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전은 내가 선택한 삶에서 얼마나 좋은 것인가
우리는 미래에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서양의 근대 사상
가들은 이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들은 과학 기술이 발전
하면 인간은 '노동 없는 세상', 풍요로운 세상' 을 누릴 수 있으
리라 믿었다. 중요한 것은 발전의 속도가 더욱 더 빨라지도록 발
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없애는 일이었다. 자본주의를 지지하
거나 사회주의를 지지한 사람들 모두 그런 믿음을 가졌다. 다만
자본가들에게는 사회주의자들이 장애물이었고, 사회주의자들은
자본가들이 그런 장애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나키즘은 발전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나키스트들이 자유롭고 풍
요로운 세상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세상으로 가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이들은 어떤 이론이나 정해진 과정에 따라 세상이 변하는 게 아
니라 묵묵히 일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뜻에 따라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풍요로움은
단지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지 않았고, 같이 일하고 즐기고 누리
는 삶 속에서도 자유와 풍요로움이 녹아 있었다. 아나키스트들은
이런 삶의 즐거움과 만족감이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더 소중하
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과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적 유물론에 따라 원시공산제에서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 공산주의의 단계로 역사가 단계를 밟
으며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산주의 사회로 발전하려면
자본주의라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자본주의 단계를 거
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업화와 공업화의 단계를 거치며 그 사
회의 물질적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단계를 거
치면서 많은 노동 계급이 만들어지고 이 노동 계급이 사회의 공
공성을 대변하는 '보편 계급'으로서 사회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이다.
그런데 그 많은 노동 계급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태어날 수
는 없다. 자본주의 산업화 단계를 거치면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
계급은 이전의 농민들이었다. 울타리 치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땅과 생산 수단을 잃어버린 농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즉 노
동 계급의 증가와 산업화를 위해서는 농민이 도시로 떠나고 농
촌 공동체가 파괴되어야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이 희생
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회 이론은 중세 봉건제에서 근대 자본주의로의 전
환을 자연스럽고 진보적인 것이라 여겼다. 심지어 마르크스 같
은 사회주의자들조차 그런 전환을 발전으로 보았다. 마찬가지로
농촌이 도시로 변하고 농민이 도시로 가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
가 되는 것도 하나의 발전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아나키스트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아나키스트들
은 그런 변화가 인류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산업화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자극해서 경쟁을 강화하고 인간과 자
연을 생산 도구로 만들 것이라 우려했다. 아나키스트들은 대규
모 공업화가 자율적인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들에게 중앙 집
권화된 조직을 강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농촌의 파괴는
인간이 자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걱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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