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 족보
동양사회에서는 일찍부터 부계 친족조직이 발달했습니다. 이 친족조직은 왕조의전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왕조의 최고 상층부를 장악하고 누대를 이어서 왕위를 계승하는 왕족들의 편제원리는 바로 국가의 편제원리와 맞물려 있었던 것입니다. 왕족들의 친족편제 및 가계계승 원리가 족보의 형태로 나타남으로써 왕족 내부의 분쟁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친족집단은 성姓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중국식의 성씨를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의 왕실에서부터 시작하여 통일신라시대 이후 진골, 육두품 그리고 나말여초의 호족 등 지배층의역사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이에 따라 족보도 왕실에서부터 작성되기 시작하여 지배층의 변화와 함께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현존하는 족보는 없지만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왕실에서 족보를 작성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고조선이나 삼국시대 등 역대 왕조의 제왕들의 계승표 등도 일종의 왕실족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조에 들어 작성된 왕실족보는 현재 남아 있는 수나 양에서 당시의 전적문화재를 대표할 만합니다. 이들 왕실족보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 약 5,400여 책과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약 4,400여 책, 합 1만 책 가까이 됩니다. 이처럼 조선조에 왕실족보를 간행하기 위해 국가에서 들인 노력과 관심은 고려조에 대장경을 간행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관심에 비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조에 왕실족보는 종부시宗簿寺와 돈녕부敦寧府에서 작성했습니다.
선원록류
조선왕실족보는 태종 12년 이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족보에는 조선왕실의 시조 이한李閈 을 비롯하여 이원계李元桂, 이화李和 등 태조 이성계의 이복형제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왕실족보가 태종 12년에 [선원록] [종친록][유부록]의 세 가지로 분리 작성됩니다. 이처럼 왕실족보가 분리 작성된 직접적인 요인은 자신의 사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왕위계승 분쟁을 우려한 태종의 염려 때문입니다.
주지하듯이 태종은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복형제 및 친형제들과 필사적인 경쟁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태종은 자신의 사후에도 왕위계승 경쟁이 돌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태종은 가능한 한 왕위계승의 대상자들을 축소시키려고 했습니다.
태종 당시까지는 개국초의 불안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태종 사후 혈통을 내세워 왕위계승 경쟁에 뛰어들 현실적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태종의 아들들 이외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조선개국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혈연적으로 태조의 이복형제이기도 하며, 많은 자손을 둔 이화와 이원계의 계통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정종도 비록 적자들은 아니지만 많은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화, 이원계 본인 및 정종의 소생들은 모두 서출로 지목될 수 있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태종은 이들이 서출이라는 사실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들을 일거에 왕위계승에서 배제시키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왕실족보를 개작하고 이화, 이원계 등을 족보에서 빼려합니다.
태종은 이전에 이복형제 방석을 제거했을 때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기 위해 적서문제를 주장한 일이 있습니다. 즉, 서출인 방석은 세자가 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몰아낸다는 것입니다. 적서문제는 태종 자신이 정종의 후계자가 되었을 때도 훌륭한 명분이 됩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정종에게 아들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서출이기에 자신이 부득이 후계자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적서문제는 태종에게 여러 모로 유용한 명분을 제공해왔습니다.
마침 태종 8년에 태조 이성계가 사망하여 이듬해 [태조실록]을 편찬하게 됩니다. 실록을 편찬하면서 조선왕실의 세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중요사안으로 대두합니다.
과거 왕조시대의 역사서에서 왕실세계의 정리는 무엇보다도 중요시되었습니다. 왕조의 정통성 및 각 왕의 정통성이 여기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은 동양역사의 아버지 사마천에게서 시작됩니다. 사마천이 [사기史記]의 '삼대세표三代世表'와 '십이제후연표十二諸候年表'에서 왕실의 세계를 정리한 이래로 역대의 사서에서도 '표表'나 그외의 기록을 통해 왕실세계를 정리해왔던 것입니다.
이는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국사기]의 연표도 각 왕조의 왕실 세계를 정리한 것입니다. [고려사]의 경우에는 맨 앞의 '고려세계高麗世系'에 왕실의 세계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실록 첫머리에 '총서總序' 항목이 배치되고 여기에 해당 왕의 세계와 함께 이력을 기록했습니다.
당연히 태종 때에 편찬된 [태조실록]의 총서에는 이원계, 이화 등의 기록이 의도적으로 생략됩니다. 부득이 기록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천출賤出이라는 사실을 밝혀 서출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에서 나아가 태종은 기존의 왕실족보를 개작하고, 여기에서 이화, 이원계 등을 삭제시키고, 정종의 자손들은 서얼이라 하여 차별대우를 합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종 12년 10월에 개작된 왕실족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선원록] [종친록][유부록]의 세 가지였습니다. [선원록]은 시조 이한부터 태종 자신까지의 직계만을 수록했습니다. [종친록]은 태조 이성계와 자신의 적자만을 수록했습니다. [유부록]은 딸들과 서자들을 수록했습니다. 이 족보들에는 이화, 이원계의 계통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즉, 이들은 모두 왕실족보에서 빠지게 되었으며, 그것은 같은 왕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정종의 자손들은 서자라는 이유로 모두 유부록에 수록되었으며, 태종조 이후 적서차대가 심화될수록 자연히 왕위계승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자연스럽게 왕위계승 대상자가 태종 자신의 적자만으로 축소되는 효과
를 가져옵니다. 실제로 태종조 이후 조선시대 내내 왕위 계승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화,이원계 및 정종의 후손들은 거론의 대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적서를 명분으로 왕위계승 대상자를 줄이려던 태종의 의도가 적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태종은 이것도 불안하여 만년에 세종에게 양위하고 상왕으로 있으면서 후계구도의 안정을 위해 애를 썼습니다.
조선왕실의 족보는 숙종조에 이르러 또 한번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임진왜란으로 대부분의 왕실족보가 불타버린 상황에서 어차피 손을 보아야 했는데, 그것이 숙종대에 이르러 현실화된 것입니다.
숙종조에는 기존의[선원록] [종친록][유부록]을 종합하는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이 작성되기 시작합니다. 이 [선원계보기략]은 숙종 5년부터 망국 직전인 1908년까지 250년간 114회에 걸쳐 막대한 양이 작성됩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왕실족보의 많은 부분을 [선원계보기략]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