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임이유 ... 300여쪽 분량 ‘비밀 보고서 두 권’을 읽고 나서!
13일 성베드로성당 ‘재의 수요일’ 미사서 “교회의 얼굴을 더럽히는 분열” 비판
지난 11일 아침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을 반복해 되돌아본 결과, 저는 고령으로 인해 더 이상 교황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습니다.”라며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라틴어로 쓴 짤막한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런 이유로, 저는 교황직을 2월28일 오후 8시에 내려놓겠다는 것을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언합니다.”라 발표해 많은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난 뒤에도 교회의 악행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해석될 만한 발언들을 내놓아 세간의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는 사임 발표 이틀 후 13일 성베드로성당에서 열린 ‘재의 수요일’ 미사를 집전하면서 “교회의 얼굴을 더럽히는 분열”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내부의 부패와 암투가 적힌 문서가 유출되는 ‘바티리크스(Vatileaks)’사건이 발생한 뒤, 교황은 훌리안 에란스 등 3명의 추기경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17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들이 제출한 300여쪽 분량의 비밀 보고서 두 권을 받고, 이를 다 읽은 후 교황은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는 설도 분분하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2일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결심한 데는 부패와 협박, 동성섹스 조직 등 바티칸의 실상을 담은 이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라 레푸블리카'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전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바티칸엔 동성섹스로 뭉친 여러 분파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로마 주변의 빌라, 사우나, 미용실, 예전에 주교관으로 사용됐던 건물 등에서 밀회를 가졌다고 기록된 것으로 전해졋다.
보고서는 “이런 모든 악행은 십계명 중 간음과 도둑질을 금한 6계명과 7계명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해, 간음은 동성섹스를, 도둑질은 바티칸은행(IOR) 내부의 수상한 돈거래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베네딕토 16세의 사택에 보관돼 후임자가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차기 교황에게 전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 교황청은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고 있는 중이다.
한편 교황은 지난 2천 년여 가톨릭 교회의 역사에서 ‘종신직’으로 인식, 생존해 있는 동안 교황이 ‘완전한 자유의지’로 물러나기는 1294년 첼레스티노 5세 이래 무려 719년 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