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자연(自然)
自然之道靜,故天地萬物生。天地之道浸,故陰陽勝。陰陽相推而變化順矣。
자연의 도는 정(靜)한 까닭에 천지만물이 생하느니라. 천지의 도가 점점 젖어드는 까닭에 음양이 서로 이기고 음양이 서로 밀어서 변화가 순하니라. 지극히 고요한 도는 율력에 계합할 수 없는 바이니라.
화양은 “명(命)의 장생(長生)을 보면 그 정기신(精氣神)을 조화한다”고 하였다. 양성(養性)하여 명(命)을 장생하게 되면 정기신의 조화가 이루어짐을 말함이다. 정기신의 조화에 대하여 화양은 “수승화강(水升火降)하여 역행하는 이치를 말하였다. 높은 것을 아래로 하고 낮은 것을 높게 함은 겸양의 덕을 말하는 것으로 백성을 높이고 군주가 낮게 되면 다스림에 조화가 일어남을 말함이다. 양성(養性)하여 자기 몸의 정기신의 조화를 이룸이나 치국의 도가 같으며, 사졸을 귀하게 여기어 내 목숨같이 여긴다면 적을 무찌름에 상하가 함께 한 뜻으로 임하니 강병전승(強兵戰勝)하게 되는 것이다.
화양이 “몸이 고요하면(靜) 약(藥)을 얻고 마음이 고요하면 양화(養火)하고 심신이 교합하면 감이(坎離)가 합한다”고 하였으니, 수승화강하여 화기가 아래로 내려가면 수기(水氣)를 저절로 위로 돌게 하니 수화(水火)가 심신에서 하나가 되니 화를 기르는 것이(養火) 곧 수(水)를 동하게 함이니 수화가 하나됨이며, 이것이 성명쌍수(性命雙修)이고 수화기제(水火旣濟)인 것이다.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그 고요함도 없음이니 이에 이르러 일신의 정기가 자양하게 되어 천지만물이 생하게 된다. 이를 중화(中和)의 극이라 하며 ‘천지가 자리잡고(天地位焉) 만물이 생육한다(萬物育焉)’고 하는 말이다. 천지 음양 춘추 등에 모두 음양의 기가 서로 밀어서 변화가 순조롭게 일어나니 이것이 지천태(地天泰)로 수화기제( 水火旣濟)를 이룸이다.
함허는 “자연의 도는 일정(一靜)할 따름으로 고요함에서 움직임이 생하니(靜生動) 움직임이 있으면 천지만물이 생한다”고 하였다. 또 “천지의 도가 일침(一浸)하니 곧 자연지상(自然之象)이다. 음(陰)은 침침(浸浸)함이 하강하고 양(陽)은 침침(浸浸)함이 상승하니 음양의 오르내림은 묘가 상승함에 있다. 상승하지 못하면 서로 밀 수 없다. 변화가 순조롭다는 것은 진퇴(進退)의 상이다”라고 하였다.
성인이 자연의 도를 알아서 이를 어기지 않으니 다스릴 수 있게 된 바도 지극한 고요함(至靜)에 있다. 화양이 “관심득도(觀心得道) 지기성천(止機成天)이 모두 자연의 공이라”고 한 바, 고요하여 기틀이 멈추어 관천(觀天)의 도를 알면 이것이 곧 천리(天理)를 깨닫게 됨이니 이를 실행한다면 하늘의 뜻을 이루는 것을 말함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살기(殺機)가 저절로 소멸하고 몸이 고요하면 도기(盜機)가 저절로 멸하니 심신이 함께 고요하면 두 기가 토를 이룬다. 지정지극(至靜至極)하면 율법에 구애됨이 없고 또 역수(曆數)에 기약할 바도 없으니 율력소불능계(律曆所不能契)라 하였다.
성인이 자연의 도를 알게 된 바로 수련을 행하면 그 정중(靜中)에 따라 자연의 도가 발출하게 되니 지정(至靜)한 가운데 달리 세월과 건곤이 있으니 사람이 만든 율력에 계합하지 않아도 자연의 율력에 저절로 부합하여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부국안민과 강병전승에도 성인이 자연의 도를 알게 된 바대로 실행한다면 건중건극(建中建極)과 성공입사(成功立事)에 달리 구애될 바가 없는 것이다.
제11장 기기(奇器)
爰有奇器,是生萬象。八卦甲子,神機鬼藏。陰陽相勝之術,昭昭乎進乎象矣。
기기(奇器)를 이끌어 만상이 생하니 팔괘갑자와 신기귀장과 음양상승지술이 명명백백하게 나아가 상(象)이 됨이니라.
화양이 “성명(性命)의 도는 지정(至靜)의 극치에 이르면 기(機)가 되니 천지를 짝한다(配天地)”고 하였다. 천지를 짝한다 함은 지성(至誠)으로 쉬지 않음이니 유구하여 끝이 없음이며(悠久無疆), 곧 모든 기화(奇貨)를 이룬다. 또 “도덕경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한 구절의 기(器)를 말한 것으로 성명(性命)의 기(機)로 맺힌 바라. 그 도를 시지불견(視之不見) 청지불문(聽之不聞) 영지불견(迎之不見)하니 이를 따르면 그 끝을 본다(隨之而不見其尾)하니 공공일기(空空一器)라. 그리하여 천(天) 지(地) 인(人) 물(物)을 내어 놓으면 육합에 차고 거두면 비밀이 되어, 상제(象帝)에 앞서 이름이 적자(赤子)이니 어찌 팔괘와 갑자의 간지로 헤아리겠는가. 출생입사(出生入死)에 소리 없고 냄새 없어(無聲無臭) 상천지재(上天之載)에 무성무취((無聲無臭)라”고 하였다.
대기(大器)가 만상(萬象)을 생함이 드러난 이치로는 팔괘갑자에 있고 은밀하게 숨어 있는 법은 신기귀장이며 동정하는 것은 음양상승지술로, 이러한 법도로 명명백백하고 나아가고 상으로 나타남을 말함이다.
함허는 “기기(奇器)는 현관일규(玄關一窺)로, 만물은 중(中)에 생하고 팔괘는 중(中)에 변하고 갑자는 중(中)에 운행하고 신기(神機)는 헤아리기 어렵고 귀장도 알기 어려우니 음양이 상추(相推)하는 수도 그 사이에 벗어남이 없다. 누구나 함께 보는 이치(理)이니 괴이하게 숨기거나 알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象)은 역상(易象)의 상(象)이라”고 하였다.
음부경의 축약된 뜻도 주역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함이다. 음부경 삼백여자에 연도(演道)와 연법(演法)과 연술(演術)이 담겨있음은 상편이 신선포일(神仙抱一)의 도(道)를 연(演)하였음이고, 중편이 부국안민(富國安人)의 법(法)을 연(演)하였음이며, 하편이 강병전승(強兵戰勝)의 술(術)을 연(演)하였음이다. 술(術)이란 신(神)을 밝힘(明)이다. 음부(陰符)는 몸을 생하는 도덕의 경(經)이니 성(性)을 함양하는 상도(上道)에 뜻을 두고 법술을 응용하면 몸도 안정하고 천하도 평안케 할 것이나, 심성이 도에 벗어난 채로 법술에만 뜻을 두면 나라도 망하고 자신의 몸도 망하게 될 것이다. 성인이 역상(易象)의 상(象)으로 밝힌 바는 언제 어디서도 변함이 없는 무궁한 도리이다.-황제음부경 끝(黃帝陰符經竟)-