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 담론방 > 자유게시판


 
작성일 : 15-09-05 09:50
야곱의 유언
 글쓴이 : 게리
 

세겜이라는 곳은 북이스라엘의 수도였던 곳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이 지역을 획득하는 과정에 대한 두가지 설화가 있습니다. 이 두가지 설화는 자신들의 수도인 북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의 국가의 수도라는 입장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글 중간에 세겜에 관한 이야기가 약간 들어있습니다. ^^;;;;;;



모세 5경이라 불리우는 설화집이 J, E, P, D 등의 여러 문서의 짜깁기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며, 서로 모순인 구절들이 발견되는 것은 각각의 자료마다 같은 설화에 대해 다른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각각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하고 있는 E와 J가 여러가지 사건에서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를 야곱이 죽기 전에 12아들에게 했다는 유언으로부터 이런 관점의 차이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야곱네 집안 아들들의 서열은 대략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의 순서이며, 장자권을 중요하게 여기던 (야곱이 속임수로 장자권을 얻으며 형인 에서를 엿먹인 사건에서도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들의 관습에 따르면 당연히 르우벤이 장자권을 얻고 다른 형제에 비해서 2배의 재산을 상속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남유다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한 J에서는 르우벤, 시므온, 레위를 각각 적당한 실격사유를 만들어서 장자권 각축에서 밀어내고 유다가 장자권을 얻었다고 주장합니다.


르우벤아 너는 내 장자요 내 능력이요 내 기력의 시작이라 위풍이 월등하고 권능이 탁월하다마는
물의 끓음 같았은즉 너는 탁월하지 못하리니 네가 아버지의 침상에 올라 더럽혔음이로다 그가 내 침상에 올랐었도다
시므온과 레위는 형제요 그들의 칼은 폭력의 도구로다 

내 혼아 그들의 모의에 상관하지 말지어다 내 영광아 그들의 집회에 참여하지 말지어다 그들이 그들의 분노대로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혈기대로 소의 발목 힘줄을 끊었음이로다
그 노여움이 혹독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요 분기가 맹렬하니 저주를 받을 것이라 내가 그들을 야곱 중에서 나누며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로다 (창세기 49:3~7)

르우벤은 야곱의 첩과 동침한 죄로 장자권 각축에서 밀려났고,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 땅을 얻는 과정에서 벌인 살육이 문제되어 장자권 각축에서 밀려납니다.


특히 세겜은 북이스라엘의 수도였던 곳으로 북이스라엘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한 E 문서에서는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읍에 이르러 그 성읍 앞에 장막을 치고
그가 장막을 친 밭을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백 크시타에 샀으며(창세기 33:18~19)


와 같이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남유다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한 J 문서에서는 야곱의 딸 다나가 세겜 사람에게 강간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겜의 사람들에게 할례할 것을 요구한 뒤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세겜 사람들을 시므온과 레위가 살육하여 획득한 것이라 진술하고 있습니다.(창세기 34장)

J 문서의 주장은 북이스라엘의 수도는 이방민족에게 이스라엘의 여자가 강간당한 장소이며, 속임수에 의한 살육으로 획득한 곳이라 말하여 북이스라엘을 엿먹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동시에, 유다보다 장자권에 가까웠던 시므온과 레위를 동시에 퇴출시키는 의도로 만들어진 설화인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J 문서에서는 네째 아들이었던 유다가 야곱의 장자권을 획득하였음을 주장하여 "남유다의 왕가인 유다지파가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J 문서에는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이러게 4개의 지파만 등장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E 문서에서는 요셉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가 삼촌들(즉 요셉의 형제들)과 동일하게 재산을 분배받게 되며 이것은 요셉이 장자권을 획득(다른 형제에 비해 2배의 재산을 획득)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것은 다음 구절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 일 후에 어떤 사람이 요셉에게 말하기를 네 아버지가 병들었다 하므로 그가 곧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함께 이르니
어떤 사람이 야곱에게 말하되 네 아들 요셉이 네게 왔다 하매 이스라엘이 힘을 내어 침상에 앉아
요셉에게 이르되 이전에 가나안 땅 루스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사 복을 주시며
내게 이르시되 내가 너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소유가 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내가 애굽으로 와서 네게 이르기 전에 애굽에서 네가 낳은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내 것이라 르우벤과 시므온처럼 내 것이 될 것이요 
이들 후의 네 소생은 네 것이 될 것이며 그들의 유산은 그들의 형의 이름으로 함께 받으리라 
(창세기 48:1~6)


또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야곱이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머리에 손을 얹을 때 의도적으로 손을 엇갈려서 차남인 에브라임의 머리 위에 오른손을 얹는다는 것입니다.

오른손으로는 에브라임을 이스라엘의 왼손을 향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므낫세를 이스라엘의 오른손을 향하게 하여 이끌어 그에게 가까이 나아가매
이스라엘이 오른손을 펴서 차남 에브라임의 머리에 얹고 왼손을 펴서 므낫세의 머리에 얹으니 므낫세는 장자라도 팔을 엇바꾸어 얹었더라 (창세기 48:13~14)


굳이 야곱이 손을 바꿔가면서 에브라임의 머리에 오른손을 얹은 이유는 북이스라엘의 왕가가 에브라임 지파였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신하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또한 손을 들어 왕을 대적하였으니 그는 에브라임 족속인 스레다 사람이요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스루아이니 과부더라(열왕기상 11:26)

결국 E 문서에서는 요셉의 두 아들이 다른 형제들과 같은 재산을 분배 받았으니 요셉이 장자권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요셉의 아들 중에 에브라임의 머리에 오른손을 얹었다는 것은 북이스라엘의 왕가가 야곱의 장자권을 얻었기 때문에 "북이스라엘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곱의 유언 하나가지고도 서로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뒤섞여 있는 문서를 두고 신의 의지로 쓰여진 절대 진리의 경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ps. 이 글은 R. E. 프리드만의 <누가 성서를 기록했는가>의 78~82쪽의 내용을 내 마음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



게리 15-09-05 09:50
 
이럴 때도 "아멩!"해야 되겠지요?
바람아구름아 15-09-05 12:50
 
우선, 야곱네 집안 아들들의 서열은 대략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의 순서이며,
장자권을 중요하게 여기던 (야곱이 속임수로 장자권을 얻으며 형인 에서를 엿먹인 사건에서도 쉽게 알 수 있지요)
바람아구름아 15-09-05 12:51
 
르우벤아 너는 내 장자요 내 능력이요 내 기력의 시작이라 위풍이 월등하고 권능이 탁월하다마는
물의 끓음 같았은즉 너는 탁월하지 못하리니 네가 아버지의 침상에 올라 더럽혔음이로다 그가 내 침상에 올랐었도다
목화씨 15-09-05 14:23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남유다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한 J 문서에서는
야곱의 딸 다나가 세겜 사람에게 강간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겜의 사람들에게 할례할 것을
요구한 뒤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세겜 사람들을 시므온과 레위가 살육하여 획득한 것이라 진술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34장)
꿈이였어 15-09-05 19:30
 
E 문서에서는 요셉의 두 아들이 다른 형제들과 같은 재산을 분배 받았으니 요셉이 장자권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 요셉의 아들 중에 에브라임의 머리에 오른손을
 얹었다는 것은 북이스라엘의 왕가가 야곱의 장자권을 얻었기 때문에
 "북이스라엘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사지 15-09-05 21:17
 
남유다의 정치적 주장을 반영한 J에서는 르우벤, 시므온, 레위를 각각 적당한
실격사유를 만들어서 장자권 각축에서 밀어내고 유다가 장자권을 얻었다고 주장합니다.
사오리 15-09-05 23:59
 
사람이 조금이라도 탐욕스런 마음이 생기면 강직함이 녹아 유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혼미해지고 너그러움도 변하여 잔혹해지며 깨끗함도 물들
어 더러워져서 평생 닦은 인품을 무너뜨려 버린다.
혁명밀알 15-09-06 00:52
 
결국 E 문서에서는 요셉의 두 아들이 다른 형제들과 같은 재산을 분배 받았으니 요셉이 장자권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
 
 

Total 9,907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공지 1• 3 • 5 프로젝트 통장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70) 혁명위원회 09-12
공지 진법일기 70- 1.3.5 프로젝트가 의미하는것은 무엇인가? (61) 이순신 09-19
공지 혁명을 하면서~ <아테네의 지성! 아스파시아와 페리클레스> (12) 현포 07-31
공지 히틀러, 시진핑, 그리고 트럼프 (15) FirstStep 06-23
공지 <한 지경 넘어야 하리니> (21) 고미기 07-28
공지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을 다루는 방법들 (32) 봉평메밀꽃 07-18
공지 판소리의 대표적 유파로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습니다. (27) 흰두루미 06-20
공지 소가 나간다3 <결結> (24) 아사달 03-20
3769 [레고바이블] 예수 물위를 걷다 (10) 게리 09-07
3768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피 들어간 선짓국 해장국 보신탕 먹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 (10) 게리 09-07
3767 남포동 꽃경찰 가수의 반전노래실력! (7) 딴따라고사리 09-07
3766 [혐오사진 주의]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9) 게리 09-07
3765 생텍쥐베리 어린 왕자 (12) 호반도시 09-07
3764 이어령의《지성에서 영성으로》 * 설거지 할 시간 (10) 사오리 09-06
3763 몽돌의 작시법 (10) 옥수 09-06
3762 조선왕실 족보- 선원속보 (12) 목화씨 09-06
3761 김범수, 음치와 듀엣!? (7) 딴따라고사리 09-06
3760 오작도烏鵲圖 3<새울,도세만회로 가는 길> (28) 아사달 09-06
3759 이집트 억만장자 호프Hope 섬 사서 난만에게, 필란드 총리 거처 내놓겠다 (13) 각설탕 09-06
3758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예수 재림은 언제입니까 (8) 게리 09-06
3757 기독교와 불교 (10) 게리 09-06
3756 예루살렘의 치열했던 공방전 (8) 게리 09-06
3755 24절기 시리즈 , 상강, 입동, 소설, 대설, (10) 호반도시 09-06
3754 남을 위한 삶 (11) 혁명밀알 09-06
3753 윌리엄 B.어빈의《직언》 * 친구와 힐러 (11) 사오리 09-05
3752 신경질 (9) 옥수 09-05
3751 2.연대사상과 직접행동 - 공생공락의 삶 (10) 만사지 09-05
3750 1,연대사상과 직접행동 - 공생공락의 삶 (11) 만사지 09-05
3749 너의 목소리가 보여 아나운서 출신 록발라더 (9) 딴따라고사리 09-05
3748 조선왕실 족보 -선원록류 (14) 목화씨 09-05
3747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귀신론 내세우는 주장 경계해야 (9) 게리 09-05
3746 개신교가 조사한 개신교 실태 (12) 게리 09-05
3745 야곱의 유언 (8) 게리 09-05
3744 24절기 시리즈, 처서,백로, 추분, 한로 (11) 호반도시 09-05
3743 아들아, 보아라 (12) 혁명밀알 09-05
3742 최인호의《인연》 * 인연 (10) 사오리 09-04
3741 이만큼 (9) 옥수 09-04
3740 2. 전위조직 그리고 독재에 대한 거부 (11) 만사지 09-04
3739 1. 전위조직 그리고 독재에 대한 거부 (12) 만사지 09-04
3738 1막1장 (19) 대포 09-04
3737 식스센스급 반전, 노래를 사랑한 발레리노! (8) 딴따라고사리 09-04
   181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