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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18 07:43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글쓴이 : 호반도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책내용 

15년간의 오랜 집필 기간, 수백권에 달하는 참고문헌을 통해 완성된 920여 쪽에 이르는 인디언의 삶과 정신, 그리고 지혜의 모든 것!

들소와 천막이 사라진 어머니 대지에서 울려퍼지는 인디언들의 영혼과 지혜의 목소리!

이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슬픈 역사를 담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집이다. 총 41편의 명연설문과 각 연설문 뒤에 실린 희귀한 인디언 어록들과 100여 점의 사진들, 15년간의 오랜 집필 기간과 수백 권의 자료수집을 통해 완성된 시인 류시화 씨의 해설, 그리고 인디언 달력과 이름 등을 실은 부록 등 가히 인디언의 모든 것들을 총망라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시애틀 추장, 조셉 추장, 앉은 소, 구르는 천둥, 빨간 윗도리, 검은 새, 열 마리 곰 .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위대한 인디언 전사들이다. 그들의 연설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시적일 뿐만 아니라, 문명인임을 자랑했던 당시 백인들, 그리고 몇백년이 지난 지금에 사는 우리들의 위선에 찬 삶과 공허한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41편의 연설문 속에는 자신들의 세계와 생명의 근원인 대지가 여지없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던 인디언들의 슬픔과 지혜, 그리고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종말이 그대로 녹아 있어, 읽는 이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연설문들은 모두 침략이 시작됐던 몇백 년 전에 행해졌던 것들로, 인디언의 땅 미국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자료들이다. 각각의 연설문 끝에 실린 작가의 해설과 인디언 어록들, 그리고 수십 권의 귀한 자료들에서 발췌한 100여 점의 인디언 사진들은 920쪽에 이르는 이 방대한 양의 책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커다란 재미와 감동, 그리고 많은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부록으로 실린 인디언 달력과 이름들 역시 이 책이 작가의 오랜 작업의 결실임을 보여주는 매우 귀한 자료들이다. 

본문중에서 

열네 살 때 나는 인디언 이름을 받는 의식을 거쳤다. 와시피 왐파노그 족의 어른들은 내게 '느린 거북(슬로우 터틀)'이란 이름을 주었다. 그것은 내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반응이 무척 느리고 동작 또한 굼뜨기 때문이었다. 인디언들은 그것을 무척 지혜로운 행동이라 여긴다. 거북이는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하상 목을 빼어 주위를 살핀 다음 걸음을 옮겨 놓는다.

인디언들은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정할 때 그런 식으로 한다. 그 사람의 성격, 그 사물이 세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등을 기준으로 이름을 정한다. 따라서 인디언 세계에서는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한결 쉽다. 그 사람의 성격과 특징이 곧바로 이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것에 비하면 당신들의 이름은 기억하기도 어렵고 별다른 의미도 없다.

(이름으로 가득한 세상/ p.427) 

 

시애틀 추장,조셉 추장,앉은 소,구르는 천둥,빨간 윗도리,검은 새,열 마리 곰….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인디언 전사들의 이름이다.이들이 남긴 단순하면서도 시적인 연설들은 문명인임을 자부한 당시의 백인들,그리고 몇백년이 지난 오늘 우리들의 위선과 허위를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는가


아메리카 인디언 연설문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인용되는 것이 시애틀(원래 이름은 시앨트) 추장의 연설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는가.…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이 연설은 1854년 수콰미시족과 두와미시족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밀어넣기 위해 백인 관리 아이삭 스티븐스가 시애틀의 퓨젓 사운드에 도착했을 때 행해진 것이다.

시인 류시화(46)씨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 펴냄)는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 41편과 저자의 해설,인디언 어록,100여점의 사진,인디언 달력과 이름 등을 담은 920쪽의 방대한 책이다.저자가 수백점의 자료를 뒤져가며 15년에 걸쳐 완성한 이 책에는 ‘대지는 곧 어머니’라는 인디언의 믿음체계가 잘 드러나 있다.

시애틀 추장은 백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디언의 땅과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유럽인들이 옮긴 전염병으로 수많은 원주민들이 목숨을 잃었고,부족의 고유한 문화와 종교는 억압됐으며,땅은 모조리 백인들에게 빼앗겼던 게 당시의 정황.척박한 보호구역에 갇히기 전에 한 그의 연설은 1971년 방송작가 테드 페리가 ‘집’이라는 제목의 환경 다큐멘터리 대본으로 사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생명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안 `붉은 사람들´


‘야만인’의 ‘고상한’ 연설을 용납할 수 없었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그것을 빌미로 시애틀 추장 연설문의 진실성에 온갖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시애틀 추장이 실존인물이긴 하지만 연설을 한 적이 전혀 없고 연설문 원본도 ‘낭만적인 감상에 젖은 이류시인이 지어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그런 식으로 그들은 시애틀 추장을 ‘가공의 인디언 성자’로 몰아세웠다.그러나 류씨는 이 연설문 가운데 진위논란이 되는 부분은 불과 몇 단락에 불과하다면서 “환경 파괴에 대한 시애틀 추장의 예언은 놀랄 만큼 정확하며 세상만물을 형제자매로 보는 시각은 어느 부족을 막론하고 모든 인디언들이 공유했던 사상”이라고 일축한다.

이 책에서 인디언들은 우아하고 열정적인,그러나 결코 장황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말로 그들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미타쿠예 오야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혹은 ‘모두가 나의 친척이다.’ 라는 뜻의 다코타족 인디언 인사말이다.이 짧은 구절은 인디언들의 생태적 정신과 소박한 삶의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생명 가진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안 자연의 형제들.이 ‘얼굴 붉은 사람들’은 타고난 자연주의자이자 생태주의자,환경론자였다.그들의 오랜 침묵의 목소리가 이제 다시 살아나,대지를 갈아엎은 문명의 야만을 질타하는 절규로 다가온다. “21세기의 화두는 환경과 전쟁이라고 봅니다. 인류를 종말로 몰고 갈 수 있는 요소들이죠. 이에 대한 해법을 저는 ‘대지는 우리 어머니’  ‘자연은 조상이 아니라 자손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고 말하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삶과 지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시인 류시화(45)씨가 인디언들의 삶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모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를 펴냈다.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87년부터 류씨가 미국 의회도서관 등을 뒤지고 수백권의 참고서적에서 골라낸 인디언들의 명연설, 잠언 등을 집대성한 920쪽짜리 대작이다. 류씨는 우리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린다. 100쇄를 넘긴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비롯해 ‘성자가 된 청소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등 수많은 밀리언셀러가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최근의 명상서적 붐도 류씨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류씨는 그러면서도 통 언론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은둔생활로 신비감을 더해왔다. 그러나 17일 만난 류씨는 ‘베스트셀러 제조기’류의 별칭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1980년 등단 이후 20여년간 펴낸 번역서가 100종쯤 되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보다는 실패한 것이 더 많다는 것. 다만 자신은 우리 사회가 갈구하고 있는 것을 먼저 발견했을 뿐이고 그나마 주변사람들과의 공동작업이라는 것. “호피족(族)이라는 인디언 부족의 노래는 ‘비를 부르는 노래’ ‘물 길어오는 노래’ 등 모두 물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 명상적·본질적 삶이 부족했고, 독자들이 이를 갈구했기 때문에 제가 번역한 책들이 많이 읽힌 것 같습니다.”

그는 특히 자신의 번역서 중 ‘성자가 된 청소부’ ‘마음을 열어주는…’ 등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대부분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대적 감수성을 한발 앞질러 포착해온 셈이다. 이를 위해 류씨는 하루 4시간 정도만 자면서 정신세계를 다룬 외국서적들을 섭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담배도 하지 않고, TV·신문도 거의 보지 않으면서, 1년이 가야 만나는 사람이 20명 내외일 정도로 생활을 철저히 단순화시킨 가운데 번역·독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대신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는 인도나 티베트, 미국 인디언들의 거주지로 훌훌 정처도 없고 일정도 없이 떠나 재충전을 하곤 한다. 류씨는 “인디언들을 말살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백인들의 무기와 전염병이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견이었다”며 “인디언들의 문화를 비롯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방식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년간 매달려온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출간한 류씨는 올가을 다시 인도와 미국을 방랑할 예정. 류씨는 “정작 20년 동안 내 시집은 단 두 권밖에 내지 못했다”며 “내년 봄 귀국한 후에는 세 번째 시집과 어린이들에게 읽힐 만한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인.번역가.수필가. 게다가 '베스트셀러 제조기'라는 수식어까지. 마음.평화.따뜻함.사랑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단어를 중심에 놓고 독자들을 붙들었던 류시화(45)씨가 이번에는 인디언 책을 들고 돌아왔다. . 류시화씨는 "나의 꿈이 삶 전체의 질서와 어우러질 때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욕망의 길이 아닌 마음과 혼이 담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인디언들 특유의 깨달음의 세계가 이 책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 그래서 나온 책이 인디언 추장과 용사들이 자기 부족 동료들에게 했던 연설문을 모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이다. 1993년 정신세계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은 나왔지만, 분량이 열배 가까이 늘었고 류시화씨가 15년에 걸쳐 매년 미국을 방문하며 의회 도서관 등에서 찾아낸 인디언의 연설문들이 번역된 것이다.

. 그는 "그때는 인디언 자료를 모으던 초기 단계라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이번 책은 제목만 같았지 완전히 새로운 책"이라고 밝혔다. 자연과 교감하고 우주와 조화된 삶을 추구했던 북미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문명세계에 관해 쓴 글들이라 현대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글들로 가득 차있다는 것이다. . "라코타족의 말중에 '미타큐예 오야신'이 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나바호족은 '호조니'라고 인사한다. 당신이 아름다움 속에서 걷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지와 하나됨을 강조하는 생태환경주의자로서 인디언들의 사상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 그는 1990년대 이후 인도 철학.명상 등 정신적 위안을 주는 '마음'책을 소개해 계속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1년의 절반을 인도.티벳 등지로 돌아다닌다. 때로는 뉴욕 같은 데를 헤매고 다닌다.

. 문화의 첨단 흐름을 간파하기 위해서다. 번역서를 직접 고르고 완전 원고를 넘기는 '프로정신', 틈만 나면 명상과 구도에 잠기고 사진기를 들이미는 삶 등은 베스트셀러 시인.번역가인 류시화씨를 지탱하는 힘이다. . 그런데 그의 책들은 '류시화' 색깔이 너무 짙다는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나의 사상과 동질감이 느껴지는 책만 직접 골라 번역하다 보니 그런 평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앞으로 그는 그동안 번 인세를 모아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누구든 와서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동체 성격의 명상센터를 세우고 싶다고 한다. 류시화씨의 글에서 위안을 얻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나는 죽음을 걱정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내게는 삶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떡갈나무의 삶, 새들의 삶, 바람의 삶···. 그 모두가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 그것들의 삶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면 나의 삶 역시 무의미한 것이다."


● 류시화 지음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에서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과 어록을 모아 엮은 이 책에 실린 체로키 인디언 ‘오솔길’의 말이다. 대지의 영원한 아들과 딸이었던 인디언들이 남긴 문장 속에는 자유롭게 살다간 그들의 해맑은 영혼이 바람처럼 깃들어 있다. "나는 보았다. 인디언들이 자신들 천막과 아버지들 무덤이 있는 평원에 불을 놓고 마지막으로 자신들 사냥터를 바라본 뒤 말없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슬픈 얼굴을 돌려 해지는 쪽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그 모든 것이 자연의 침묵 속에 서 위엄 있게 행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나는 보았다. 언제나 큰 소동을 일삼고 , 시끄럽고, 거만하고, 의기양양하게 구는 백인들이 접근해 오는 그들의 천박 한 모습을." 인디언 말살정책이 한창이던 시기에 현장을 지켜본 영국인 화가 조지 캐틀린이 남긴 말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매우 독특한 민족이었다. 그들은 '무소유' 삶을 실천했다. 인디언들에게는 재산도, 소유개념도, 빈부 차이도 없었고 감옥도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디언 이미지는 폭력적이다. '토마호크'라고 불리는 손도끼 를 들고 역마차를 습격하는 인디언은 백인들이 만든 이미지에 불과하다. 신대 륙이 개척될 무렵 1300만명 정도였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백인들에 의해 서서히 사라졌다. 그들이 가져온 병원균에 면역력이 없던 인디언들은 하나둘씩 죽어갔고, 백인들 이 내민 사기 계약서 때문에 땅을 빼앗겼고, 결국 유랑하다 백인 기병대에 학살됐다.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 씨가 엮은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 펴냄)는 인디언 삶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슬픈 역사를 담은 인디언 추장 연설 모음집이다. 명연설문 41편과 각 연설문 뒤에 실린 희귀한 인디언 어록들과 사 진 100여 점, 15년에 걸친 오랜 집필 기간과 수백 권의 자료수집을 통해 완성 된 시인 류시화 씨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다.

자신들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인디언 전사들의 연설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시적일 뿐만 아니라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위선에 찬 삶 과 공허한 정신세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미타쿠예 오야신.' 이 말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뜻의 다코타족 인디언 인사말 이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우주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는 말로, 인디언 정신과 삶의 방식을 한 마디로 잘 나타내주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 인디언들은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들이었다. 문명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어머니 대지를 먼저 생각했고, 사물의 본성을 깨닫고 그것들에서 음식과 옷, 약과 도구를 얻어낸 현자들이었다. 땅을 팔라는 백인들 요구에 답한 시애틀 추장의 편지는 언제 읽어도 명문장이 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는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잉잉 대는 꿀벌 한 마리까지도 모두 신성한 것들이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시인 류시화씨가 15년 동안 미국 내 온갖 도서관과 수백 권의 책, 옛 신문의 마이크로 필름을 뒤져 찾아낸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명연설문들을 모아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이 책을 읽노라면 마음속에 청정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온다. 최근 ‘야만인’에서 ‘최초의 생태주의자들’로 평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인디언들의 삶과 정신세계는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그들의 사생관, 자연관, 생활철학을 인디언들의 입을 통해 장엄하게 펼쳐보인다. 시애틀 추장, ‘앉은 소’ ‘빨간 윗도리’ ‘열 마리 곰’ 등 인디언 지도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투박·단순하다. 그 투박함 속엔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조화롭게 이루어가는 행복한 삶에 대한 직관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환경오염과 다양한 종류의 갈등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현대 지구촌에 더없는 치료약이 된다.

인디언들은 ‘우리의 어머니인 대지’라 말한다. 하늘은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이고 동식물은 사촌간이다. 동족들끼리 만나 하는 인사는 ‘미타쿠예 오야신’ 즉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위대한 정령’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 모든 피조물에 경배하는 인디언들은 사냥을 하더라도 희생물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다. 훔치는 행위는 엄벌을 받지만 단 한 가지, 음식 훔치는 것은 용서 받는다. 배가 고픈데 아무도 먹을 걸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곧 대지 위의 모든 것은 모두가 공유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얼굴 흰 사람’들이 ‘오월 꽃(메이플라워)’라는 배를 타고 자신들의 땅에 왔을 때도 인디언들은 기꺼이 땅과 먹을 것을 나누어준다. 그러나 백인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땅을 빼앗고, 인디언들을 죽이고 그들의 종교를 강요한다.

피하고픈 전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디언들은 ‘보호구역’이란 이름의 수용소에 갇힌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과 얼굴 흰 형제들 사이의 적대감이 다시는 되살아나지 않기를” 빈다. 또 “밤과 낮은 한 집에 살 수 없다. 얼굴 붉은 사람들은 떠오르는 아침 태양에 새벽 안개가 달아나듯, 얼굴 흰 사람들이 다가오면 뒤로 달아날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인다. 문명의 거대한 폭력 앞에 스러져가는 슬픈 현실까지도 비굴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인디언들의 삶에 대한 태도가 류 시인의 담담한 해설과 함께 가슴 저릿하게 다가온다. 류 시인은 인디언들의 단순하면서 시적(詩的)인 연설에 대해 “흰 눈밭에 피를 흘리며 죽어간 새를 보는 것처럼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생생함”이라고 갈파한다. 지난 93년 같은 제목의 책을 냈던 류씨가 “내용을 10배쯤 더하고 인디언들의 달력 등 자료를 보강해 완전히 새로 쓴다는 마음”으로 낸 책이다. “이 대지 위에서 살다 간 얼굴 붉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조화로운 장소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최초의 생태주의자, 환경론자인 아메리카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생명 가진 것들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아는 자연의 형제들이었으며,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들이었다. 자연을 말살시키려는 문명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어머니 대지를 먼저 생각했고, 사물의 본성을 알아 그것으로부터 음식과 옷, 약과 도구를 얻어낸 현자들이었다….” 신문의 북섹션을 더러 들추거나, 가끔이나마 서점에 출입하는 이들에게 인디언 관련 저작은 낯선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 유행이 되다시피한 생태와 영성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에게, 인디언의 가르침은 더욱 익숙하다. 근대 합리주의와 서구 기술문명이 벽에 부딪치면서 대안찾기 출판이 활발해진 요즘, 인디언의 삶과 자연관에 대한 관심은 선불교나 티베트불교, 노장사상 등과 함께 국내 출판의 주요 갈래중 하나다.

따라서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란 부제가 붙은 신간은 상당수 독자에게는 다소 식상한 것일 수 있다. 더구나 같은 제목의 책이 같은 저자에 의해 10년전 출판된 것이고 보면 그 진부함은 더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리뷰’ 구성원 모두는 ‘환경학과 평화학’(토다 키요시 지음, 김원식 옮김, 녹색평론사) ‘언제나 소박하게’(존 레인 지음, 유은영 옮김, 샨티)등의 좋은 생태환경 신간 대신 이 책을 선택하는데 큰 이의가 없었다. 인디언 추장의 명연설을 주축으로 인디언의 삶과 지혜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슬픈 역사를 한번에 담은 책이 그간 국내에서 출판된 인디언 관련 책을 모두 뛰어넘는 역작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등 독자의 감성과 영성을 건드리면서도 다소 가벼운 톤의 책을 쓰거나 번역해 낙양의 지가를 올린 주인공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히말라야나 티베트, 혹은 명상에 천착하며 시적인 문체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류씨 특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다분히 기획출판의 느낌이 없지 않았던 기존의 책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200여쪽 가벼운 분량으로 같은 제목의 연설집을 출판할 때만 해도 번역자였던 류씨가 책을 920쪽 분량으로 대폭 늘린 인디언 관련 백과사전으로 개작한 뒤, 역자에서 저자로 신분을 바꿔버린 것이다. 처음 번역을 시작한 후 이번 책의 출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15년이 소요됐다는 책은 총 41편의 인디언 명연설문과 해설, 그리고 희귀한 인디언 어록으로 구성돼 있다. 시애틀 추장, 빨간 윗도리, 조셉 추장, 상처입은 가슴, 열마리 곰, 테쿰세…. 연설에 참여한 이들은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자,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운 전사들이다. 이들의 연설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시적이다. 백인들의 침략이 본격화한 1800년대에 주로 행해진 연설은 문명인이라 자랑하면서도 실은 야만적이었던 백인들의 공허한 정신세계 뿐 아니라, 100년 뒤를 사는 현대인의 위선을 부드러우면서도 아프게 지적한다. 연설문 못지않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수백권의 참고문헌을 섭렵한 뒤 완성했다는 작가의 해설이다.

책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시애틀 추장의 연설을 류씨의 해설을 곁들여 음미하자. 이 연설이 행해진 것은 1854년. 원주민을 보호구역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찾아온 백인 관리 아이삭 스티븐스가 자신의 임무를 전하자 시애틀 추장은 부족의 운명을 어깨에 진 어른답게 위엄을 갖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손을 그 관리의 머리에 얹고, 다른 손 검지 손가락으로 천천히 하늘을 가리키면서 역사에 남는 연설을 시작했다. “저 하늘은 수많은 세월동안 우리 아버지들의 얼굴에 자비의 눈물을 뿌려왔다. 우리에게 영원하리라 여겨지던 것들도 이제는 변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들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는가?” 연설문 못지 않게 인디언의 가르침을 잘 드러낸 어록들도 결코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다. 부록으로 실린 인디언 달력이나 부족과 사람 이름도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이다. 1월을 ‘마음 깊이 머무는 달’이라고 부르거나 12월을 ‘무소유의 달’로 부르는 멋과 철학이 어찌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없이 가능했겠는가. 이는 인디언들이 변화하는 외부 세계를 바라봄과 동시에 침묵 속에서 내면을 응시하는 눈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코끼리 다리 더듬는 식의 짧은 글로 어떻게 책의 진면목을 전할 수 있을까,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할 수밖에. 보는 이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기자는 단언한다. 책은 국내 인디언 관련 책은 물론, 류시화 최대의 역작이기도 하다고…. 백인들의 북아메리카 원주민 몰아내기가 한창이던 19세기 인디언 부족의 추장들이 부족과 백인들 앞에서 행했던 연설 모음집. 아메리칸 인디언 연설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시애틀 추장의 연설을 비롯한 41편이 지은이의 상세한 해설과 함께 엮였다. 1854년 수콰미쉬족과 두와미쉬족 원주민들을 강요된 보호구역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시애틀에 온 백인관리가 그들에게 땅을 팔기를 요구했을 때 시애틀 추장은 이렇게 연설한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살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한 힘을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시적이면서도 자연과 조화하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연설문들에는 인디언들의 세계관과 자부심, 그리고 이미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종말에 대한 위엄있는 절망이 배어나온다. 그 밖에 인디언 어록들, 부족별 달력과 이름 해설, 100여 점의 인디언 사진이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종교적인 삶에 침잠해가는 인디언. 그들의 삶 속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란 없다.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며 죽을 준비가 돼 있지 않고서는 살 수도 없다는 믿음만이 있을 뿐. 죽음이 자신들을 친절히 대하고 그들을 보기 위해 들른 오래된 친구처럼 잠시 햇빛이 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청하기라도 할 것처럼 여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물질에 대한 욕망을 가득찬 백인들의 삶과는 애초에 성장환경이 다르다. 백인들이 학교라는 번듯한 곳에서 책을 통해 문명의 이기를 간접 체험해 갈 때,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오감을 사용한 직접경험과 어른들의 말을 통해서 지혜를 터득한다. 침묵과 과묵 속에서 자연스런 삶을 살았던 인디언들이기에 의기양양하고 거만하게 때로는 천박하게 접근해 온 백인들의 문명행진에 비굴하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 인디언들은 물질문명이라는 밀물에 조용히 자리를 내준 썰물처럼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곤 했다. 큰 소동 없이 자신들의 천막과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평원에 불을 놓고, 말없이 해지는 서쪽으로 돌아서곤 한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까지 슬프게 한다. 그러나 인디언들은 침략을 일삼는 백인에 대해서도 구원과 축복을 기원했다. “할아버지 위대한 정령이시여, 얼굴 흰 사람들을 축복하소서.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우리를 없애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들은 힘이 주어졌을 때만 안심을 합니다. 그들에게 겸허함을 가르치소서.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언젠가는 그들 자신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파괴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자연 속에서 배우는 인디언들은 스스로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린 자세를 강조한다. “그대의 마음이 인디언 천막과 같아야 한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를 열어 놓으라. 혼란의 연기가 깨끗이 빠져나가도록” 단순하면서도 시적인 느낌까지 묻어나는 말들이다. 지구상 최초의 생태주의자이면서 환경론자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다.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김영사)에는 인디언의 삶과 정신, 그리고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 류시화가 15년간 수백 권의 참고문헌을 통해 집필한 책에는 총 41편의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문과 그들의 어록, 그에 따른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1993년 정신세계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나왔지만 그 분량과 깊이가 10배쯤은 늘어나고 깊어졌다. 920여 방대한 페이지에는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인디언들이 쌓아온 지혜의 목소리와 영혼의 울림이 내장돼 있다. 번역가이면서 수필가인 류 시인은 인디언 특유의 깨달음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문명인임을 자부한 당시의 백인은 물론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교훈을 준다.

인디언의 방식은 어떤 삶일까. 구체적이고 본질에 가까운 자연의 삶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름부터가 편의성과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한다. ‘열 마리 곰’, ‘앉은 소’, ‘시애틀 추장’, ‘빨간 윗도리’, ‘사람들이 그의 말을 두려워 해’, ‘곰에게 쫓겨’ 등 사람의 이름은 구체적이고 정겹다. 사물과 자연의 이름도 ‘안개를 만드는 밭’, ‘꿈꾸는 언덕’ 등 바로 자연 친밀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인디언의 자연스런 삶은 ‘대지는 곧 어머니’라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인디언들의 연설문 중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이런 믿음을 확인해 준다.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밀어 넣을 때 대지의 파괴를 지켜봐야 했던 당시 인디언들의 비극과 관용의 정서가 느껴진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는가 ……사람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에 관심이 높아진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가슴 한 구석이 늘 허전한 정신적 배고픔의 원인을 찾은 결과다. 물질문명의 거대한 바벨탑을 세웠지만 현대인의 삶은 팍팍하다. 무한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스스로 주체할 수 없게 된 탐욕, 뿌리가 잘려진 듯 흐느적거리는 삶에서 나오는 불안감 등.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새로운 삶의 태도는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생태주의·무소유·느림의 미학 등이 화두가 됐고, 산업문명의 정점인 현대 사회에서 명상이나 요가·마음수련·선·영성 등의 단어가 낯설지 않다. 이 새 가치관의 뿌리를 더듬다보면 인디언들의 삶을 만난다. 이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인디언적 삶의 태도와 사상들을 담은 책이다. 920쪽의 두꺼운 책은 ‘총과 위선’으로 무장한 채 물밀처럼 밀려온 백인문명을 향해 내놓은 인디언 ‘큰어른’들의 말씀이다. 40여편의 연설, 수많은 인디언들의 어록,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설로 구성됐다.

시적인 말 속에는 수천년간 다듬어진 인디언들의 지혜, 백인문명에 대한 비판과 분노, 사라지는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마치 큰 깨달음을 전하는 잠언집이자 현대문명의 치부를 속속들이 파헤친 문명비평서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들의 사상이 잘 담겨 숱하게 인용되는 유명한 연설은 시애틀 추장의 것이다. 시애틀이란 도시 이름을 낳기도 한 그는 1854년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이란 이름의 울타리 안에 가두려 하자 입을 열었다.“~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누이이고 순록과 말, 독수리는 형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인디언적 가치관을 압축하는 말로 ‘대지는 어머니’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란 표현을 흔히 쓴다. 자연 만물을 인간과 같은 하나의 신성한 생명체로 여겨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생태사상이다. 특히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미타쿠예 오야신”이라는 다코타족의 인사말로, 모든 동식물 등 생명체는 인간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시애틀 추장은 또 금을 찾아온 백인 무리들에게 “당신들이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를 쓰러뜨리면서 짐승들이 사라졌다. 짐승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질타한 뒤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됐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풍요롭지만, 살아남는 일에는 막막한 곳”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되짚어보게 하는 목소리는 책 곳곳에서 계속된다. 새일리쉬족의 단 조지 추장은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다. 서로 도우며 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수백만명을 죽인 전쟁을 정당화하고 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문화, 형제자매인 자연에 싸움을 걸고 착취하는 당신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전한다. 그는 또 “우리는 개인 소유물을 축적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자연 속의 모든 것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그것을 남들과 기꺼이 나누고, 꼭 필요한 것만을 취한다”며 무소유적 삶의 일단을 보여준다.

다코타족의 오히예사는 “모든 종교적인 열망, 진실한 예배는 똑같이 하나의 근원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백인 선교사들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믿음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멸망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문명인들의 편협함을 꾸짖고, 종교의 본질을 묻는다. 책에는 이밖에 “거위 보호를 위해 힘을 쓰면서 왜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려고는 하지 않는가”라며 문화 패권주의를 비판하거나, “우리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피를 흘리며 숲속으로 기어가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는 상처입은 사슴과 같다”는 등 스러지는 문화에 대한 절규도 있다. 되새김질할수록 그 의미가 더 크고, 새롭게 다가오는 말들이 가득한 책이다.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한 삶의 본질을 캐묻는 그들의 말은 가슴에 더 깊이 새겨질 듯하다. 2만9천원. 올들어 유난해진 개인의 불안감과 절박함은 영성, 명상 분야의 책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도 나타났다. 10억 만들기나 부자되기로는 해소될 수 없는 근원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내면의 응시, 또는 깨침을 추구하거나 아예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영성, 명상 서적 출간과 관련해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은 틱낫한 신드롬이다. 지난해 출간된 ‘화’(명진출판)가 밀리언셀러에 오르면서 불붙은 틱낫한 현상은 지난 3월 그가 방한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틱낫한이 서울과 전국을 순회하는 동안 ‘화’의 판매고가 다시 한번 치솟았으며, ‘힘’을 비롯한 그의 책들이 20여권이나 번역돼 나왔다. 지금 여기서, ‘마음 다함’, ‘지극 정성’, 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집중하며 행복과 자유를 얻으라는 그의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파고든 것이다.

“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소를 잃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소는 무엇일까. 바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통해 명예와 돈, 출세를 원한다. 이런 욕망들이 그들의 ‘소’다. 소를 가진 사람은 소를 놓칠까봐 늘 전전긍긍한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소를 한번 깊이 들여다보라. 당신은 일과 모든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당신이 일을 하는 동기는 행복이다. 당신의 일은 소가 아니다. 당신은 일의 노예가 아니다. 자유인으로서 일하라.” 틱낫한이 “현실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면,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같은 책은 현실 도피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난 책으로 볼 수 있다. 탐욕도 벗어놓고…’는 전국에 은둔한 도인 5명을 찾아,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공장을 운영하며 큰 돈을 벌었지만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내려와야 한다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숨어사는 초로의 노인을 통해, 20년이 넘도록 바깥 세상과 단절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침이나 놓아주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통해,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속삭인다.

학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충북 제천의 박달재 인근 산 속에서 자연농법을 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최성현씨의 책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도 이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몇년 전 나온 책을 새로 손질해 내놓은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이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뉴욕타임스 기자의 대당서역기’도 단순한 옛길 소개 책이나 여행기, 혹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에 그치지 않는다.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불가피한 인간의 근원적인 결핍을 지적하고 그리움을 자극하며, 이제 나를 찾아 나설 때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 영성, 명상 분야의 책이 출간되고 팔린 것은 오늘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곤고했는가를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올해의 우린 때로 도인이 되고, 때로 탈출을 꿈꿨으며, 또 때로는 인적없는 산길을 찾아 땀을 쏟으며 걷기도 했던 것이다.  


지은 인연을 알면 괴로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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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도시 15-09-18 07:43
 
지은 인연을 알면 괴로울 일이 없다
된장찌개 15-09-18 09:26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누이이고 순록과 말, 독수리는 형제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라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명연설입니다.
게리 15-09-18 13:26
 
미타쿠예 오야신.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혹은 ‘모두가 나의 친척이다.’ 라는 뜻의 다코타족 인디언 인사말이다.
이 짧은 구절은 인디언들의 생태적 정신과 소박한 삶의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준다.생명 가진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안 자연의 형제들.이 ‘얼굴 붉은 사람들’은 타고난 자연주의자이자 생태주의자,환경론자였다.
겨울 15-09-18 16:34
 
힘들면 길어오던 물을 반쯤 버리고 가도 괜찮겠지요.
더 필요하면 다음에 또 길면 되니까요.
동선 15-09-18 17:08
 
백인들이 학교라는 번듯한 곳에서 책을 통해 문명의 이기를 간접 체험해 갈 때, 인디언들은 자연 속에서 오감을
사용한 직접경험과 어른들의 말을 통해서 지혜를 터득한다. 침묵과 과묵 속에서 자연스런 삶을 살았던
인디언들이기에 의기양양하고 거만하게 때로는 천박하게 접근해 온 백인들의 문명행진에 비굴하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
객1 15-09-18 17:37
 
자연 속에는 갈매기도 바다학습으로 새우깡 채 가지 않것습니까
꿈이였어 15-09-18 19:41
 
‘대지는 곧 어머니’라는 인디언의 믿음체계
만사지 15-09-18 21:35
 
“인디언들을 말살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백인들의 무기와 전염병이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견이었다
옥수 15-09-18 22:24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들이었다. 자연을 말살시키려는 문명의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어머니 대지를 먼저 생각했고, 사물의 본성을 알아 그것으로부터 음식과 옷, 약과 도구를 얻어낸 현자들이었다
사오리 15-09-18 23:48
 
공적을 과시하고 문장을 자랑함은 모두 자신의 밖에 있는 사물에 기대어
행동하는 것이다. 마음의 본체는 본래 밝은 까닭에 이 본체를 잃지 않으
면 한 치의 공적이나 한 글자의 문장이 없을지라도 저절로 정정당당히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알지 못하는구나..
혁명밀알 15-09-19 11:22
 
밤과 낮은 한 집에 살 수 없다. 얼굴 붉은 사람들은 떠오르는 아침 태양에 새벽 안개가 달아나듯,
얼굴 흰 사람들이 다가오면 뒤로 달아날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인다
현포 15-09-20 20:35
 
대지에 순응하고 포용하는 인디언 추장의 통찰력이 있어 이 세상은 아직도 넉넉하고
시애틀추장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말없이 조용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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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0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 미래 대비하는 보험이 하나님에 대한 불신일까요 (10) 게리 09-18
3909 진법일기 18-성사재인-성공과 행복 (29) 이순신 09-18
3908 1만년의 폭발2 ~진화는 지금도 빠르게 일어난다 (10) 게리 09-18
3907 1만년의 폭발 ~진화는 지금도 빠르게 일어난다 (8) 게리 09-18
3906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12) 호반도시 09-18
3905 가장 평화로운 그림 (11) 혁명밀알 09-18
3904 김재용의《엄마의 주례사》 * '당신과 나 사이'처럼 (8) 사오리 09-17
3903 나이 많으신 법적 총각님 ~ 대포가 노리개 였던가요? (15) 대포 09-17
3902 버려진 의자 (9) 옥수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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