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필자는 6.25전쟁 전공자가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6.25전쟁에 관한 서적, 정치적 차원에서의 6.25전쟁에 관한 서적은 가능하면 구입하여 읽고 있다. 아마존 책방에서 혹시 6.25전쟁 관련 새로운 책이 나왔나 확인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읽은 6.25전쟁 관련 서적 가운데 최상의 것은 1952년 미국의 저명 언론인 스톤(I.F. Stone)이 저술한 '6.25전쟁 비사(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란 제목의 책이다. 브루스 커밍스는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 이전에 관한 많은 1차 자료를 발굴했다. 1945년부터 6.25전쟁 이전까지의 한미관계를 가장 권위 있게 심도 깊게 연구한 사람이다. 그러나 6.25전쟁에 관한 최상의 책은 스톤의 책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6.25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한 목표, 6.25전쟁이 이 같은 목표를 겨냥하여 일사분란하게 수행되었음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당시 스톤은 6.25전쟁에서 트루먼이 추구한 목표에 관해 전혀 몰랐다. 트루먼 등 고위급 인사들의 일관된 발언을 기록해놓았을뿐이다. 그런데 결국 이것이 6.25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한 목표였다. 또한 스톤은 6.25전쟁 진행 상황을 당시 주요 언론매체의 보도 등을 인용하여 정리해놓았다. 그런데 이들 내용을 보면 이들 진행 상황이 6.25전쟁에서 트루먼이 추구한 목표대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은 정치적 목표를 겨냥한다.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성격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적 목표를 설정하며, 이들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육군, 해군 및 공군은 이들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에서 특정 군단 및 사단, 비행단의 행위를 제대로 설명하고자 하는 경우 이 같은 전쟁에서 추구한 정치적 목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6.25전쟁에 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시 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했던 정치적 목표를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의 6.25전쟁 역사는 특정 전투에 관한 설명 수준의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에서 추구한 목표 측면에서 이들 개개 전투가 어떠한 부분에 해당하는 지를 거의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톤의 상기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6.25전쟁 관련 몇몇 서적을 읽으면서 필자는 6.25전쟁과 관련하여 있었던 여러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이형근 대장이 "군번 1번의 외길인생"에서 말한 10대 불가사의, 약간 비약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한강철교 폭파, 장진호 전투, 8군과 10군단을 분리 지휘한 일, 1차 및 2차 압록강 진격과 그 후의 후퇴 행위 등 6.25전쟁에서 벌어진 일련의 주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입장이다.
필자가 6.25전쟁에 관해 나름의 관점을 갖게 된 주요 계기는 스톤이 저술한 상기 책이었다. 필자가 스톤의 책을 최상의 책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6.25전쟁은 트루먼이, 아니 에치슨이 철저히 통제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우리가 미군의 실패로 간주하는 사건들도 실패가 아니고, 전쟁 목표를 겨냥하여 수행된 것이었다. 유엔군의 비극이라는 장진호 전투, 8군과 10군의 지휘를 양분한 것 등 모두가 성공적인 전쟁 수행의 일환이었다. 6.25전쟁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겨냥하여 수행된 것이었다. 이들 모두는 맥아더가 아니고 미 합참의, 특히 에치슨의 구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스톤은 동료 언론인 4명의 도움을 받아 상기 책을 저술했다. 그런데 이 책은 6.25전쟁에 관한 가장 최초의 책이다. 이 책에서 스톤은 6.25전쟁이 미국이 사전 기획한 작품임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이 사전에 전쟁발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의회 증언, 미 국무성 차관보의 의회 증언 등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소위 말해 이 책은 6.25전쟁의 진실을 밝힌 책이다. 미 CIA 국장 등 미국의 저명 인사들이 6.25전쟁 발발을 이미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6.25전쟁에 대비하여 미 국무성이 유엔결의안을 사전에 작성했다고 미 국무성 차관보가 미 의회에서 증언했는데 이들 증언을 음모로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오늘날 일각에서는 이 책을 6.25전쟁과 관련하여 소위 말하는 수정주의 사관의 원조라고 말하고 있다. 수정주의가 기존 관점을 바꾼 것이란 의미란 점에서 보면 이 책을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6.25전쟁에 관한 수정주의 관점의 원조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가장 먼저 6.25전쟁에 관해 저술한 책인데? 그 후 6.25전쟁에 관해 등장한 서적 가운데 이 책과 관점이 다른 것이 수정주의 사관인 것이지 이 책이 어떻게 수정주의 사관의 원조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 가능한 사실이 있다. 스톤이란 사람이 먼저 국가안보에 관한 전문성이 매우 높은 사람이란 사실이다. 이 사람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등, 전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구비한 사람이었다. 전쟁뿐만 아니라 20세기 미국의 안보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구비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6.25전쟁 관련 트루먼, 맥아더, 유엔, 주은래 등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 , 2차 세계대전 등 본인이 취재했던 이들 사건과 6.25전쟁은 무언가 달랐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6.25전쟁이 벌어진 직후 미 국무성은 6.25전쟁을 남한이 도발하지 않은 가운데 북한이 남침했다며, 유엔에 결의안을 요청했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진지 며칠 동안에도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언론매체들, 한국에 있던 외국인들은 남침 또는 북침 여부를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전쟁 발발 즉시, 미 국무성은 6.25전쟁을 남한이 도발하지 않은 가운데 북한군이 남침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미국은 전쟁 발발 즉시 남한의 도발이 없는 가운데 북한군이 남침했음을 100%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49년 당시 북한의 도발보다는 남한의 도발이 보다 빈번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이는 의문스런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미국은 6.25전쟁이 전적으로 남한의 도발이 없는 가운데 북한의 남침으로 확신할 수 있었을까? 스톤은 미 국무성이 참조했다는 자료들의 모순을 발견한다. 결국 미 국무성이 이처럼 자신 있게 북한의 남침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6.25전쟁 발발 몇 달 동안 남한이 북한에 전혀 도발할 수 없도록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 또한 6.25전쟁이 미국의 사전 의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란 것이다.
이외에도 1950년 6월 24일 덜러스가 기자들에게 한 발언에 주목한다. 덜러스는 "조만간 아태지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국가의 안보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줄 Positive action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Positive action이 무엇인가? 질문하자 덜러스는 도쿄에서 본인과 브레들리 합참의장 및 존슨 국방부장관이 공유했던 생각을 모아놓은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6월 25일 전쟁이 벌어졌으며, 유엔군의 압록강 진격과 중공군 참전 이후 미국의 국방비가 대거 증액되고, 나토가 강화되며, 대만이 재차 미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 입장에서 세계 안보가 굳건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보며 스톤은 덜러스가 말하는 Positive action이 6.25전쟁 말고는 없는데? 책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덜러스의 당시 발언은 1950년 4월 미국이 정립한 NSC-68의 내용이었다. 이 문서는 그 후 20년 동안 존재 자체도 비밀로 분류된 것이었다.
트루먼의 발언, 6.25전쟁에 관한 미 극동군사령부 발표와 종군 기자들의 상황 보도 간의 차이점을 분석한다.
스톤의 책은 이 같은 성격의 것이다. 그런데 그 후 몇 십 년 뒤 비밀해제된 자료를 보니 스톤이 저술한 상기 책의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사실이라는 것이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자 하는 경우 6.25전쟁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제한전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 이전의 전쟁과 달리 6.25전쟁이 미국 대통령이 철저히 통제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전쟁이란 사실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에치슨이란 단일 인물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6.25전쟁과 관련하여 혹자는 맥아더의 역할을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아니었다. 유엔군의 2차례에 걸친 압록강 진격, 38선 월경, 2차 압록강 진격 이후 유엔군의 놀라운 철수, 장진호 전투, 원산 상륙작전 등 모든 작전은 미 합참의,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루먼의 지시에 철저히 입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미국이 6.25전쟁에서 추구한 목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6.25전쟁 관련 모든 발표는 결국 단일의 목표를, 전쟁 목표를 겨냥하여 진행된 것이다. 미국 정부를 사람에 비유하는 경우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발언이 달라지는 것이다. 스톤은 6.25전쟁 관련 미국의 행동과 발언을 정리해 놓았는데 이들 행동과 발언은 결국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를 겨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스톤은 그 우수성은 물론이고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당시는 미국 내부에서도 공산주의 척결 운동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매카시 선풍이 불고 있던 상황에서 6.25전쟁이 미국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음을 400페이지의 책을 통해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거의 모든 출판사가 출간을 거부했다고 한다. 특정 출판사가 출판해준 것이다.
필자는 6.25전쟁 이전에 있었던 사건과 6.25전쟁 당시의 주요 작전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처럼 6.25전쟁에 관해 나름의 관을 구비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은 1952년에 미국의 저명 언론인 I. F. Stone이 저술한 6.25전쟁의 비사(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란 제목의 책이다. 필자가 이 책을 6.25전쟁 관련 최상의 책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1954년에 번역했으며, 중국도 번역하여 읽고 있는 이 책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