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가 나타나서 크레온의 아내인 에우리디케에게 비극적인 전말을 고하게 된다. 안티고네가 자살을 한 후 그의 아들인 하이몬도 죽었다는 전말을 전하게 된다. 늙었지만 지혜로운원로들의 모임인 크레온의 말과 눈 먼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듣지 않다가 한발 양보하여 자신의 권력으로 만든 법 집행을 취소하려 했으나 시간은 늦었다. 크레온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암시는 시간을 재촉하다가 결국 안티고네가 자살하였고,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이 칼로 자신의 몸을 찔러 자살하게 된다. 이제 크레온 아내의 운명을 어찌 될까.
왼쪽에서 사자1 등장.
사자1 카드모스와 암피온의 왕궁 옆에 사는 사람들이여, 저는 인간의 일생을 자로 잰 듯 이 찬양하거나 비난하지는 않겠습니다. 운명의 신은 매일같이 행복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 람을 만들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므로 이 일에 관한 한 아무도 기정 사실을 예언 할 수 없 습니다. 크레온 왕은 한때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축복 받은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카드모스이 땅을 적의 손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이 나라의 유일한 지배권을 장악하셨습니다. 왕자다운 애들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 그분은 군림해 왔습니다. 그러 나 지금은 이런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인간이란 즐거움을 빼앗겼을 때 살아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숨쉬는 시체에 지나지 않지요. 원하시거든 액에다 재산을 쌓아 놓 으십시오. 왕처럼 살아 보십시오. 그러나 아무런 기쁨도 없다면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 을 것입니다.
코러스 그대가 전하는 왕가의 새로운 슬픔이란 무엇인가?
사자1 죽음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그분을 죽였습니다.
코러스 살인범은 누구고 죽은 분은 누구냐? 어서 말하라.
사자1 하이몬 왕자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나그네가 그의 피를 흘리게 한 것은 아닙니다.
코러스 아버님이 죽였는가? 아니면 자살인가?
사자1 자살입니다. 아버님의 살인 행위에 격분한 끝에.
코러스 오, 예언자여, 그대의 말이 사실로 밝혀졌구나!
사자1 그렇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나머지 일이나 잘 의논하십시오.
코러스 보라. 크레온 왕의 왕비님, 가엾은 에우리디케 님이 오신다. 우연히 궁전에서 나 오신 것일까? 아니면 아드님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까?
에우리디케 등장
에우리디케 오, 이 나라의 백성들아, 팔라스 여신께 기도를 드리러 나오다가 그대들의 말 을 들었소. 마침 문빗장을 벗기고 문을 열려고 할 때 우리 집안의 슬픈 소식을 들었소. 나는 깜짝 놀라서 몸종의 팔에 안겨 실신하고 말았소. 그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말해 주시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소실을 듣지 않겠소.
사자1 왕비님, 제가 본 것을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을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말 씀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왕비 님의 슬픔이 진정될 리도 없지 않겠습니까? 진실은 언제나 최선의 것입니다. 저는 왕을 모시고 폴리네이케스 님의 시체 가 개들에게 찢긴 채 아직도 방치되어 잇는 들판 끝으로 갔습니다. 저희들은 길의 여신과 플루토님께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노여움을 푸시라고 기도를 드리고 시체를 정성껏 씻은 다음, 나머지 시신을 새로 꺾어 온 나뭇가지로 말끔히 태워 버렸습니다. 저희들은 그분이 사랑하던 조국의 흙으로 봉분을 쌓았습니다. 그 다음에 저희들은 바위를 침대로 삼고 있 는 아가씨의 신방, 죽음의 신의 신부가 계신 동굴로 갔습니다. 그런데 신부의 부정한 침 실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저희들은 크레온 왕께 가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왕께서는 가까이 가시자 이상하고 비통한 울음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 왔습니다. 왕께서는 신음을 하시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아, 가엾기도 하구나. 내 예감이 맞았 단 말인가? 나는 기금 가장 슬픈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저건 분명히 내 아들의 목 소리다. 얘들아, 빨리 가 봐라. 저 무덤에 닿거든 돌들을 비켜 놓은 틈으로 들어가서 동 굴 속의 저 소리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하이몬의 목소린지 혹은 내 귀가 신들께 속고 있 는지를 알아보아라.”
탄식하시는 왕의 분부대로 저희들은 무덤으로 갔습니다. 저희들은 무덤 깊은 곳에서, 고 운 린네르 실로 짠 밧줄로 목을 맨 아기씨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하이몬 님은 아가씨의 허리를 안고 죽은 자와 함께 있는 신부를 위해서, 또 아버님이 하신 일과 자신의 불운한 사랑 때문에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왕께서는 아드님을 보시자 무서운 소리를 외치시면서 안으로 들어가 구슬픈 목소리로 아 드님을 불렀습니다. “불쌍한 놈아,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어떤 불운이 이성을 잃게 만 들었느냐? 얘야, 제발 이리 오너라. 부탁이다!” 그러나 아드님은 무서운 눈으로 아버님을 쏘아보며 아버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열 십자 손잡이의 칼을 뽑았 습니다. 왕께서는 급히 몸을 피하셨기 때문에 칼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불쌍한 아드 님을 벌컥 화를 내며 곧바로 있는 힘을 다해서 칼로 자기 몸을 찔러 칼날이 절반 가량이 나 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아직 의식이 있는 동안에 간신히 아가씨를 껴안고 숨 을 몰아 쉬자, 아가씨의 창백한 뺨에 왈칵 선혈이 쏟아졌습니다.
시체가 시체를 안고 쓰러졌습니다. 불쌍한 젊은이는 이 세상이 아니라 죽음의 신의 집에 서 결혼식을 올린 것입니다. 그리고 왕자님은 인간에게 붙어 다니는 온갖 저주 중에서 어 리석음이 가장 무서운 저주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에우리디케 궁전으로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