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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19 11:28
노자(老子)가 말한 천지의 시원과 우주적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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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블루베리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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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주적 기승전결(起承轉結)
과학기술 사회에서는 일반인도 어느 정도의 과학 상식(science literacy)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인문, 사회 그리고 예체능계 대학생들에게 교양과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오랜 검토 끝에 작년에 발표된 하버드 대학의 교양과목 개편안에는 모든 문과생이 적어도 교양과학 두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21세기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과학 학습의 배경이 부족하고 그래서 과학에 거리를 느끼는 문과생에게 교양과학은 자칫 어렵거나 지루한 과목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들에게 이과생이 배우는 기초과학의 학습 방식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과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도록 나름대로의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를 ‘3막 3장의 드라마’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그것이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3막 3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막: 천지시원(天地始原) 1장: 빅뱅, 2장: 처음 3분간, 3장: 처음 30만 년2막: 천지현황(天地玄黃) 1장: 별의 일생, 2장: 태양계, 3장: 푸른 행성 지구3막: 소우주(小宇宙) 1장: 생명의 알파벳, 2장: 세포 옆에서, 3장 호모 사이엔티피쿠스노자(老子)가 말한 천지의 시원은 과학적으로는 빅뱅이요, 우주적 드라마의 구도 상으로는 기(起)에 해당한다. 빅뱅 우주에 이미 들어 있는 기본 원리[道]에 따라 쿼크가 만들어지고, 또 쿼크로부터 양성자(제일 가벼운 원소인 수소)와 중성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로부터 두 번째로 가벼운 원소인 헬륨이 만들어지는 ‘처음 3분간’이 있다. 이와 더불어 수소와 헬륨의 원자핵이 전자와 결합해서 후일 우리 주위의 물질세계를 구성할 중성원자를 만드는 처음 30만 년까지는 일이 잘 풀려나가는 승(承)에 해당한다. 그런데 잘 풀려나갈 줄 알았던 우주는 난관에 봉착한다. 생명체를 만들려면 처음 3분 동안에 만들어놓은 수소와 헬륨이 충돌해서 탄소,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급격히 팽창하는 초기 우주에서는 수소와 헬륨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갈 뿐 아니라 온도까지 급강하해서 충돌한 여지가 줄어들고 만다. 우주적 반전(反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우주적 드라마의 전기(轉機)는 수억 년 후에 별과 은하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한없이 멀어져갈 것 같던 수소와 헬륨이 미약한 중력의 영향으로 서서히 방향을 전환(轉換)하고 뭉치면서 급기야는 별과 은하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별의 내부에서는 마침내 오래 기다렸던 무거운 원소의 합성이 실현된다. 약 100억 년 후에 이들 무거운 원소들은 빅뱅 우주에서 마련해놓은 가벼운 원소들과 함께 태양계의 재료가 된다. 그러니까 현묘(玄妙)한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도, 우리 삶의 터전인 황토(黃土)도 모두 반전(轉)을 통해 얻어진 우주적 드라마의 결(結)이다. 결(結)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적 기(起), 승(承), 전(轉)을 거쳐 46억 년 전에 태양과 지구를 만들어낸 자연은 내친 김에 생명의 창조에 나선다.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탄소, 질소, 산소가 화학결합을 통해 네 가지 생명의 알파벳을 만들고, 이들 알파벳을 사용해서 기록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생겨난 것은 약 40억 년 전 일이다. 그리고 40억 년에 걸친 세포 기능의 발전과 세포의 뭉치기를 통해 오늘날의 인간이 등장했다. 그러고 보면 국화도, 소쩍새도, 시인도 40억 년 전 태초 세포의 후손이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중간에 위치한 인간은 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주에는 약 천억 개의 별이 들어 있는 은하가 약 천억 개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 몸에는 약 백조 개의 원자가 들어 있는 세포가 약 백조 개 있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이루어낸 과학을 하는 인류, 호모 사이엔티피쿠스는 그야말로 소우주(小宇宙)이고 우주적 결(結)의 결정판이다. 문과, 이과를 떠나서 우주적 드라마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을 파악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은 현대를 사는 교양인의 특권이다. 더구나 그 드라마의 귀결(歸結)이 우리 자신임에랴. 2. 살신성인(殺身成仁) 별의 죽음 우주적 드라마에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별의 내부에서 탄소가 생기는 단계가 필수적이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라는 동요 가사 대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작은 별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최근 별세한 196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한스 베테가 밝힌 대로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의 내부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융합되면서 에너지가 나온다. 별의 중심에 헬륨이 축적되면 주계열성 다음 단계인 적색거성이 되면서 헬륨으로부터 드디어 생명의 핵심원소인 탄소가 만들어진다. 다이아몬드가 순수한 탄소의 결정인 것을 생각하면 적색거성의 중심에서는 후일 지구상 수많은 여인들의 손가락에서 반짝일 다이아몬드가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적색거성의 중심에 탄소가 얼마나 많은지, 그러니까 다이아몬드로 치면 몇 캐럿인지가 그 별의 장래를 결정한다. 별의 진화에 대한 연구로 198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찬드라세카(S. Chandrasekhar)에 따르면 중심 탄소 핵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1.4배를 넘는 적색거성은 탄소부터 철까지의 원소들을 만들고는 초신성폭발이라는 대폭발로 생을 마무리한다. 탄소 함량이 찬드라세카 한계, 즉 태양 질량의 1.4배를 넘지 못하는 적색거성은 초신성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백색왜성이라는 별 볼일 없는 별로 남는다(참고로 태양 질량 정도의 다이아몬드는 1에 0을 34개 붙인 캐럿에 해당한다). 우주의 역사에는 세 가지의 대 폭발이 있었다. 첫 번째 폭발은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빅뱅(big bang)이다. 우리말로는 ‘빵하고 터졌다’는 의미에서 ‘빅 빵’이라고 옮겨도 좋겠다. 두 번째 폭발은 빅뱅으로 출발해서 팽창을 계속하던 냉혹한 우주에서 수억 년의 암흑을 헤치고 하늘에 뇌성을 일으키는 최초 별의 탄생이다. 세 번째 중요한 폭발인 초신성폭발은 수명을 다 한 별의 자폭이다. 초신성폭발은 얼마나 장엄하던지 하나의 초신성이 내는 빛은 천억 개의 별이 들어 있는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는다. 이 세 가지 폭발은 모두 생명의 탄생에 필수불가결하다. 일단 첫 번째 폭발로 우주가 시작이 되어야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생기고, 약 100억 년 후에 태양계가 생겨난다. 그 결과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에서 진달래도 피고 김소월 시인도 태어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폭발로 별이 생기지 않았다면 진달래에도 시인의 몸에도 들어 있는 탄소, 질소, 산소 등 생명의 필수 원소가 만들어질 수 없다. 세 번째 폭발이 중요한 것은 초신성폭발을 통해 적색거성에서 만들어진 생명의 필수 원소들이 우주 무대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플롯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난 연극이라 하더라도 배우들이 무대에 나서지 않으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생명이라는 우주적 드라마의 주역을 맡을 원소들이 별의 내부에 갇혀 있다면 생명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초신성의 희생적인 죽음을 통해 별의 내부에 들어 있던 원소들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와 먼 훗날 우리 몸에 자리 잡게 된다. 별의 죽음이 생명을 잉태한 것이다.초신성의 해체를 통해 우주 공간으로 탈출한 탄소, 질소, 산소 등 생명의 필수 원소들은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져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던 수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태초부터 예정되어 있던 화학결합의 원리에 따라 탄소는 메탄을, 질소는 암모니아를, 산소는 물을 만든다. 이처럼 메탄, 암모니아, 물 같은 간단한 화합물에도 세 차례 있었던 우주적 폭발의 비밀이 함축되어 있다. 약 40억 년 전 태초의 지구에서 메탄, 암모니아 그리고 물은 수소와 함께 보다 기능적인 화합물로의 변화를 거듭하여 최초의 생명체를 만들어냈고, 생명의 진화는 결국 과학을 하는 호모 사이엔티피쿠스를 만들어냈다.초신성폭발이 없었다면 생명의 원소들은 아직 적색거성의 내부에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죽음은 생명을 잉태한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은 우주적 원리인 셈이다. 3. 물에서 보는 도(道)와 덕(德)우주와 인간사의 도와 덕을 다루는 노자의 사상에서 도(道)는 모든 현상 뒤에 있는 위대하고 전능적인 활성의 원리로서 우주 생성의 원동력이고, 덕(德)은 도가 물질적 세계에 발휘되었을 때 나타나는 우주의 양육, 발전의 능동적 원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덕은 득(得)으로, 원리인 도를 따라 행함으로 얻어진 좋은 결과인 것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항상 낮은 데로 임하는 물의 덕을 일컫는 것이다. 40일 금식을 해도 물은 마셔야 하는 이유는 생명의 화합물들과 적절히 융화하면서 생명 현상의 핵심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물의 덕에 있다. 화성 탐사선이 화성 표면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함으로써 화성에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가워하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물의 덕은 우주적이다. 물의 덕은 유연성과 융통성으로 발휘된다. 캐나다 쪽 로키 산맥에는 대분기점(the great divide)이라는 특별한 곳이 있다. 산에서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지만,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이 지점에서는 폭이 일 미터 남직한 작은 개울이 능선을 따라 흐르다가 양쪽으로 갈라진다. 그런데 이 지점이 대분기점인 이유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왼쪽으로 빠지는 물은 3천 킬로미터를 흘러서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임을 생각하면 물은 교훈적이기도 하다. 방금 전까지 뒤섞여서 같이 흘러가던 물분자들 중 일부는 태평양으로, 다른 일부는 대서양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유연성은 자연에 존재하는 힘의 크기에서 나온다. 바로 이 상황에 작용하고 있는 힘들을 생각해보자. 우선 물이 흐르는 것은 자연의 힘 중 가장 약한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분자들 사이에는 수소결합이라는 전기적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은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수소결합을 이루던 두 개의 물분자가 대분기점에서 갈라지는 것이 가능하다. 수소결합이 몇 배 더 강했더라면 물분자들은 조약돌처럼 하나로 뭉쳐서 태평양이건 대서양이건 한쪽으로만 흐를 것이다. 하나의 물분자 안에는 공유결합이라는 전기적 힘이 역시 작용하여 두 개의 수소 원자를 중심의 산소 원자에 결합시켜준다. 수소와 산소 원자 사이의 공유결합은 물분자 사이의 수소결합보다 열 배 정도 강하기 때문에 로키 산맥에서 대서양까지 흐르는 동안 수증기가 되기도 하고 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물은 물이다. 수소와 산소 원자 내부에도 전기적 힘이 작용한다.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가 들어 있는 원자핵이 음전하를 가진 전자(-)들을 전기적 힘으로 붙잡아 중성원자를 만드는 것은 자연에 나타난 음양원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만일 원자가 중성이 아니라면 우리 몸에 들어 있는 1에 0을 28개 정도 붙인 개수의 원자들은 결코 화합(化合)해서 우리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아울러 중성자도 들어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 내부에는 쿼크라고 하는 기본입자들이 전기력보다 백 배나 강한 힘에 의해 붙잡혀 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우리 몸도 한 모금의 물도 137억 년 전 빅뱅 우주에서 만들어진 쿼크와 전자에서 출발한 것이다.
<도덕경>은 무극의 도에서 하나인 태극이 나오고, 하나인 태극에서 둘인 음양이 나오고, 둘인 음양이 상호 교류하여 셋인 화합체가 되고, 이 셋인 화합체에서 만물이 나와 쉬지 않고 생성해나간다고 말한다. 과학은 우주가 시작될 때 이미 기본입자들의 종류와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정해지고, 음양법칙에 따라 양성자와 전자가 화합하여 원자를 만들고, 원자들의 결합으로 화합물이 만들어져 생명이 태어나고 진화한다고 말한다. 놀라운 일치이다.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어라”라는 창세기의 기록(1:24)도 물질세계의 생성과 생명의 진화를 축약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우주의 생성 원리와 자연의 기본 법칙이 도라면 그 도를 따라 137억 년 우주 역사를 통해 생겨난 한 모금의 물이나 그 도를 깨우치고자 애쓰는 철학자나 종교인이나 과학자나 모두 덕이요 득인 셈이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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