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정은주
새로 개업한 정육점
만국기와 반짝이 줄이 입구 가득 걸리고
오픈 행사를 한다.
제 몸 다 내어준 돼지머리
콧구멍에 만 원짜리 지폐가 꽃히고
돼지 눈은 마냥 웃고 있다.
전단 세일 품목에 소의 모든 부위가 들어있다.
족히 두세 마리는 잡음직한데
정육점 뒷문에 고기 운반차가 멈춰서고
119에 실려 온 환자처럼 정육점 안으로 고기가 운반된다.
소의 반쪽 난 몸뚱이가 걸리고
한 쪽에선 살점과 뼈를 분리하고 있다.
긴 장화를 신은 주인집 사내의 발아래
어둠의 깊이만큼 큰 눈을 가진 소의 모가지.
몸뚱이를 잃어버린 소의 눈동자가 텅 비어 보인다.
긴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어간다.
고기를 사는 사람들 발 사이로
흥건하게 고인 핏물이 흐르고 있다.
죽음이 축제가 되다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세일 품목에
소머리는 헐값이고
깜짝 세일 방송이 끝난 뒤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일제히 줄을 서기 시작했다.
※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 밀알가입은 hmwiwon@gmail.com (개인신상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 군자금계좌 : 국민은행 474901-04-153920 성사재인(김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