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行事’와 세勢
도덕인식보다 실천의 역할이 더 중요하며 이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
했던 정약용은 실천의 의미를 이론적으로 정립하려 했다. 그래서 그의
인성론인 ‘체’에 ‘행사’가 이치 중의 하나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용어의 변화,
‘행사行事’를 ‘세勢’로 대체했다. 이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용어의 변화 과정을 보면, ‘형질形質’ ('논어고금주'), ‘배태
胚胎’('중용자잠')의 단계를 거쳐, ‘구具와 행사行事’('심경험'), 그리고 ‘세
勢’ ('매씨서평')로 확정되었다. 그는 마음을 작용, 기능으로 분명하게 인
식하게 되면서, 형질, 배태와 같은 물질적 차원을 작용, 속성과 구별하
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勢’ 용어는 ‘행사’ 보다 더욱 추상적이다.
<梅氏書平>('與全' 2集, 32卷, 25). “勢者, 其地·其機也. 食色誘於內,
名利引於外. 又其氣質之 私, 好逸而惡勞, 故其勢從善如登, 從惡如崩.”
세[勢]란 처지[地]이고 기틀[機]이다. 식색은 안에서 유혹하고 명리는 밖에
서 유인한다. 또 기질의 사사로움은 안일을 좋아하고 노고를 싫어한다. 그
러므로 그 세란 선을 따르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 같지만 악을 따르는 것
은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 세’는 선을 하기 어렵고 악을 하기 쉬운 이유 설명이다. 식색의 생리
적 본능, 노고보다 편안함을 좋아하는 심리적 상태, 부귀와 명예를 구
하는 사회적 욕망 등이 ‘세’의 내용으로 제시되었다. 이들 요인들 때문
에 우리의 행동은 악하기 쉽다고 본 것이다. 좀 더 설명하면, 이 요인들
은 마음[地]이 휩쓸리기 쉬운 추세[勢], 즉 반성 없는 의식이 하기 쉬운
의식 작용이고, 이 의식 작용이 ‘지-기-혈’의 기제[機]를 통해 바람직하
지 못한 행동을 하게끔 이끈다. 위 인용구에서 ‘세’라는 용어와 서술 내
용을 보면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세’는 선악을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는 심성론의 맥락에 적합한 용어로 보인다.
그러나 도덕실천의 관점에서 보면, ‘세’라고 하는 용어는 분위기를 실
천으로 인도하기에 부족하다. 행동이 악하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경
계해야 하는 소극적 태도를 조성할 뿐이다. 그에 반해 ‘행사’ 용어는, 비
록 몸이라는 조건이 선을 하기에 쉽지 않게 작용하겠지만, 마음이 몸을
능동적으로 주재하여 선을 행하고자[行善] 하는 뉘앙스를 지녀, 조절이
라고 하는 소극적 차원이 아닌 행선에 대한 적극적 실천을 향하도록 우
리의 의식을 이끈다.
유교의 핵심 주제인 지행합일에 더 적합한 역할을 하는 용어는 ‘행’
이다. 아마도 ‘행사’ 는 기술적 용어에서 개념어로 나아가는 과정에 걸
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는 인성에 대한 사유가 이론적으로 더욱
정교해지면서 선택되었을지 몰라도, ‘행사’가 담고 있는 실천적 힘을 전
달하는 데는 약하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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