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를 알게 된 것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무료강연’ 덕분입니다. 저는 서양화,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하는 예술가입니다. 제 예술의 지향성은 우주와 생명성에 대한 통찰입니다.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과학강연을 경청하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열심히 찾아갔습니다.
유명한 과학자에게 과학강연을 듣다보니 어떠한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일회성 강연도 좋았지만, 과학도서를 구입해서 차근차근 읽고 과학자, 과학저술가에게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탐구욕구가 생겼습니다. 그 갈증을 말끔히 해결해준 것이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무료강연’이었습니다.
저는 ‘APCTP 선정, 2014 올해의 과학책을 읽다’ 시리즈부터 강연을 들었습니다. 『다윈의 서재』, 『과학의 민중사』,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 관련된 강연과 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 2019년 4월 4일까지 ‘APCTP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 무료강연’을 경청하는 것은 저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혼자서 과학책을 읽을 때는 아무리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봐도 어렵던 과학책이, 저자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고 나면 이해가 쉬워졌습니다. 기억에 남는 책은 『게놈 익스프레스』, 『김상욱의 과학공부』, 『불멸의 원자』,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지능의 탄생』, 『빅뱅의 메아리』 등 참 많고도 많습니다.
이번 시즌 올해의 과학도서 중 『과학이라는 헛소리』는 과학뿐만 아니라 과학 너머의 유사과학에 대한 담론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동일한 실험은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는 ‘재현가능성’을 추구합니다. 반면에 재현가능성 및 반증가능성이 없다면 유사과학으로 분류됩니다.
왜 유사과학은 끊임없이 출현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시보 효과가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기업과 과학자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소비자,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퍼뜨리는 주체가 있다는 것은 어떠한 사적 이익을 취하는 집단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 기업가, 정치가의 윤리적인 책무성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다국적 담배 회사가 과학자의 연구비를 지원해서 흡연 폐해는 은폐하고 유리한 연구결과만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한 기업정신이라 믿습니다. 또한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 다룬 백신반대운동이 흥미로웠습니다. 백신은 사회적 방화벽입니다. 백신을 맞는 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입니다. 독감, 말라리아, 결핵 백신 등을 맞지 않아도 전염성 있는 질병에 감염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이 있어 백신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독감백신을 맞지 않아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는 이미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생긴 방어효과입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질병의 확산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방어효과가 깨지면 치명적인 집단, 즉 아기, 유아, 노령자, 노약자들이 피해를 입고 치사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 크게 인상적인 것은 '인종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아프리카는 모든 인류의 고향이며 흑인은 모든 인류의 조상이라고 말합니다. 인류는 환경의 영향으로 겉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며, 사는 대륙과 위도에 따라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유전자의 차이는 무지무지 적다고 밝힙니다. '인종은 없으나 다만 인종주의자는 있다.' 과학책을 읽고 과학강연을 경청한 후 이런 떨림을 느끼는 순간이 저에게는 무척 소중합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강연은 김홍표 교수님의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이었습니다. 과학적 탐구의 결과물들은 인류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게 배운 것은 ‘과학적 방법론을 실생활에서 실행해야겠다’는 자각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최근 저는 사람은 일정 나이가 되면 주체성, 비판적 사고력, 연대성을 지녀야 한다고 믿고 이를 실천 중입니다. 비판성을 실천하려면 인문학, 사회과학적인 소양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학은 추정과 반박이 명확합니다. 인문학과는 달리 과학적 사고는 실험이라고 하는 과학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합니다. 실험을 통한 가설의 증명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워야 할 귀중한 과학적 방법론은 다른 시각,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관점입니다. 저자는 과학적 사고의 본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합니다. 질문과 의심, 뚝심과 영감이 만들어낸 과학자들의 발견과 증명의 기록이 가득 담긴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은 일단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강연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왜라고 의심하라'라는 대전제 하에 던져진 과학적 질문이 가져온 많은 연구, 증명들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믿습니다.
- 적혈구에는 왜 핵이 없을까?
- 뱀파이어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
- 황열병은 겨울이 되면 발병 빈도수가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하여 자신의 몸을 통해 황열병은 접촉에 의해 매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미국 과학자의 이야기
- 헝가리 과학자 센트죄르지는 파프리카를 먹지 않고 갈아서 그 안에서 다량의 비타민C를 발견했고, 이에 비타민C 구조를 밝히고 규명했다는 이야기
비타민C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병원성 세균이 아닌 어떤 미량의 물질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우리 인류는 질병은 세균 때문에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작은 물질(미량의 물질)이 질병 혹은 죽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질문과 증명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보하고 진화 중입니다. 끝으로 APCTP가 선정한 과학도서에 대한 강연의 경청소감을 제 창작시로 마쳐 봅니다.
우주를 움직이는 사랑
나 태어나 이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라서 자유롭구나
벚꽃 꿀샘은 도대체 누가 감추어 놓았는가
나비가 사라진 도시
새가 벚꽃 꿀샘으로 날아드네
저기 오롯이 핀 꽃이여
가장 일찍 눈뜬 꽃이 아니라 제일 늦게 외따로 피었구나
고유의 방식으로 자연은 영원하라
나 태어나 이 아름다운 우주의 일부라서 자유롭구나
수소와 헬륨은 도대체 누가 별들에게 감추어 놓았는가
우주에게 빅뱅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라면
나란히 존재하는 다중우주는 진정한 모험이야
고유의 방식으로 우주는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