여러 인물로 분장하여 춤도 추고 재담도 하며 관중들의 흥을 돋구는 구실을 하는 '뒤치배' 또는 '잡색'들과, 영기나 농기와 같은 깃대를 드는 기잽이와 같은 모든 풍물패를 거느리는 데 필요한 통솔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게다가 당산에서 치는 '당산굿'은 어떻게 치고, 우물에서 치는 '샘굿'은 어떻게 치며, 장독에서 축원 드리는 '청룡굿'은 어떻게 치고, 노래를 부르며 치는 굿인 '노래굿'을 할 때는 어떤 노래를 부르며, 상쇠와 중쇠가 꽹과리를 한가운데 놓고 춤을 추며 노는 놀이인 '일월놀음' 또는 '일광놀음'은 어떻게 치며, 상쇠와 중쇠가 교대로 가락을 치는 놀이인 '짝두름'은 어떻게 하는가 하는 가지가지 '군법'(농악 연주 순서) 에 통달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자진이나 오방진이나 쌍방울진과 같은 여러 가지 '진풀이' 또는 '진법'에도 뛰어나야 하니, 부처님 살찌고 마르고가 석수쟁이 손 끝에 달렸듯이 굿이 잘되고 못 되고는 오로지 상쇠의 솜씨와 경륜에 달려있다 할 것입니다.

솜씨 좋은 상쇠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꽹과리 끈을 걸쳐놓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꽹과리 안쪽에 대고 왼손에는 꽹과리 채를 들고서 (왼손잡이는 그 반대) 외마치, 두마치, 세마치(삼채)를 위시해 풍류, 굿거리, 오방진, 덩덕궁이, 영산, 잔지래기(다드래기)와 같은 갖가지 가락들을 어떤 때는 구성지고 흥겹게, 어떤 때는 호탕하고 씩씩하게 몰아가는 그 가락의 오묘한 변화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솟구치게 함으로써 어깨춤이 절로 나고 궁둥이를 들썩이게 만듭니다.

거기에다 기러기털이나 닭털로 연꽃처럼 만든 '부포'를 매단 '상모'를 쓰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뒤로 넘기기도 하고, 앞으로 콕콕 찍기도 하고, 위로 올려세워 연꽃을 피웠다 오므렸다 하기도 하고, 휙 잡아돌리기도 하고, 사방으로 쪼기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얌전한 규방의 색시도 오금이 저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됩니다. 거기에다 노래라도 구성지게 곁들여 너울너울 춤을 추며 꽹과리를 치면 저절로 “얼씨구”, “좋다” 라는 탄성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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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부락에 살고 있는 김봉열 명인은 그러한 상쇠 노릇을 평생 해 온 사람입니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한번도 그 마을에서 이사해 본 적이 없는 옹골진 토박이입니다. 누에머리봉, 닭날봉, 바구리봉, 퇴미봉과 같은 야트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마을터에 서른 채쯤 되는 집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그 산골 마을에는 대대로 터를 일구어 온 함창 김씨들의 얘기가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적에는 벼슬을, 그것도 아주 높은 벼슬을 살았다는 조상들의 이력을 들으며 자란 그는 소시적에 장구도 잘 치고 상사 소리, 상여 소리도 잘 하시던 아버지 낙중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려서부터 굿소리에 남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농사 일을 할 때나 정월 보름이나 팔월 추석 같은 명절이 올 때마다 울려퍼지는 풍물소리가 너무나 좋아 졸래졸래 풍물패 뒤를 따라다니던 소년은 어느덧 양철대기를 두드려 스스로 웬만한 가락을 칠 수 있는 재능을 보였습니다.

아들이 두드리는 양철대기 소리를 듣고 그의 아버지는 좋은 선생을 붙여서 “때를 벗길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진안군 백운면에 사는 김인철이라는 이름 난 상쇠를 데려다가 동네 사람들이 굿을 배울 기회를 마련하자 아들을 그곳에 보냈습니다. 김봉열은 그곳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여 동네 어른들이 “참 잘 배운다, 참 별일이 쌨다.” 며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가 스승에게 배우고 지금까지 오롯이 지녀 온 가락은 '호남좌도' 가락입니다.

풍물은 지역에 따라서 경기 풍물, 경북 풍물, 경남 풍물, 호남 우도 풍물, 호남 좌도 풍물로 나뉘는데, 서로 활발하게 오고가며 배우고 가르친 덕에 지역의 특성이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예전에는 가락의 흐름이나 놀이의 형태가 많이 달랐습니다.

전라도의 동북 지방 곧 금산, 진산, 무주, 용담, 장수, 운봉, 구례, 남원, 임실, 곡성 같은 고을에 전해 내려오는 좌도굿은 경기도나 강원도의 굿에 견주어서 무동이 적고 잡색이 많습니다.

전라도의 서남 지방 곧 정읍, 김제, 부안, 영광, 장성, 화순 같은 고을에 전해 내려오는 우도굿과는 달리 치배들이 고깔을 쓰지 않고 전립 곧 벙거지를 주로 쓰며, 상모를 돌리는 윗놀이의 기교가 뛰어나고, 밑놀이인 굿가락에 잔가락이 적어 담백하고 빠른 편입니다.

그는 이런 좌도굿 가락을 배운 얼마 뒤에 진안군 상정면에서 열린 소방서 걸궁에 따라갔습니다. 다리를 놓거나 마을회관을 짓거나 소방서를 세우는 것과 같은 마을 공익 사업에 쓸 비용을 마련하려고 치는 굿을 ‘걸궁’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 걸궁에서 상쇠 다음의 제2연주자 자리인 '중쇠'(부쇠라고도 함)로 따라가서 일 주일 간 친 끝에 솜씨가 눈에 띄게 일취월장해서, 그 뒤로 상쇠로 승격하게 되었습니다.


여덟 살에 이웃 마을에 사는 김귀례와 혼인을 한 뒤 삼 년쯤 농사를 짓다가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켰던 전쟁에 징용으로 끌려가는 걸 면하려고 '구루마'도 삼 년쯤 끌고, 발동기도 삼 년쯤 부려보고, '노가다'에서 '공구리'나 '목도질'도 하고, 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에서 사금이 나와 사금도 칠 년쯤 파먹고, 손재주가 좋은 탓에 씨아나 물레나 베틀도 만들어서 팔아도 보고, 목수 일도 배워 집이니 정각이나 제각도 지어 보고, 생선장사나 콩 장사도 해보고 하며 “참으로 만고풍상이라더니 남의 농사 지어 갖고 공출이 심해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안 해본 것 없이 고생을 험서” 살았지만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탓에 한 번도 상쇠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마을의 굿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전라도의 이름난 풍물쟁이들의 거개가 전국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니며 굿으로 벌어 먹고 사는 남사당패 놀음이나, 포장을 쳐 놓고 창극도 하고 민요도 하는 포장 걸궁을 한 두 번씩 쳐 본 것에 견주어서 그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남사당패라는 것이 천하 망허는 패요. 그것이 순전히 돈벌라고 치는 굿인디, 남자들이 여자처럼 머리를 땋고 수건 들고 춤을 춰. 그러면 머슴들이 데리고 자. 말하자면 남색을 파는 거지. 또 마을 사람들이 돈을 안 내면 저녁내 쳐. 그 어릿광대들이 갖은 재주를 부려감서 돈을 뺏어 놔. 내가 열다섯 살 때 우리 마을에 그런 굿이 들어왔었고만. 그뒤로는 없어.
또 포장 걸궁 있잖여. 그것도 돈이 벌리면 좋지마는 돈이 안 벌려서 망허게 되면 장구치는 놈은 장구 가지고 가 버리고, 쇠치는 놈은 꽹과리 가지고 가버려. 그것들이 천하 망허는 패요.”

이렇듯 '천하 망허는 패'를 따라 떠돌아다니는 잽이는 ‘뜬쇠’라 부르고, 마을 굿만을 쳐온 사람들은 ‘두렁쇠’라 부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뜬쇠'와 '두렁쇠' 사이에 굉장한 차이나 있는 듯이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그런 구분을 확실히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뜬쇠가 어느 마을에 정착해서 살며 마을굿을 치게 되면 두렁쇠의 역할을 하게 되고, 두렁쇠의 솜씨가 뛰어나면 뜬쇠가 되어 떠돌아다니며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쇠 김봉열 명인이 뜬쇠 노릇을 경험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의 마을이 워낙 외진 산골이라서 그의 솜씨가 다른 지방에 알려질 기회가 적었고, 전라도 지방의 뜬쇠는 주로 우도굿을 치는 잽이들이 맡았는데 그들과 교분을 맺을 기회가 없었고, 또 기회가 있더라도 우도굿과 좌도굿은 가락이나 굿놀음 방법이 서로 많이 다른 탓에 함께 어울려치기가 어려웠을 터입니다. 더욱이 좌도 지방에서는 마을 단위의 두레굿이 잘 전해 오는 편이어서 구태여 뜬쇠 노릇을 안 해도 얼마든지 굿을 치며 놀 수 있었다는 이유들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환경 덕분에 그의 가락은 다른 지방의 가락과 섞이지 않고 좌도굿의 독특한 가락을 충실하게 보존하고 있는 점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굿도 여러 가지이지만 굿을 뼛속 깊이 아는 사람은 우리 굿을 알아줘. 다른 굿은 맛이 없어서 못 듣겠다고들 그려.” 

그의 말을 얼마쯤 눅여 주더라도 좌도굿 가락은 화려한 눈요깃거리의 굿으로 변질된 다른 지방의 굿에 견주어서 전통적이고 옛스러운 맛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굿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잽이들이 열 명이 있었는디 그 사람들이 다 솜씨들이 좋았어. 잘 쳤지. 근디 그 사람들이 다 죽어 버렸어.”

그 솜씨 좋은 잽이들이 다 죽은 뒤, 그 뒤를 이어 지금은 후배들이 치고 있지만 옛날만 못하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전라북도 임실에서 걸궁 네 차례 치고, 전주 서신동에 다리를 놓는다고 해서 다리 걸궁 이레 치고, 서울에 올라가서 수색동에서 걸궁 친 것 말고는 고향을 떠나서 굿을 친 적이 없는 그도 세태가 변함에 따라 민속경연대회에 진안군 대표로 다섯 차례나 나가서 이등을 세 번 하고, 일등을 한 번 하고, 개인상 한 번 타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금산농업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굿을 가르쳐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나가서 상을 휩쓸어 오게 했습니다.

그런 화려한 경력이 늘어남에 따라 그의 마을에서도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동네굿 안 친 지가 오래되었어. 이젠 굿 쳐야 사람들이 나오지도 않아. 굿이란 것이 사람이 모여야 재미있지. 아무도 안 보는디 뭐 할라고 칠 것이여.”

이런 현상은 우리 시골의 어느 마을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니 크게 한탄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가워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그 우리 동네가 본래 육십 가구가 살았는디 반절로 팍 줄어버렸어. 모다 서울로 가 버려서 집을 내놓아도 사 가는 사람이 없응게 그냥 빈집으로 남겨 놓고 올라가. 시방도 빈집이 여그 저그 쌨어. 거그다 젊은 것들은 씨알머리도 찾아볼 수가 없네. 모다 서울에 있어.
굿이란 것이 음양이 있어서 젊은 색시허고 총각들이 버글버글혀야 흥도 나고 재미가 있는 것인디, 맨 늙은이들끼리 뭐 헐라고 굿치고 굿 보고 할 것인가. 인제 굿이란 것도 다 끝나 버렸어.”

그는 탄식을 마친 뒤에 참으로 오랜만에 동네의 잽이들과 굿을 쳤습니다. '홍동지기'라는 붉은 바탕에 반소매 색동이 달린 옷을 입고, 부포 상모 벙거지를 쓰고, 고개를 좌우로 지긋거리며 눈썹을 옴질거리며 햇볕에 검게 탄 투박한 손으로 꽹과리를 쳤습니다. 칠순의 나이에도 꽹과리만 잡으면 젊은이처럼 가볍게 몸을 놀리고, 노인네답지 않게 눈이 빛나던 그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1995년에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 땅에 남은 또 하나의 귀한 가락이 이렇게 쓸쓸히 푸른 하늘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김명곤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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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2-24 09:58
 
요새 사람들에게는 농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풍물은 예전에는 '굿'이나 '매구' 또는 '풍장' 등으로 불렸습니다.
겨울 20-02-24 09:58
 
농악 연주하는 것을 ‘굿친다, 매구친다, 풍장친다, 풍물친다.’ 라고 합니다.
겨울 20-02-24 10:00
 
농사 일을 할 때나 정월 보름이나 팔월 추석 같은 명절이 올 때마다 울려퍼지는 풍물소리가 너무나 좋아 졸래졸래
풍물패 뒤를 따라다니던 소년은 어느덧 양철대기를 두드려 스스로 웬만한 가락을 칠 수 있는 재능을 보였습니다.
현포 20-02-24 10:35
 
풍물은 지역에 따라서 경기 풍물, 경북 풍물, 경남 풍물, 호남 우도 풍물, 호남 좌도 풍물로 나뉘는데, 서로 활발하게 오고가며 배우고 가르친 덕에 지역의 특성이 많이 사라져 버렸지만 예전에는 가락의 흐름이나 놀이의 형태가 많이 달랐습니다.
현포 20-02-24 10:35
 
“동네굿 안 친 지가 오래되었어. 이젠 굿 쳐야 사람들이 나오지도 않아. 굿이란 것이 사람이 모여야 재미있지. 아무도 안 보는디 뭐 할라고 칠 것이여.”
산백초 20-02-25 09:30
 
농사 일에만 굿을 친 게 아니라, 바닷가 마을에서는 뱃사람들이 무사히 고기를 많이 잡아 오도록 기원하는
'배치기 풍장'을 쳤고, 절에서는 '절굿'을, 집 지을 때에는 '집들이굿'을, 다리를 놓을 때는 '다리굿'을 쳤습니다.
산백초 20-02-25 09:31
 
일자진이나 오방진이나 쌍방울진과 같은 여러 가지 '진풀이' 또는 '진법'에도 뛰어나야 하니, 부처님 살찌고 마르고가
석수쟁이 손 끝에 달렸듯이 굿이 잘되고 못 되고는 오로지 상쇠의 솜씨와 경륜에 달려있다 할 것입니다.
산백초 20-02-25 09:32
 
그의 말을 얼마쯤 눅여 주더라도 좌도굿 가락은 화려한 눈요깃거리의 굿으로 변질된 다른 지방의 굿에
견주어서 전통적이고 옛스러운 맛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굿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얀민들레 20-02-25 15:44
 
요새 사람들에게는 농악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풍물은 예전에는 '굿'이나 '매구' 또는 '풍장' 등으로 불렸습니다.
하얀민들레 20-02-25 15:57
 
농악은 어느 음악 유산보다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악 연주하는 것을 ‘굿친다, 매구친다, 풍장친다, 풍물친다.’ 라고 합니다. 이때에 쓰이는 악기인 '굿물' 또는 '사물'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와 같은 타악기와 태평소, 나팔과 같은 관악기가 있습니다. 그 중 꽹과리는 풍물 중의 으뜸이 되는 악기입니다.
하얀민들레 20-02-25 15:58
 
상쇠와 중쇠가 꽹과리를 한가운데 놓고 춤을 추며 노는 놀이인 '일월놀음' 또는 '일광놀음'은 어떻게 치며, 상쇠와 중쇠가 교대로 가락을 치는 놀이인 '짝두름'은 어떻게 하는가 하는 가지가지 '군법'(농악 연주 순서) 에 통달해야 합니다.
하얀민들레 20-02-25 16:00
 
전라도의 서남 지방 곧 정읍, 김제, 부안, 영광, 장성, 화순 같은 고을에 전해 내려오는 우도굿과는 달리 치배들이 고깔을 쓰지 않고 전립 곧 벙거지를 주로 쓰며, 상모를 돌리는 윗놀이의 기교가 뛰어나고, 밑놀이인 굿가락에 잔가락이 적어 담백하고 빠른 편입니다.
하얀민들레 20-02-25 16:02
 
“굿도 여러 가지이지만 굿을 뼛속 깊이 아는 사람은 우리 굿을 알아줘. 다른 굿은 맛이 없어서 못 듣겠다고들 그려.”
하얀민들레 20-02-25 16:03
 
굿이란 것이 음양이 있어서 젊은 색시허고 총각들이 버글버글혀야 흥도 나고 재미가 있는 것인디, 맨 늙은이들끼리 뭐 헐라고 굿치고 굿 보고 할 것인가. 인제 굿이란 것도 다 끝나 버렸어.”
하얀민들레 20-02-25 16:03
 
이 땅에 남은 또 하나의 귀한 가락이 이렇게 쓸쓸히 푸른 하늘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늘배움 20-02-25 19:59
 
이밖에도 나라의 행사나 군사 훈련이나 전쟁 때나 사냥할 때나 상여나갈 때와 같이 백성들의 의식과 일과 놀이에 안 쓰인 곳
 없이 두루 쓰였으니, 농악은 어느 음악 유산보다 우리 민족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늘배움 20-02-25 20:00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부락에 살고 있는 김봉열 명인은 그러한 상쇠 노릇을 평생 해 온 사람입니다.
늘배움 20-02-25 20:01
 
“동네굿 안 친 지가 오래되었어. 이젠 굿 쳐야 사람들이 나오지도 않아. 굿이란 것이 사람이 모여야 재미있지.
아무도 안 보는디 뭐 할라고 칠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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