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行’ 개념의 의의에 관한 결론
'심경험'의 ‘체’ 개념의 속성 중의 하나인 ‘행(사)’을 통해서,
정약용 사유의 특징이 도덕실천에 있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독창적인 인성론 ‘체’와 ‘성-권형-행사’는 선악은 일을 행한 후에 평가할
수 있다는 그의 선악론에 상응하여 구성되었다. 이 입장은 실천주체를
기반으로 삼는 도덕이론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그랬을 때 행동을 하기
전에는 도덕준칙의 문제가, 행동을 하고 난 후에는 도덕척도의 문제가
생기는 데, 정약용의 ‘체’론은 전자는 성과 권형으로, 후자는 ‘내행과
외행’ 또 ‘드러나지 않은 행[冥冥之行]과 드러난 행[昭昭之行]’으로 해결되
고 있다. 천리와 같은 외재적 도덕률과는 다른 방식인 실천주체의 도덕
이론을 정립하려 할 때 ‘체’의 세 요소는 이론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
이다. 즉 도덕실천을 역설했던 정약용의 문제의식을 존중한다면 ‘세’로
추상화되기 전 ‘행(사)’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정약용의 ‘행’ 개념이 갖는 의의를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약용은 실천[行]을 인성론의 한 요소로 이론화했다. 그런 점
에서 ‘실천적 이론가’라는 표현은 그 특징을 잘 드러낸다. 그런데 기술
적 용어던 ‘행’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보았듯 그의 과감하고 독창적
인 해석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일까? 경험적 사태를 일반화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 그리고 선악은 행사 이후라는 자신의 신
념을 오직 본인의 사유 능력에 의지해 치열하게 사색 했기에 그 같은 해
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약용의 사상체계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지금과는 다른 연구 방법론과 다양한 해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인성론 해석사에서 정약용의 ‘체’ 개념은 독창적이며, 실천을
중시한 선진유가의 의도를 훌륭하게 이론화 해냈다.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근거로서 ‘성’, 행동의 결과가 선악을 지향하고 있는지 분별하
는 ‘권형’, 내적인 행위와 외적인 행동의 두 차원으로 구별되는 ‘행’, 영
체의 이 세 요소는 행동을 하기 전, 행동 중, 행동 후의 과정 속에서 인
식[知]과 실천[行]의 일련의 연속성을 설명하고 있다. 치밀한 이 이론적
정합성은 인상 깊었다. ‘체’ 개념은 도덕실천을 일상의 맥락에서 단순
하지만 호소력 있게 제시했다.
셋째, 체 내 ‘행’ 개념은 도덕실천이라고 하는 유교의 특성을 잘 보
여준다. 동시에 이 인성론에 종교적 차원도 함축되어 있다. 하늘은 도
덕실천의 맥락에서 인식된다. 정약용에게 있어 하늘은 도덕법칙을 강제
하지 않고, 선을 좋아하는 기호를 주고, 선을 인식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인 ‘체’를 마련해 개개인에게 품부했다. 정약용에게 있어 하
늘의 권위는 절대적인 주재에 있지 않고 선택과 책임이라고 하는 인간
에게 허용한 자율성에 있다. 하늘은 이 능력을 전적으로 실천주체가 주
도할 수 있도록 놔두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선을 할 수 있는 내 안의 가
능성을 확장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만이 아닌 종교적 행위[事天]이기
도 하다. 이와 같이 이해했기에 정약용에게 있어 도덕실천은 그 자체 종
교 의례와 같다.
하늘은 자세하게 명할 수 없는데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도심에 기탁하니,
도심이 경고하는 것이고 황천이 경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약용에게 드러나는 천은 깨달은 사람만이 아는 실
재다.
천명은 은미하여 마치 저절로 그러한 것 같다. 그러므로 소인은 알 지 못한
다. 성인이 말한 상서와 재앙의 경계는 반드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징험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인은 그것을 업신여긴다.
마지막으로 ‘성-권형-행’의 ‘체’ 개념은, 타고난 기질에 의해 성인의
인격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경전을 배울 수 없어도, 신분이 낮아
도, 누구나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해 선을 행하면 ‘사람다운 사람’, 성
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해석이다. 이는 성리학의 인간 이해에 비하면
자기 안의 힘을 깨닫게 해준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선행 혹은 악행
은 주체가 주도하는 것이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데에 달려 있다는 해
석은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주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정약용 사유의
보편성이며, 연구자들을 계속 연구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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