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 유타대학의 인류학자 그레고리 코크란 교수와 헨리 하펜딩 교수의 공저서인 ‘1만년의 폭발’이라는 책을 요약한 것입니다. 진화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논쟁을 하거나, 여러분의 과학지성을 갈고 닦는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향후 몇 회에 걸쳐 글을 올릴까 합니다.
<진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최근 분자유전학의 발달로 개는 늑대의 후손임이 밝혀 졌다. 그 전에는 개가 여우, 코요테, 늑대 혹은 이들의 잡종의 후손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개는 약 1만 5000년 전에 늑대에서 가축화 되었는데 지금 개의 크기와 모양은 너무나 다양하다.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개의 품종은 대부분 지난200년 동안 이루어진 것이다. 그레이트 데인(키 71-75센티, 몸무게 50Kg) 이라는 개와 치와와(키 15-20센티, 몸무게 2.5-3Kg)가 같은 늑대의 후손이라는 것이 믿겨지는가? 개의 행동도 바뀌었다. 개는 사람의 목소리와 몸짓을 잘 읽는 반면 늑대는 인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늑대의 수컷은 암컷과 짝 결합을 하여 새끼의 양육을 적극적으로 돕지만 수컷 개는 무책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는 겨우 40년 만에 가축화 된 여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각 세대에서 순한 성질을 가진 여우만 골라냈고 마침내 야생여우와는 전혀 달리 인간과 친근하고 인간의 접촉을 좋아하는 여우를 얻어 냈다. 부수적인 변화도 일어났다. 이 여우들은 털의 색이 밝아졌고 얼굴이 둥글해 졌으며 축 늘어진 귀를 가진 것도 나타났다. 순한 성질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외모의 몇 가지를 변화시키는 유전자와 함께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육체적 적응이든 행동 적응이든 새로운 환경에서 필요가 없어지면 빠르게 사라진다. 그것이 없어도 특별히 손해를 볼 것이 없을 때는 특히 그렇다. 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 사는 물고기들은 길어도 몇 천 년이면 시력을 잃는다. 그것은 애당초 눈이 진화하는데 걸리는 기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이다.
인간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북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인들은 겸상세포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 말라리아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가진다. 그러나 북유럽인들에게는 이런 것이 없어서 말라리아에 매우 취약하다. 겸상세포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이지리아 인들도 여러 유전자에서 말라리아 방어 버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스웨덴인들보다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이 훨씬 높다. 이것은 자연선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런가 하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또 다른 지역인 동남아시아인들은 겸상세포 돌연변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말라리아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개와 여우에서 본 인위적 선택은 자연선택과 그 본질에 있어서 전적으로 동일하다. 변화의 본질은 몇몇 유전자 변종들이 선호되어 차차 발생빈도가 늘어나는 과정인 것이다. 이 두 가지 케이스를 볼 때 진화란 아주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빨리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말라리아 저항성에 관한 인간의 사례도 불과 몇 만 년 만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적 변화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