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신 씨, 개신교 민낯 고발한 '거룩한 코미디' 발간
교회 세습, 금권선거, 목사의 성추행, 횡령, 표절….
한국 개신교가 사회 속에서 소금과 빛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다는 지적은 개신교 내부에서도 나오는 비판이다.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대 종교 중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는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꼴찌였다.
곽영신 씨가 쓴 '거룩한 코미디'는 각종 문제와 비리로 비판받는 한국 개신교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다.
자신을 '평범한 기독교인 청년'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개신교계 언론 기자 출신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이채롭다.
한 초대형교회가 설립한 중앙일간지에 몇 년 전 입사했던 그는 수습기자 교육을 받던 중 사장으로부터 "우리 신문은 한국 교회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곧 사표를 내밀었다.
이후 도대체 '한국 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작은 기독교 방송사에 기자로 입사했는데, "교계 곳곳을 다니며 목격한 한국 교회의 민낯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고 한다.
그는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실상이 세상뿐만 아니라 교회 가운데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며 "기독교 방송사마저 대형교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압박을 가해와 두 번째 사표를 내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책은 최근 교회 곳곳에서 벌어진 불의와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덩치가 점점 커지는 동안 돈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버렸다"며 "병들어 곪고 썩어 있는 몸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그 드러난 증상을 자세하고 정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1부에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교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의 대형 사건들을 담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및 분열사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97회 총회 파행 사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감독회장 선거 파행 사태 등이 그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를 두고 한국 교회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도 다뤘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 잘 알려진 대형교회 목사들의 윤리적 타락과 몰락을 그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교회 사유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초대형 예배당 건축과 논문 표절,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등을 둘러싼 논란이 담겨 있다.
3부에서는 교회 개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에서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서 배워야 할 점, 혼란 속에서도 교회 갱신을 외치며 끝까지 싸우는 개혁가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저자는 "종교 분야가 워낙 민감한 영역인 만큼 최대한 객관적으로 확보한 사실을 담아내려 노력했다"며 "직접 목격하고 취재한 경험에 더해 취재 현장에서 확보한 문서 자료 두 상자, 교계 언론 기사 1만건, 단행본 80여 건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오월의봄. 408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