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8-09 22:40
기특한 동생
 글쓴이 : 혁명밀알
 

기특한 동생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곧 비가 쏟아졌습니다.

저는 학교 문 앞에 서서 쏟아지는 빗줄기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학교까지 마중을 나오셨겠지만,
1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님을 여읜 후,
제게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비처럼 제 마음에 슬픔이 밀려오려던 찰나,
친구가 다가와 우산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까지 사이좋게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갔습니다.
"고마워, 잘 가!"

친구 덕에 버스를 탈 때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집 앞 정류장이 다가올수록 내린 뒤가 걱정이었습니다.
집으로 재빨리 뛰어가자고 마음먹고 버스에서 내리려던 순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남동생이었습니다.

수업이 일찍 끝난 동생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선
우산을 들고 저를 마중 나온 것이었습니다.

동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으로 향하던 우리는
개울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 때문에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데다 하나뿐인 신발이 마음에 걸려
개울 앞에 얼어붙은 나에게 동생은
대뜸 등을 내밀었습니다.

"자 누나, 업혀!"
"뭐? 네가 나를?"
"누나 신발 젖으면 안 되잖아 내가 누나 정도는 업는다 뭐."

너무나 의젓하게 고집을 부리는 통에 동생의 등에 업히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저보다 덩치도 큰 누나를 업고 가며,
가끔 멈칫하고 서선 웃음 한 번 지어 보이고,
또 가다 웃어 보이며, 그렇게 개울을 건넜습니다.

미안하면서도 동생이 어느새 다 자란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피곤했던지 그날 밤 동생은 일찌감치 잠이 들었습니다.
이불은 다 차버리고 양말도 벗지 못한 채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아휴, 얘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렇게 힘자랑하더니만.."
양말을 벗겨 주려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습니다.

터지고 찢어지고 피멍까지 맺힌 상처투성이 발.
그러고 보니 오늘 동생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개울을 건너다 멈칫 서서 웃어 보였던 건,
애써 아픔을 감추려는 몸짓이었던 것입니다.

제 발에 피멍 맺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나 신발 걱정을 해 준 동생.
나는 잠든 동생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엄마의 마지막 당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네 동생은 네가 보살펴 줘야된다.'

- TV동화 행복한 세상 -

=============================================

동생에게 아내가 생기고, 남편이 생겼을 때
매형이 생기고, 형부가 생겼을 때,
그 자리에 언제나 함께 일 것 같은 가족은
또 다른 가족을 찾아 떠납니다.

물론 각자의 가족이 생겨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야
변함 없으리 다짐하지만,
살다 보면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온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음을 생각하며, 잘 해주세요.
다시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잖아요.


# 오늘의 명언
형제간의 정은 서로 우애하는 것이다.
- 사자소학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혁명밀알 15-08-09 22:43
 
글을 올리면서도 울적합니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활개를 치는세상인지라
사오리 15-08-09 23:41
 
과실에 대한 책임은 다른 사람과 같이 할지언정 공적은 같이 하지 말지
니 공적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하게 되리라.
어려움은 다른 사람과 같이 할지언정 안락은 공유하지 말지니 안락을
같이 하면 서로 원수가 되리라
천연수 15-08-10 06:21
 
사이좋던 가족도 짐승 하나 잘못 들어오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낼 수도 있습니다
호반도시 15-08-10 08:38
 
형제간의 정은 서로 우애하는 것이다
게리 15-08-10 09:35
 
나는 잠든 동생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엄마의 마지막 당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네 동생은 네가 보살펴 줘야된다.'
각설탕 15-08-10 10:06
 
서로에게 온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음을 생각하며, 잘 해주세요.
다시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잖아요.
그때그모습 15-08-10 14:16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짐승들도 있다는 것을 봅니다
현포 15-08-10 14:31
 
아무리 싸워도 동생은 동생, 형은 형입니다.
결국엔 눈길이, 애틋한 걱정과 관심이 누나 동생 오빠에게로 향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천륜의 확대가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로까지 온전히 확장되는것이 인류애,생명애가 아닌가합니다.
목화씨 15-08-10 18:37
 
물론 각자의 가족이 생겨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야
변함 없으리 다짐하지만,
살다 보면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사달 15-08-10 18:54
 
천륜을 모르면 사람이라 하지 않습니다.
천륜을 파괴하면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라 말합니다.
다시 태어나 짐승이 되어도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짐승이 됩니다.
산백초 15-08-10 19:36
 
이런 글을 보면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치솟습니다.
옥수 15-08-10 20:55
 
서로에게 온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
정수리헬기장 15-08-10 21:21
 
중간에 여우가 끼어들어 하지 말아야할 천륜을 난도질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Total 9,907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3439 기특한 동생 (13) 혁명밀알 08-09
3438 이제 가오 - 나의 서방님, 나의 두 딸에게 (13) 옥수 08-09
3437 모든교회 정복,통일한다는 전능한하나님교회 (10) 게리 08-09
3436 20년 후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가 된다? (11) 게리 08-09
3435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최근 교회 모습 실망… 옮길까 고민돼 (9) 게리 08-09
3434 불후의 명곡 임태경,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노래 '사랑의 찬가' (11) 딴따라고사리 08-09
3433 어느 미친여자를 고발합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 사군자 08-09
3432 해방 전후의 대중가요와 예술(가요, 악단, 영화) (11) 목화씨 08-09
3431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순위 (10) 각설탕 08-09
3430 불교 용어 -예불문, 계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11) 호반도시 08-09
3429 생텍쥐페리의《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10) 사오리 08-08
3428 [초대박 웃기는 영상 모음] 6분 43초 (8) 딴따라고사리 08-08
3427 성공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 (9) 혁명밀알 08-08
3426 회상16<진서장秦誓章> (28) 아사달 08-08
3425 [월인삼매] 현무경 영부와 태고시대의 도술 (23) 칠현금 08-08
3424 <화장실에서 보는 책> 맞아도 싸지/해와 달 (9) 객1 08-08
3423 故 xxx 목사님을 위해서 바치는 詩 (9) 게리 08-08
3422 진법일기 12-악마의 실체 사위와 안여우 (38) 이순신 08-08
3421 정역의 정신적인 의의에 대하여~ (25) 향수 08-08
3420 영혼의 생성과 소멸과정을 듣고난 이후 기독교인의 변화 (6) 게리 08-08
3419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수입없는 학생도 십일조 해야합니까 (7) 게리 08-08
3418 般若心經 (반야심경) - 가자 가자 피안으로 가자 (10) 호반도시 08-08
3417 헨리 폴락의《얼음 없는 세상》 * 얼음 없는 세상 (9) 사오리 08-07
3416 한국의 아나키즘 (12) 만사지 08-07
3415 차시도뢰借屍圖賴 -시체를 빌려 죄를 꾸미는 것 (10) 선유도 08-07
3414 더 기다릴 수 없는 시간들 (12) 옥수 08-07
3413 수양대군과 성삼문 7 - 성삼문의 천하사 (21) 칠현금 08-07
3412 신숙주와 성삼문 (20) 칠현금 08-07
3411 상하이 전경을 볼 수 있는 '동방명주' [만국유람기] (6) 딴따라고사리 08-07
3410 조상의 제사를 금하는 바이블 구절은 없습니다! (9) 게리 08-07
3409 대중 선동의 천재, 히틀러와 괴벨스가 남긴 명언들 (10) 게리 08-07
3408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황당무계한 목사님 설교 신뢰할만 한가 (11) 게리 08-07
3407 소탐대실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13) 혁명밀알 08-07
   191  192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