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검사로 첫발을 디딜 때, 나는 다른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정의(正義)로운 검사가 되리라’굳은 다짐을 하였다. 아직 내 정신은 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신선하게 팔딱팔딱 뛰고 있었고, 그래도 왕년에 어줍잖게 선배들 따라 데모 좀 하고 다녔던 ‘청년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한 다짐이기도 했다. 게다가 어지간한 자리에서 초임검사가 ‘정의로운 검사’ 운운하면 다들 기특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랬기에 그 무렵 어느 고소인으로부터, 바로 그 ‘정의’라는 단어로 따귀를 맞은 일은 지금도 분한 기억이다.
건물 2층을 월세 110만원에 임차하여 독서실을 운영하던 고소인은, 옆 건물의 같은 층 월세가 80만원임을 알고, 그간 건물주가 매월 30만원씩 사기를 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고소를 했다. 말도 안되는 고소였지만, 당시는 검사가 모든 고소인을 직접 면담하라는 압박이 엄청났던 시절이었기에, 나는 고소인을 불러 건물주를 처벌할 수 없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는 피식 웃으며 “검사님,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피의자가 처벌 안 받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응, 고소는 이상하게 했어도 말은 통하는구나' 안도한 것도 잠시, 이어지는 말은 “주변 사람들이 건물주가 의사(醫師)라서 고소해봐야 소용없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저는 검찰이 정의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는데, 역시 검사님도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네요. 대한민국에 정의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어요”라는 것이었다. 어라, 이건 또 무슨 참신하고 신박한 논리전개란 말인가. 얼토당토않은 맥락과 타이밍에 ‘정의’라는 무기를 들고 공격을 감행하다니! 나는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와 나의 ‘정의’는 분명 단어만 같을 뿐 의미는 달랐다. 이 에피소드는 정말 하찮은 사례에 지나지 않지만, 이후로도 100명이 ‘정의’를 말하면 그곳에는 100가지의 ‘정의’가 있었다. 진짜 비극은, 그 숭고한 단어를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사용하는 흉기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合意하지 않고 定意하지 않은 正義는, 그저 각자의 극히 주관적인 신념에 불과한 것 아닐까?
그래서 난 요즘, '正義‘라는 단어를 웬만해선 내뱉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도 나는 정의로움을 지향하겠지만, 그것이 객관적으로도 정의임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그저 많은 성찰을 통해 정의로움에 수렴하려는 노력만 하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正義라는 단어를 돌멩이처럼 손에 들고, 반대편을 향해 던져 대며 공격하는 분들께도 진지하게 여쭙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正義는 무엇인가요?” 정유미 부장검사 (대전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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