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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25 22:44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
 글쓴이 : 선유도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


먼저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은 어떻게 존재했는가? 「자찬
묘지명」 체재란 조선시대 문집의 일반적 체재와는 달리, 경집을 시문집
詩文集보다 앞에 배치하는 방식으로서, 「자찬묘지명(집중본, 1822)」에서 
다산 자신이 제시한 문집의 구성 체재를 말한다.  「자찬묘지명」 체재
는 개별 저술들의 초고본草稿本 단계를 거친 뒤 초고본들이 일련의 [여
유당집] 권차卷次 및 책차冊次를 부여받으면서 완성되는 단계를 가리킨 
다.  요컨대, 「자찬묘지명」을 전후로 형성되어 일련의 순서와 구성을 지
닌 [여유당집] 체재를 「자찬묘지명」 체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상은 다산이 1808년 두 아들에게 보낸 「가계家誡」에서 이 
미 개괄적으로 제기되었는데,  [시경강의詩經講義]를 필두로 해서 자신
의 대표작인 [주역사전周易四箋]과 [상례사전喪禮四箋]을 포함한 경집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 시문집과 경세학經世學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자
찬묘지명」 체재는 다산이 스스로 작성한 최초의 저술목록인 「서증신영
로」(1817)에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이 목록은 서목書目의 범위에서 [여유
당집]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지만, 문집의 구성 순서가 「자찬묘지
명」이나 현존 [여유당집]과 다르기 때문에 아직 [여유당집] 체재가 형성 
되기 이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
은 「서증신영로」 이후 「자찬묘지명」(1822)을 전후로 정리되는 [여유당집] 
체재로서, 「열수전서총목록」을 거쳐 신조선사본 [여유당전서]에 와서 
시문집-경집 순서로 새롭게 재편된 비非「자찬묘지명」 체재와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자찬묘지명」은 [여유당집] 성립 이후에 [여유당집] 체제를 
반영한 것이므로, 그 대신 [여유당집] 체재라는 용어로 대체하자는 견 
해가 있다.  이런 주장은 일 리 있지만, 온전한 대안은 아니다. 왜냐하
면 「자찬묘지명」의 순서와 다른 [여유당집] 권차를 지닌 필사본들이 
재하고, 그것들이 「자찬묘지명」과 다른 단계에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 
기 때문이다.  이 필사본들은 「자찬묘지명」과 다른 순서로 구성된 [여
유당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유당집]은 「자찬묘지명」 체재
의 [여유당집]과 비「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으로 구분할 수 있으
며, 비「자찬묘지명」 체재를 보여주는 [여유당집] 권차나 책차를 지닌 필
사본들은 다시 초고본에서 「자찬묘지명」 체재로 정리되는 과정에 있는 
초기 필사본들과 「자찬묘지명」에서 [여유당전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후기 필사본으로 세분할 수 있다. 규장각 소장 사암경집본 [상례
사전](古1360-13)이 전자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면, 규장각본 [여유당집] 
(奎 11894)은 후자를 대표한다. 예컨대, 사암경집본 [상례사전]이 60권본 
에서 50권본으로 재편되는 필사본의 초기 양상을 드러내는 반면,  규 
장각본 [여유당집]은 후기 필사본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1책부터 27책에 
이르는 일련의 책차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차가 없거나 권차와 
책차의 순서가 서로 어긋나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시문집-경집의 순으로 구성된 규장각본 [여유당집]이 보여주는 
일련의 책차는 시문집-경집의 순으로 구성된 [여유당전서]의 순서를 
선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규장각본 [여유당집]은 규장각 
에 완질의 형태로 남아있는 [여유당집] 세트로서, 일제 강점기인 1910년 
대에 조선총독부 참사관 분실에서 필사한 것이다. [여유당전서]는 기
본적으로 「열수전서총목록」에 기록된 저술들을 규장각본 [여유당집]
을 저본으로 삼아 그 체재를 따르면서 시문집과 경집 다음에 경세학 관 
련 단행본들을 추가하여 정리한 것이다.  규장각본 [여유당집]은 경집
의 배열에서는 사서四書-육경六經 순으로 구성된 [여유당전서]와는 달
리 육경-사서 순으로 배열된 「자찬묘지명」 체재에 따르고 있으나, 「자
찬묘지명」 체재와는 달리 기존 문집 구성 순서에 따라 시문집-경집 순 
으로 전서全書의 구성 순서를 변경했다. 


실제로 규장각본 [여유당집]은 시詩 24권 8책, 잡문雜文 31권 11책, 
[풍수집의風水集議] 3권 1책, 속집續集 25권 10책, [상례외편喪禮外編] 14 
권 5책([국조전례고國朝典禮考] 2권 1책 포함), [사례가식四禮家式] 3권 1책, 
[상례사전喪禮四箋] 50권 17책, [조선수경朝鮮水經] 10권 4책, [논어고금 
주論語古今注] 40권 13책, [맹자요의孟子要義] 9권 3책, [중용자잠中庸自 
箴] 3권 1책, [대학공의大學公議] 3권 1책, [대학강의大學講義] 3권 1책([소 
학지언小學枝言] 1권, [심경밀험心經密驗] 1권 포함) 등 모두 218권 76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신조선사본 [여유당전서]는 제1집 시문집詩文 
集, 제2집 경집經集, 제3집 예집禮集, 제4집 악집樂集, 제5집 정법집政法 
集, 제6집 지리집地理集, 제7집 의학집醫學集으로 재배열했다. 


이러한 양상을 볼 때,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이 먼저 형성되
었다가 「열수전서총목록」 이후 어느 시점에 시문집과 경집의 순서가 바
뀌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유당전서]는 규장각본 [여
유당집]을 계승하되, 육경과 사서의 순서를 바꾸고 잡찬류와 경세학 분
야를 추가함으로써 그러한 변화를 좀 더 분명하게 표출했던 것으로 보
이며, 경집 내 배열순서가 「자찬묘지명」과 일치하는 규장각본 [여유당
집]은 그 변화의 중간 흔적을 간직한 것이다.


그렇다면 비「자찬묘지명」 체재의 규장각본 [여유당집]과 달리, 만약 
「자찬묘지명」 체재에 따른 [여유당집] 필사본이 현존한다면, 그것은 
「자찬묘지명」 단계에 만들어진 필사본으로서 정고본 혹은 정고본에 가
까운 필사본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단국대 소장 필사본과 김영호 
소장본인 [논어고금주], [주역사전], [상례사전], [시경강의],[중용
의보中庸講義補] 등 일련의 경집 필사본들을 [여유당집] 권차와 책차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면, 「자찬묘지명」 체재로 정리되었거나 정리되고 있
는 [여유당집]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7월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선생 탄 
신 250주년 특별전>에서는 단국대본과 장서각본 등 기존에 대학 소장처 
를 중심으로 알려진 다산의 필사본들에 더하여, 가장본 중 정고본 계 
열에 속하는 다수의 김영호 소장본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단국대본, 장
서각본, 아사미문고본 등과 이 김영호 소장본을 함께 비교해 보면, 다산
이 「자찬묘지명」에서 보여주었던 [여유당집] 체재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혁명은 증산상제님의 갑옷을 입고 행하는 성사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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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15-09-25 22:48
 
「자찬묘지명」 체재란 조선시대 문집의 일반적 체재와는 달리, 경집을 시문집詩文集보다 앞에 배치하는 방식
사오리 15-09-25 23:23
 
마음속에 잡념이 없어야 자기의 본성이 드러나니, 잡념을 끊지 않고 본
성을 보려하는 것은 물살이 헤쳐서 달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뜻이
깨끗하면 마음이 맑아지니, 뜻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마음이 맑기를 구
하는 것은 깨끗한 거울을 바라면서 거울에 먼지를 덧씌우는 것과 같다
옥수 15-09-26 00:05
 
「자찬묘지명」 체재는 개별 저술들의 초고본草稿本 단계를 거친 뒤 초고본들이 일련의 [여
유당집] 권차卷次 및 책차冊次를 부여받으면서 완성되는 단계를 가리킨다.
게리 15-09-26 17:59
 
단국대본, 장서각본, 아사미문고본 등과 이 김영호 소장본을 함께 비교해 보면, 다산
이 「자찬묘지명」에서 보여주었던 [여유당집] 체재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동선 15-09-26 19:42
 
시문집-경집의 순으로 구성된 규장각본 [여유당집]이 보여주는
일련의 책차는 시문집-경집의 순으로 구성된 [여유당전서]의 순서를
선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겨울 15-09-26 22:30
 
「자찬묘지명」 체재의 [여유당집]이 먼저 형성되었다가 「열수전서총목록」 이후 어느 시점에 시문집과 경집의 순서가 바뀌는 변화가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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