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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심록 추기

『징심록』은 백결선생의 아버지로 신라 눌지왕 때의 충신 박제상이 쓴 글이다. <징심록추기>는 생육신의 한 분이자 천재로 유명한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징심록』에 대한 감회의 글이다. 박판현님의 <천부경:한민족의 얼>에 실려있는 글 중에 수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 간추렸다.

지금 밤중에 앉아 눈을 감고 해의 뒤를 따르는 어떤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날(같은 날)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볼 것이니 이제야 곧 편견이 사라질 것이며, 또 대지와 산천이 같은 궤도를 돌면서 공중에 떠 있음을 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쪽이 곧 서쪽이요 서쪽이 곧 동쪽이 되어 끝내는 동서의 구별이 없게 되니, 이 때에 곧 원각(원만 무결한 깨달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을 감고 돌을 만지면 단지 그 견고한 것만 알게 되고 만지지 않고 보기만하면 단지 그 흰 것만 알게 될 것이나, 이것은 표면의 감각만 중하게 생각하고 표면과 이면 두 감각의 교추(交推:주고 받으면서 옮기는 것)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고 만지는 감각을 모두 갖춘 뒤라야 곧 그 전체를 깨닫게 되며, 비록 표면의 감각이지만 그 교추의 이치를 안다면 또한 그 전체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견고한 것이 곧 흰 것이요, 흰 것이 곧 견고한 것이 되어 끝내는 견고한 것과 흰 것의 차가 없게 되니 이것을 가리켜 통관(전체를 통달함)이라 하는 것이다.

무릇 사물은 모두 겉과 속이 있으니 속이 조밀하면 충실하고 드물면 구멍이 뚫리며, 겉이 조밀하면 색이 모이고 드물면 색이 희미하니, 이것은 허실(겉이 드문 것과 속이 조밀한 것)과 공색(속이 드문 것과 조밀한 것)의 교추인 것이다.

또 실이 조밀하면 견고하고 드물면 기가 허하며, 색이 조밀하면 바탕을 만들고, 드물면 희게 되니, 이것은 기질과 견백의 교추인 것이다. 그러므로 색질견실은 형상이 있어 족히 징험할 수 있고, 허백기공은 이름은 없으나 빌마(조짐)가 있다.

정(情)은 형상이 있는 데에서 생겨나 金石水土와 비잠동식(날짐승,물고기,동물,식물)의 모습으로 징험할 수 있고, 도는 이름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 은현(隱現: 숨겨지고 나타나는 것), 생멸(生滅: 우주 만물의 생겨남과 없어짐)과 소장(消長: 사그라지고 자라나는 것), 성쇠(盛衰: 성하고 쇠하는 것)의 형세가 빌미이니 우주 만상이 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도라는 것은 대체로 한 가지로 통일하나 형태라는 것은 천태만상이라. 이에 성인이 천하에 두루 통하는 관음곡(조통공지관음調通空之管音)을 지어사 그것으로써 대체로 같은 情을 살피사 허실의 척도로 표준하사 그것으로써 서로 다른 형세를 살피셨으니, 이것은 진실로 사물을 살펴 이치를 증명하는 진법이니 신라가 사용한 금척(金尺)과 옥적(玉笛)은 그 유서가 상고 시대에 연유하였음이 명백하다.

대저 소밀(疏密: 드문 것과 조밀한 것)이 한 몸이요 기질(氣質: 속이 매우 드문 것과 겉이 매우 조밀한 것)이 한 몸이며 색공(色空: 겉이 조밀한 것과 속이 드문 것)이 한 몸이요 견백(堅白: 속이 매우 조밀한 것과 겉이 매우 드문 것)이 한 몸인데, 각각 모두 짝이 있는 이유는 장차 교추(交推: 서로 주고 받으면서 옮김) 상자(相資: 서로 도움)하여 사물을 완성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하 만물이 반드시 허공에서 이름을 이루어 자리를 잡고 천하만사가 반드시 실(實)이 교차하는 데에서 형상을 보여 흔적이 희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태고 때부터 바뀔 수 없는 진법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zhuzak/130168442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