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의 작시법
양현주
뾰족한 뼈, 깎아지른 제 푸른 절벽을 당신께 전송합니다
첨벙첨벙 수락해 주실래요?
아직 성형하지 못한 저를 당신께 보내며 정자 바닷가에서 만났던 몽돌이 생각났어요 그 땐 온 종일 몽돌들이 젖은 짠물을 호명하며 요동쳤지요 도시로 전송한 몇몇 조약돌의 행방이 궁금했어요 서랍 속 그늘 안에서 잠들었을까? 빈터에 핀 무거운 침묵의 꽃이 되었을까? 한 여름의 폭염은 제 몸에 새겨진 스키테일 암호를 풀면서 시작되었지요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던 위험한 돌기(突起), 남몰래 몽돌을 닮고 싶은 저는 모난 심석(心石)을 버리지도 못하고 취하지도 못해 끝내 무명의 돌이 되었지요
천 년의 세상을 구르려면 마음의 윤기가 중요하다고요?
환장할, 우리는 그들과 다르잖아요.*
누군가와 다르기 위해서는 제 몸 속에 새겨둔 파도의 꽃말 따윈 버려야 하는 것이지요 몽실몽실 물속에서 제 몸으로 시를 쓰는 일의 처음은 구김살 없이 자란 햇살이 스미던 그 시절, 차가운 달이 뜨거운 해를 품는 일처럼 부자연스러워서 제 몸에 푸른 상처를 긋고 암석(暗石)이 되곤 했지요
저는 태고의 각진 마음을 갖고 정자 바닷가에서 태어났어요 돌의 안면윤곽 수술을 잘하는 오랜 경력의 바다를 선생으로 모셨어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모두 죄뿐이라서 파도가 밀려와 저를 가르칠 때 각진 얼굴에 칼집을 넣어 물살 뒤로 한발자국 물러나 몽돌에게 침묵을 가르쳤던, 당신을 오래 통독하고 반질반질한 성품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예요 저를 지상으로 꺼내놓았던 당신은 때론 자신도 해독 못하는 푸른 꿈, 물의 암호를 선물로 주었어요. 제가 전송한 가파른 절벽을 천천히 물살의 언어로 더듬는 동안, 당신은 푸른 이끼를 벗고 해안선에 가득 동그라미의 언어를 풀어 제 몸의 모진 각을 깎았어요 봉긋한 가슴 몽글몽글 해지게요 하지만 늘 수줍은 저는 당신께 낯선 동그라미예요
* 화양연화 영화 대사 * "우리는 그들과 다르잖아요."
* 두레문학 17호 발표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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