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도뢰借屍圖賴 -시체를 빌려 죄를 꾸미는 것
살인도뢰는 도뢰하기 이전에 그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미 죽은 제3자의 시체를 구하여 범행하는
도뢰가 더욱 성행 하였다. 살인도뢰는 살인죄를 규명하여 처벌할 수 있
고, 살인죄의 법정형이 대개 도뢰죄의 법정형 보다 훨씬 중하기 때문에
사건의 중심이 살인죄에 쏠려 있다. 그 반면 차시도뢰는 도뢰 행위 자체
에 무게중심이 있어 가장 일반적인 도뢰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시체를
사거나 빌리거나 훔치는 등 시체를 마련하는 행위와 이를 이용하여 도
뢰하는 행위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흠흠신서]에서도 차시도뢰의 예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 사례
2>가 대표적인 차시도뢰의 모습이다. 이는 [흠흠신서], 「경사요의」에 나
오는 사례로 甲은 죽은 조카의 시체를 빌려 자신의 자식인 것처럼 꾸
며 乙을 살인범으로 무고 하였다. 다만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甲이
乙을 도뢰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乙을 관에 고소하기까지 했다는 점
과 고소할 때 노비인 丙을 시켜서 했다는 점이다. 정승 남 구만은 이 사
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이 사건을 무고죄로 처벌한다면 직접
고소한 노비 丙이 주범이 되고 음모한 甲은 종범에 불과하여 형평상 맞
지 아니한 반면 모살인죄로 구성하면 甲이 음모한 자로서 주범이 된다
는 논리의 전제 하에 甲이 乙을 살인죄로 무고하여 죽이려던 정상을
살펴 이 사건을 무고죄가 아닌 모살인 죄로 의율함이 상당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
이에 대해 정약용은 남구만의 의견을 비판하였다. 사실관계가 도뢰
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해당 법조문이 있으므로 [대명률]의 도뢰 처벌
조문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의 비판은 지극히 타당하다. 이
사안에서 甲의 차시 행위는 도뢰로, 무고 행위는 무고죄로 충분히 의율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남구만은 甲이 고소장을 직접 제출하지 않아 무
고죄의 수범首犯으로 의율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이는 당률의 법리일
뿐이다. 조선 시대의 일반 형사법으로 적용된 [대명률]에서는 무고죄의
공범 처벌 법리를 달리하여 다른 사람을 교사하여 고소장을 제출하도
록 한 경우 무고를 시킨 사람이나 직접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이나 모두
수종의 구분 없이 동일한 무고범으로서의 죄책을 지게 된다. 따라서
도뢰죄와 무고죄의 의율에 의하여도 처벌의 형평상 부당함이 전혀 없
게 되는데, 남구만은 합당한 양형을 찾기 위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
려고 모의한 바 없는 甲에게 모살인죄를 의율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당
시의 정승조차도 도뢰에 관한 정확한 법 적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실
태에 비추어 보면 도뢰를 규율하는 형사 사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흠흠신서]에 나타난 다른 차시도뢰의 유형으로는 형 해경빈解慶賓
이 도망간 동생 해사안解思安의 신역身役 책임 추궁을 피하고자 동생을
닮은 사람의 시체를 구하여 매장하고는 소현보蘇顯甫, 이개李蓋 등을 동
생의 살인범으로 고소한 사례, 시춘柴春이 조카 시사나柴舍那의 시체
를 빌려 자신의 친자식인 것처럼 꾸며 주제朱齊를 살인범으로 고소한
사례가 다른 사람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시체를 구하여
도뢰한 예 이다. 이 같이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도뢰하기 위해 시체
를 발굴하거나 매수하거나 빌리는 등의 직접적인 차시 행위를 하는 경우
도 있지만 가족의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하면 별도의 차시가 없이도 사
망한 가족의 시체를 자연히 손에 얻게 되므로 이를 기회로 평소 원한 관
계에 있던 사람을 무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 또한 차시도뢰
의 일종이라 하겠다. 자기 아이가 물에 빠져 죽자 아이를 구하려다 실패
한 사람에게 오히려 책임을 돌려 자기 아이를 때려 죽였다고 고소한 사
례 무리끼리 싸우다가 그 중 한 명이 싸움과 무관하게 병사 하였는데
구타당하여 죽은 것으로 고소한 사례, 처가 죽자 원한 있는 집안 형제
에 대하여 자연사한 처를 살해한 것으로 고소한 사례, 누이가 병사하
자 술에 빠져 창녀를 찾고 누이를 방치하던 매부를 누이의 살인범으로
고소한 사례, 나무를 훔친 일로 고소 당하여 구속되어 조사 받다가 석
방된 후 후풍으로 병사하자 가두어 죽였다고 유족이 고소한 사례 등
중국의 사례가 그러한 예 이다. 다산은 이러한 차시도뢰 사건을 [흠흠신
서]에 다수 소개하면서 타인의 죽음을 악용하여 무고한 사람에게 고통
을 주는 도뢰를 경계 하고자 하였으며, 널리 수령들에게 [대명률]의 ‘살자
손급노비도뢰인조 ’ 를 적용할 줄 알아야 함을 일깨우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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