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런 모습은 직접 행동과 연결된 또 다른 원칙인 삶을
통한 선전, 실행을 통한 선전propaganda by deed과 맞물려있다. 실
행을 통한 선전은 혁명을 말로만 떠들어대지 않고 직접 실천하
게 한다. 이러한 선전은 단지 '이데올로기의 주입'이 아니라 '공
명共鳴'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득만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감
정적인 공감을 불러오려 한다.
요즘 반세계화 시위를 보면 '블랙 블록black bloc'이라 불리는 사
람들이 자주 출몰한다. 모두 검은 옷을 입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인데, 원래 이 말은 1980년대 독일에서 경찰이 전투적인 연좌 시
위자들을 부른 말에서 유래했고, 북미에서는 1991년 걸프전 반
대 시위 때 블랙 블록이 처음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블랙 블록은 아무런 규칙이나 조직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시위
의 전술도 참가하는 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블랙 블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특정 계급의 사람들로 제한되
지 않는다. 자본의 세계화와 국가 권력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면
성과 인종, 나이, 경제력 등에 상관없이 같은 블록을 구성할 수
있다. 민중, 대중, 노동하는 자, 가지지 못한 자, 국가와 자본에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대의 대상이 되고, 연
대하지 못하는 자는 권력자와 자본가뿐이다.
물론 현실에서 권력자와 자본가도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더러운 결탁을 하지만 그것을 연대라 부를 수 없다. 연대는 타락한
현실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
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나키스트의 손을 맞잡을 수 있다. 아나키스트는 부르주아 지식
인, 노동자, 장인, 농민 등 계급에 상관없이 어떠한 사회적 환경에
서도 나올 수 있다. 전쟁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도 아나키스트들의
현신적인 직접 행동은 평화의 빛을 밝힌다.
참고
블랙 블록
집회나 시위에서 함께 행동하기위해 모이는 아나키
스트 그룹, 인터넷으로 소통하거나 거리에서 회의를
하며 행동 방향을 결정한다. 일종의 시민불복종 운동
을 벌이며 경찰에 맞서고 때로는 다국적 기업의 매장
을 습격하기도 한다. 폭도로 매도당하지만 대부분은
비폭력주의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