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Never ending story (2002)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 쉬고 있지만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 거라고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김태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리스트이며 뛰어난 작곡가임과 동시에 가장 정확한
단어를 쓰는 훌륭한 작사가이기도 하다. 부활의 침체와 개인적인 아픔 속에서 탄생한
'Never ending story'의 노랫말은 그의 수많은 명가사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은 떠나면서도 '마치 날 떠나가듯이' 손을 흔드는 연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상실감과 지독한 그리움은 떠난 이의 빈자리에 '같은 모습의 바람'으로
나타난다. 영화 같은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모든 실연 남녀의 마음을 처연한 은유로
담아낸 한국 발라드의 보석과도 같은 노랫말. 군더더기 없이 유려한 선율과 무너질 듯 여린
이승철의 애절한 목소리도 곡의 호소력을 높였다. (조해람)
내가 아는 김태원은 부활의 리더였다. 이승철이 나온 이후 부활은 삐걱거렸고, 김태원은 마약에 빠져
결국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나왔다가 또 마약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부활은 그
밴드명에 걸맞게 몇번이고 부활했다. 2002년 이승철이 다시 보컬을 맡아 불렀던 '네버엔딩스토리'.
나는 부활이 다시 그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몇년 후 또 잊혀지는 듯
싶었고...그러다가 갑자기 김태원이 방송 여기저기에 나와 개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새 김태원은 '국민할매'라는 별명이 생겼고, 누가 뒷모습을 보고 여자로 오인하는 웃기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김태원 뿐 아니라 윤종신도 여기저기에 보였기 때문에 아, 역시 이제 뮤지션은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구나라고 느꼈다. 그렇게 여기저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 몸개그를
하는 것은 다 먹고 살기 위함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원래 뮤지션이었다는 것은 희미해질지언정.
그러다가 슈스케 이후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위대한 탄생'에서 요즘 추세에 맞지 않게
독설보다 좋은 말을 더 많이 하여 '국민멘토'라는 별명까지 생겼다고 한다. 국민할매에서 국민멘토까지...
내가 TV를 안보는 사이 김태원은 참 많은 일을 겪었구나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제 책까지 냈다. 김태원의 에세이집 '우연에서 기적으로'가 바로 그 책이다.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조금은 낯간지러운 부제도 붙어있다. 2002년에 부활이 다시한번 부활한
계기가 네버엔딩 스토리였으니 상징적이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없이 부활하는 김태원의
이야기니 적절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제목은 '우연에서 기적으로'인데, 책 중에 '위대한 탄생'의 일화에 이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뉴스에서도 종종 '우연에서 기적으로'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곤 했다. '우연에서 기적으로'는
김태원이 늘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위대한 탄생에서 대하여 '우연일 뿐이다'라고 말한 뒤 '시간에 성실할 때 맞이하는 우연'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한번은 우연, 두번은 기적, 세번은 실력이라 하지 않았나.
책에 있는 내용들은 서로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1~2페이지로 구성된 짤막한 글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주제가 있고 그것에 대한 김태원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 의도적으로 '책'을
쓰려고 줄줄이 나열한 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화하듯 글이 전개된다. 까페 같은 곳에서 마주않아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느낌. 이야기의 주제는 이런 것이 나왔다가, 또 바뀌어서 다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가. 이런 느낌이다. 국민멘토란 별명에 걸맞게 독자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어떤 이야기는 교훈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안타깝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그냥 개똥철학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그런 것이 김태원이다. 이 책은 김태원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글로써 간접체험하는
책이다. 그냥 김태원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그냥 편하게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틈틈히 김태원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현재 이야기, 심지어는 불과
얼마전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2011년 4월, 나경원은 김태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같은 장애아를 둔 사람끼리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김태원의 이미지가 한창 좋아 주가가 오를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만남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김태원이 그냥 뮤지션이기만 하던 시절이나
지금처럼 한창 뜨기 전에는 나경원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이후 역시 많은
언론을 통해 나경원과 김태원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나경원의 '장애아 엄마'란 이미지와
좋은 이미지의 김태원을 결부시키는데 급급했다.
이 책에 당시 상황에 대해 나와있는데, 김태원의 측근들은 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나경원이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나 김태원은 자긴 정치는
잘 모른다며 나경원과 그 딸을 자신의 콘서트에 초청했을 뿐이다. 참 멋지고 순수한 것 같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시인에게 이용당해 두번째 대마초 혐의로 감옥에 갔던 경험까지 있으면서
말이다. 김태원은 살면서 많은 안좋은 일을 겪었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듯 싶다. 최근 이야기 중 강호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 김태원에 관하여,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고 저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치 눈앞에 앉아서 대화하듯이 편하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