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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01 19:58
1. 사단칠정에 관한 다산의 견해에 함축된 덕 윤리학적 입장
 글쓴이 : 선유도
 

1.사단칠정에 관한 다산의 견해에 함축된 덕 윤리학적 입장


지금까지  사단칠정에  대한  정약용의  견해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이 
어지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분석이  요청됨을  느끼게  된다.  비록  이 
황과   이이  두  입장의  “형식적  ‘이론적’  양립 불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이 
론  비판적’  무효화”가  언급되긴  했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윤리학적  맥 
락  속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약용의  관심은  무엇보다  윤 
리-정치적인  실천에  있었기  때문에,  도덕의  정당화  문제에  관련된  번쇄 
한  이기심성론은  그에게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보였다.  다만,  정약용이  
처음부터  이황과  이이의  양립 가능성을  말하면서  양자의  공통적  기반 
에  대해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34세  때의  「서암강학기西巖講學記」(1795)에 
서  처음으로  두  입장의  양립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후  「이발기발변理發氣 
發辨」(1801)에서  그의  견해를  발전시키기  전까지  그는  이이의  견해가  “옳
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벽李檗(1754~1786)과의 토론을  통해  완성된    
[중용강의中庸講義](1784)에  수록된  정조正祖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나타 
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약용이  초기에는  이이의  설을  수용했음을  의미하 
는  것은  아니다.  그는  도덕론의  차원에서  이이의  결과주의적  윤리설에  
찬동한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이의  이기  개념에  동의 
했을  뿐 이다.  1784년  4월  이벽은  [천주실의]를  정약용에게  소개하였고  
이에  영향  받아  정약용은  리理나  기氣가  아닌  제3의  존재로서  상제귀 
신上帝鬼神을  상정하게  된다.  초월적  상제귀신의  존재는  도덕적  수양과  
실천을  위해  추상적인  원리의  대안으로서  수용된  것이다. 이는  정약 
용이  처음부터  추상적  원리에 대한  회의와  반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암 
시한다 . 기는  실재하는  사물을  이루는  “자유지물自有之物” 이지만  리는  
기에  부속된  “의부지품依附之品” 으로서  실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 
재하지  않는  원리나  규칙에  의해  도덕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성리학 
은  도덕적  실천을  어렵게  만드 는 것이다.  정약용의  이런  의문은  오래된  
것이지만  새로운  존재관의  수립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된  것이고,  함의 
의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개념상에서는  이이의  이기관과  
통한다고  본  것이다.  정약용은  성리학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신의  상태 
에서  천주교로부터  영향 받은  존재관에 따라  이기  개념을  규정 하였을  
뿐이다.  이는  그에  대한  이벽의  비판적  조언에서  확인된다.  즉 , 이기
의  존재론적  규정만으로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인식적  윤리 
적  맥락에서는  이황이  옳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벽의  견해는  이 
황의  의무론이  천주교의  윤리설과  상통한다고  보았던  성호좌파  남인들 
의  사상  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벽의  조언에  따라  정약용은  이후  성리학의  윤리학설을  깊이  고려하 
게  된다.  그리고  1795년  목재木齋 이삼환李森煥(성호 이익의 증손)을  비롯 
한  남인  학인들과  가졌던  충남  온양  봉곡사鳳谷寺에서의  강학회  내용 
을  기록한  「서암강학기」에서  그는  이황과  이이  어느  한 쪽이  맞고  틀리 
다고  할  수  없다는  양립 가능성을  비로소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는  당시  
비로소  그의  윤리학적  입장의  대략이  형성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후  맥 
락을  보면,  참가자  중에  오국진吳國鎭이란  자가  성호  선생이  지은  [사칠 
신편四七新編]이  사단칠정에  관한  논의를  완전히  정리했음에도  여전히  
“영남에는  퇴계의  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고  언급한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이상정  문파를  가리키는  듯하다.  이미  언급했듯 
이  이상정은  이황과  이이  학설의  공존을  모색했는데,  이것이  성호학파 
에게는  이황  학설을  오해했기  때문에,  이이  이론을  수용하게  된  것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실제로  이익은  인식적  관점에서  이황이  옳고  이이는  
틀렸다고  주장했으며,  이삼환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익의  견해가  이 
황 뿐만  아니라  주희와  상통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약용은  이
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양자  중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퇴계가  논한  이기理氣는  오로지  우리  인간의  성정性情을  가지고  설명한  것
이므로 퇴계가  말씀한  리는  도심道心으로  바로  천리天理와  성령性靈에  해
당하고  기는  인심人心으로  바로  인욕人慾과  혈기血氣에 해당 합니다.( 중략)
율곡이  논한  이기는  천지만물을  총괄해서  설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
곡이  말한  리는  무형無形으로  사물의  소유연所由然이고  기는  유형有形으
로  사물의  체질體質 입니다.( 중략)  그렇다면  퇴계와  율곡이  바로  사단·칠정
에  대하여  똑같이  논하였고,  이기에  대하여  똑같이  말하였지만  그  이기라
는  두  글자의  주각注脚은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율곡의  문집에  대해  비
록  이와  같이  들어서  말한 곳은  없으나,  그  본 뜻은  반드시  이와  같을  것입
니다.  이기의  글자  뜻을  이미  서로  달리한  것이라면  율곡의  주장은  율곡 대
로의  논설이며  퇴계의  주장은  퇴계 대로의  논설입니다.  제  생각에는  시비  
득실을  따져  귀일 시킬 것이  아니라고  보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정약용이  주장하는  양립가능성을  다시  풀어  말하면,  도덕철학  차원 
에서는  이황이 맞지만  존재론의  차원에서는  이이가  옳다고  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이삼환이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사단칠정을  논함으로  인하여  이기에  대한  허다한  설이  대두 되었기 때 
문에  아마도  이기를  천지만물로부터  입설立說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이  또한  사단과 칠정의  관계에  대해  “기발이승일도”를  
주장한  것이므로  그것은  인간  심성과  도덕에  관한  것이지,  자연사물에  
대한 것은  아닌  것이다.  설사  이이가  그와  같은  이기  개념을  먼저  천지 
만물의  일반적  존재론으로부터  착안하여  인간에게까지  적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단칠정 논변에서는  인간의  심성과  지각에  있어서의  요소를  
지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이가  이황의  “이발기수”는  부 
정하되,  “기발이승”은  긍정했다는  사실은  그도  이황이  관심을  두었던  영 
역 안에  들어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약용은  어떤  입장 
에서  그것이  시비득실을  따질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선유도 15-09-01 20:13
 
정약용은 실천론에 그 그간을 두고 있다, 그의 사관도 변화되지만 결국 양립성에 있다
각설탕 15-09-01 22:53
 
정약용이  주장하는  양립가능성을  다시  풀어  말하면,  도덕철학  차원
에서는  이황이 맞지만  존재론의  차원에서는  이이가  옳다고  해야  한다
는  것이다
사오리 15-09-01 23:49
 
내가 귀함에, 사람들이 나를 떠받드는 것은 내 몸에 걸친 이 높은 관과
큰 띠를 떠받드는 것이며,
내가 비천함에,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내 몸에 걸친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내 참모습을 떠받들지도 업신여기지도 않았는데 기
뻐하고 화낼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혁명밀알 15-09-02 03:17
 
이이가  이황의  “이발기수”는  부정하되,  “기발이승”은  긍정했다는  사실은  그도  이황이  관심을  두었던  영
역 안에  들어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혁명밀알 15-09-02 03:18
 
이이가  그와  같은  이기  개념을  먼저  천지만물의  일반적  존재론으로부터  착안하여  인간에게까지  적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단칠정 논변에서는  인간의  심성과  지각에  있어서의  요소를  지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je양촌리이장 15-09-02 09:20
 
충남  온양  봉곡사鳳谷寺에서의  강학회  내용을  기록한  「서암강학기」에서  그는  이황과  이이  어느  한 쪽이  맞고  틀리
다고  할  수  없다는  양립 가능성을  비로소  제기하기에  이른다.
바라기 15-09-02 14:05
 
기는  실재하는  사물을  이루는  “자유지물自有之物” 이지만  리는 
기에  부속된  “의부지품依附之品” 으로서  실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멜론 15-09-02 19:42
 
이삼환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익의  견해가  이
황 뿐만  아니라  주희와  상통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약용은  이
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양자  중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사지 15-09-03 00:25
 
그는  도덕론의  차원에서  이이의  결과주의적  윤리설에 
찬동한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이의  이기  개념에  동의
했을  뿐 이다.  1784년  4월  이벽은  [천주실의]를  정약용에게  소개하였고 
이에  영향  받아  정약용은  리理나  기氣가  아닌  제3의  존재로서  상제귀
신上帝鬼神을  상정하게  된다.
게리 15-09-03 12:44
 
이벽의  견해는  이황의  의무론이  천주교의  윤리설과  상통한다고  보았던  성호좌파  남인들
의  사상  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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