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개벽설의 허구
1. 현무경의 오부(午符)
때를 얻는 것은 시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이에 대하여 간략히 소술하고자 한다. 안다면 그 때의 풀이를 증거로 내보여야 함이며, 그렇지 않다면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기에 시한부 개벽설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
때를 알기가 어려움은 육임 기문 태을의 산식을 풀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이를 알더라도 기준이 되는 구심점에 해당하는 핵심을 모르기 때문에 때에 대한 풀이가 큰 의미를 가지기도 어렵다. 특히 인사상의 풀이는 해석상의 근간이 되는 주체적인 구심점의 문제 때문에 어떻게 구성되는지 자체를 전혀 알기가 어렵다. 왜 그렇게 되어 있는가를 다소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현무경 오부(午符)에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 기서재동(其瑞在東) 언청계용(言聽計用) 신(神)”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간략하나마 이를 통해서 시점에 대한 주장이 왜 틀리게 되는가를 알고서 반복적으로 속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맹신의 결과인지를 되짚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하늘의 도는 밝음이 일월로 나타나기 때문에 성인의 공을 본받는 자는 일월의 밝음을 본받고 어두움을 따라서 은둔한다. 양이 지극하면 음이 되고 음이 지극해지면 양이 된다. 일월이 순환하고 차고 비게 되는 이치와 천지만물이 화육하는 이치가 손익(損益)에 담겨있다.
주역의 풍뢰익괘(風雷益卦)와 산택손괘(山澤損卦)가 손익(損益)을 설명하는 괘이다. 풍뢰익괘(風雷益卦)는 바람을 상징하는 손(巽)괘와 우레를 상징하는 진(震)괘로 구성되어 있다. 이 괘는 위에서 아래로 돕는 작용이 내려옴을 말하는 괘이다. 산택손괘(山澤損卦)는 자신의 것을 덜어서 남에게 이익을 더해주니 손(損)이라 하였는데 이는 겸양의 덕을 말함이다. 손괘는 아래의 것을 덜어서 위로 보태어 주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 작용한다.
따라서 역(易)에서 익괘는 “손상익하(損上益下)하니 민열무강(民說无疆)이라. 자상하하(自上下下)하니 기도대광(其道大光)이라” 하였는데, 위에서 덜어서 아래에 보태 주니 백성들이 끝없이 기뻐한다. 은혜가 위에서 아래로 미치니 그 도가 크게 빛난다. 손괘는 “손하익상(損下益上)하여 기도상행(其道上行)하니 손이유부(損而有孚)면 원길(元吉)하여 무구(无咎)하다”하였는데, 아래의 것을 덜어서 위의 것에 보태 주기 때문에 손괘의 도는 위로 지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 덜어 주지만 신실하다면 길하여 허물이 없다.
익괘는 “나아가 일을 추진하면 만사가 순조롭다는 것은 중정을 얻어 경사가 있음이고, 큰 강을 건너듯이 큰 일을 결행하는 위험을 무릅써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나무의 도가 시운을 얻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괘는 움직여 덜어주어서 해가 끝없이 전진함이니 하늘이 베풀고 땅이 만물을 낳음이다. 만물에 보태어 주는 이익이 비할 데가 없으니 무릇 천지자연의 이익되는 되는 때와 호응하여 행해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이유유왕(利有攸往)이 중정(中正)하여 유경(有慶)하고 이섭대천(利涉大川)이 목도내행(木道乃行)이라. 익(益)은 동이손(動而損)하여 일진무강(日進无疆)하니 천시지생(天施地生)하여 기익(其益)이 무방(无方)하니라. 범익지도여시해행(凡益之道與時偕行)하니라)
손괘에서는 “강을 덜어 유에 보태 주는 데에도 적당한 시기가 있으니, 덜고 보태주고 차고 비는 모든 일이 시세의 추이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라”(손강익유유시損剛益柔有時하니 손익영허여시해행損益盈虛與時偕行하니라)고 하였다.
또한 손괘의 효사에 "삼인행(三人行)에 즉손일인(則損一人)하고 일인행(一人行)에 즉득기우(則得其友)라" 하였는데,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잃게되고 혼자서 가면 그 벗을 얻게 되는데, 혼자 간다는 것은 셋이서 동행하면 서로 불신하여 의심하게 되나 혼자 가게 되면 불신하는 자가 없으므로 오히려 벗을 얻는다는 뜻이다. 익괘의 효사에서는 누군가 밖으로부터 찾아와 도움을 주리라고 하였는데, 군주는 천제(天帝)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올려야 길하다고 하였다. 아래 사람의 협력을 얻기 위하여 군주가 성의와 노력을 경주하게 됨에 따라 상하가 서로 협력하여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는 건곤(乾坤)의 이치를 말한 것으로 연월일시의 운행이 이러한 이치로 오르고 내리는 손익법으로 이루어지는데, 하루로는 24시를 나누어 12시간씩 주야가 교대함이니 손익의 12수를 적산한 144수는 곤책수가 되어 이 시간의 범위를 채우는 것을 현무경 오부가 가리키고 있음이다. 손익(損益)을 오부(午符)에 배치함은 선후천이 교역하는 오회(午會)의 남방이 북방 현무와 대대(待對)하여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오(午)는 후천도에서 곤위(坤位)가 되며, 유서에서 남방 병오에 불상이 드러난다 한 것으로 보아서 오부(午符)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기서재동(其瑞在東)이란 손익의 상서로움이 동쪽에 있다는 의미인데, 인간의 본성이 어둠을 등지고 밝음을 행하는 배서향동(背西向東)의 본질을 밝힘이다. 익괘에 ‘이섭대천(利涉大川)이 목도내행(木道乃行)이라’는 구절과 상통하는데, 큰 강을 건너는 데에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나 일을 결행하여 이루게 되니 나무의 도가 시운을 얻어 행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서재동(其瑞在東)의 시운이란 어떤 때의 운을 말하는 것인가?
갑자가 갑오에서 종장을 지으니 갑오가 그 기준 시일까? 불상이 화현하는 병오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가? 오부에 명시된 기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기준점이 있는 것인가?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지만 그 이후도 또한 어렵다.
언청계용(言聽計用)은 신(神)으로 말하고 듣고 계획하고 용사한다는 의미이지만, 계용(計用)에서 계(計)는 때를, 용(用)은 용사하는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육임 기문 태을신수의 둔법이다. 둔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 시간의 도수풀이가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지만 계신(計神)과 용신(用神)에 대한 해석은 삼원 오행의 법칙 좀 안다고 풀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역리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삼원 오행론으로 이것이 이해되고 풀리지는 않는다.
언청계용(言聽計用)이란 용어의 출처는 원래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이다. 한신은 원래 초(楚)나라 항우(項羽)의 밑에 있었으나, 중용되지 않자 한(漢)나라 유방(劉邦)에게 귀순하였다. 유방은 한신을 대장군으로 중용하였다. 한신이 유방의 명을 받아 제(齊)나라를 공격하자, 제나라는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항우는 부하 장수 용저(龍且)에게 20만 대군을 이끌고 제나라를 돕게 하였다. 한신을 이를 대파하고 제왕(齊王)에 봉하여졌다. 한신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낀 항우는 무섭(武涉)이라는 세객(說客)을 보내어 한신으로 하여금 한나라로부터 독립하여 초·한·제의 세 나라로 천하를 삼분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자 한신은 이렇게 말하며 거절하였다.
"내가 항왕(항우)을 섬길 때는 낭중(郞中)에 불과하여 창을 들고 문지기 노릇을 하였소. 내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초나라를 배반하고 한나라에 귀순한 것이오. 한왕(유방)은 내게 장군의 인수(印綬)를 내리고 수만의 병력을 맡겼으며, 자기 옷을 벗어 내게 입혀 주고 자기 밥을 나누어 주었으며, 내 계책을 받아들였으므로 내가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이오(漢王授我上將軍印, 予我數萬衆, 解衣衣我, 推食食我, 言聽計用, 故吾得以至於此). 무릇 남이 나를 깊이 신뢰하는데 내가 그를 배신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니 설령 죽더라도 뜻을 바꿀 수는 없소."
해의추식(解衣推食)의 고사로 널리 알려진 한신의 말에 나오는 언청계용(言聽計用)의 뜻은 말하는 것을 들어주고 계책을 받아들여 주는 것으로 뜻을 이룬다는 의미로 풀이하여 볼 수 있다.
현무경의 오부(午符)에 언청계용(言聽計用)의 네 글자 위에 신(神)을 덮어서 쓰여져 있는데, 이것이 모두 신의 작용으로 행함을 말함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 기서재동(其瑞在東)’의 열두자에 신(神)이 오행수로 작용하여 열석자가 되며, 기유 정월 일일 사시의 8자를 더하면 21자가 되고, 언청계용을 풀어서 더하면 25수이며, 현무경 석자를 또 더하면 28의 수리체계를 갖춘다. 오부(午符)의 수리구성이 13과 21과 28을 기본수로 정하고 있음이다. 이런 것은 용필체수(用筆體數)라고 하는 것을 연구하는 이들에겐 필수적으로 중요하지만 필자로선 별로 관심이 없다.
현무가 오화(午火)로 작용하는 남방3리화의 이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작용수의 3을 음양으로 또한 나누어 손익(損益)으로 말함이다. 손익을 계용(計用)함에서 계(計)는 때를, 용(用)은 용사하는 주체라고 볼 때, 이는 태을신수로 풀어야 한다. 이 계신(計神)과 용신(用神)에 대한 것은 결국 주체라는 인사상의 핵심을 모르면 풀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외에는 필자의 영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